외국인 남편들이 다 "한국 음식"을 사랑할 수는 없지요.
다 사람이니 좋아하는 음식 기호에 따라 음식 사랑도 결정되는 법......
제가 처음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을 만났을 때에는 친구가 운영하는 네팔의 한국 식당에서 엄청나게 한국 음식을 잘 먹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한국 친구가 아침으로 먹는 한식을 옆에 앉아 그렇게 잘 먹고 있었습니다.
사실, 서양인들에게 아침으로 먹는 한식은 참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지요.
구수한 된장국에, 가끔은 김치찌개와 함께 먹는 남편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답니다.
"정말 맛있어!"
노래를 부르던 남편은 매운 것에도 꿀처럼 맛있다면서 군침 삼키고 좋아했었지요.
심지어 비빔밥에 고추장을 더 넣어 비벼먹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 러. 나,
남편에게 비운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매운 것 좋아하는 남편이 매운 음식을 못 먹게 된 비운 말입니다.
세계 자전거 여행 2년째에 접어들었을 즈음, 그는 "위에서 사는 무수한 번식자"들을 키우면서 이 매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답니다. 아니 위의 쌍따옴표에 들어가는 존재가 무엇이냐구요?
네! 바로 아. 메. 바. 라는 놈입니다. 기생충이었나, 세균이었나, 저도 확실한 정보를 잘 모르겠는데 말이지요.
아마도 사람 기력을 없애는 기생충과의 아. 메. 바였던 것입니다.
불쌍하게도, 그는 한국 식당에서 아메바에 걸린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의 피자헛에서 걸린 것입니다.
그곳에서 아주 탐스럽고도 맛있게 보이는 토마토 소스 잔뜩 든 피자를 시켜먹었지요.
그런데 그 토마토는 토마토가 아니었더라는......! 그럼 무엇이었느냐?!
바로. 파키스탄식 고. 추. 소. 스!
방심한 덕에 매운 것을 고스란히 위에 저장한 이 남편은 입에서 불을 뿜고 괴로워하다 마침 식탁에 있는 물을 여러 번 버럭버럭 마셨다고 합니다. 아직도 기억하는 것이 그 버럭버럭 물이 바로 아. 메. 바의 원산지였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아메바 처치 기간 6개월을 버티는데......
의사들 왈,
"위가 약해졌으니, 매운 음식은 절대로 삼가하세요. 그러다 탈 나요! 탈!"
그러니, 이 남편이 매운 음식이 많은 한국 음식만 보면 또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른답니다. 왜?
왜긴 왜에요, 못 먹어서 그렇죠.
한 입만 먹어보자. 흐흐흐흐! 맵다면서도 한 입 먹고 혹시, 위가 나빠질까봐 사리는 모습. 아흐, 안타까워라.
그런데 또 자기 주문을 한다는 소리,
"이상하게도 한국 매운 맛은 위를 다치게 하지 않아.
그냥 입만 흐흐흐 매울 뿐이야. 위까지 내려가 아프지는 않은 것 같아!"
하면서 술책을 쓰는데, 그런데 그 모습이 더 안타까워......
한국인 아내는 어쩔 수 없이 매운 음식 + 안 매운 음식, 같은 음식이라도 두 음식을 하게 되는데......
매운 음식 좋아하는 외국인 남편이 매운 것만 못 먹으니, 해결하는 방법이......
한 번은 매운 것 먹고, 또 한 번은 맵지 않은 것 먹고....
그렇게 두 그릇을 왔다 갔다 하면서 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매운 오징어 덮밥이 먹고 싶다고 해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덮밥으로 먹지 않고, 이렇게 몸을 사리면서 한 번은 매운 것으로,
한 번은 맵지 않은 것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먹습니다.
그냥, 하나로 통일해서 중간으로 매운맛하면 안 될까? 하고 물으면,
그럼 진짜 매운 맛을 모르지! 하는 남편......
오늘도 전 진짜 매운 접시와 전혀 맵지 않은 접시, 이렇게 두 접시를 준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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