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12주년 결혼기념일 맞은 우리 부부의 나들이

산들무지개 2015. 2.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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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간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습니다. 인제야 자리에 앉아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게 되어 한편으로는 참 안심이 되고, 한편으로는 이 모험이 끝나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한국에서 온 친구가 돌아가고 나면 항상 허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에도 그랬지요. 허전한 마음에 좀 우울 증세가 오는 것 같기도 하더니, 남편이 회사에서 급하게 전화를 해오더군요. 


"있잖아, 저번에 전국 스페인 수제 맥주 경연대회에 참가한 맥주가 당선됐다는 소식을 받았어. 어떻게 할까? 마드리드까지 우리 가야 하나? 몇 등에 뽑혔는지는 모르는데 주최 측에서 급하게 날 찾아서 말이야. 우리 어떻게 하지?"


오! 산똘님이 드디어 전국 수제 맥주 대회에서도 상을 휩쓸게 되었나 봐요. 속으로 신났어요. 


"어떻게 하긴? 당연히 마드리드 가야지!"


"그래도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또 마드리드 왕복 운행비가 엄청 나갈 텐데......"


"괜찮아. 남편! 이런 기회가 언제 온다고? 게다가 상 받으러 가는 거잖아. 또 우리 결혼기념일도 겹쳤으니 12주년 기념하러 1박 2일 짧은 나들이나 하자. 애들은 할머니한테 맡기고......!"


그래서 우리 부부는 1박 2일 마드리드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와! 이런 기회에 그동안 못해본 결혼기념일도 챙기고, 상도 받고......! 마드리드 내 수제 맥주 투어도 하고......! 정말 좋은 기회야! 가자! 남편!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우리는 토요일 아침 일찍, 아니 새벽 3시 발렌시아에서 마드리드행 익스프레스 버스를 타게 된답니다. 

아이들은 할머니집에 맡겨두고 졸린 눈을 비비며 그렇게 외출하게 되었습니다. 


버스에 올라타니 산똘님은 어느새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잘 태세를 갖춥니다. 


저도 추억 여행이니 셀카 한번 찍자, 하고 찍었는데......

새벽이라 세수도 하지 않고 그냥 자다 일어나 탄 버스라......

사진에 레트로 뽀사시 효과를 내봤습니다.


그리고 4시간의 버스여행으로 아침 7시에 마드리드에 도착했습니다. 

썰렁한 토요일 아침의 버스터미널을 빠져나와 우리는 근처의 사촌 동생 집에 가게 된답니다. 

(그 이야기는 생략, 대신 사촌 동생 마을의 기차역 바가 너무 재미있어 조만간 그것 관련 글을 쓰겠어요.)


그곳에서 스페인식, 아니 마드리드식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바로 추로스(Churros)입니다. 

원래는 얼큰하고 진국인 핫 초콜릿에 푹 담가 먹어야 하는데, 

단 것을 싫어하는 전 카페 콘 레체(Cafe con leche, 우유 넣은 커피)와 함께 먹었습니다. 


그리고 사촌 동생 가족과 만나 수다 떨다보니 또 배가 고파오는 거에요. 

브런치로 우리가 먹은 것은......


보카디요 데 베이컨(베이컨 바게트 샌드위치)


플라토 콤비나도(감자, 베이컨, 달걀 접시요리)


그간의 회포를 풀고 우리는 호텔 체크인 시간에 맞추어 솔광장으로 간답니다. 

그란비아 쪽에 호텔을 예약했거든요. 


솔 광장의 한 건물입니다. 

특이한 것이 저 간판 티오 페페는 거의 문화재로 

지정되다시피 한 모더니즘(1910-40년대) 상징 광고물이었다네요.

1835년 티오 페페라는 화이트 와인 회사가 탄생하면서 

이 광고물은 1935년부터 저 건물 옥상에서 빛을 냈다고 합니다. 

애플사가 저 광고물을 돈으로 사서 내리려다가 시민들 반발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네요. 

애플의 큰 사과를 저 옥상에 박아놓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니 

그러니 스페인 사람들의 문화재 보호 열정은 대단한 것이지요.


그 유명한 동상 까를로스 3세입니다.

대단한 인물이지요. 

유럽 전역을 정복한 사람이지요. 

개인적으로 저 왕 때문에 유럽의 수학, 과학, 건축 체계가 확립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유럽 역사에서 빼놓으면 섭섭할 왕이지요.


우린 그란비아 맥도날드가 있는 프락틱 메트로폴 호텔로 갑니다. 

(호텔 이야기는 다음에 하지요. 너무 마음에 든 호텔이었습니다. 

다음 편에는 스페인에서 느낄 수 있는 복고풍 호텔을 소개하지요. 기대해주세요.)

 

복고풍이면서도 아주 모던한 호텔이었습니다. 

그곳 리셉션에서 체크인하고......


리셉션 살롱입니다. 


우리가 머문 룸입니다. 

풍경이 끝내줬어요. 


그리고 짐을 다 풀고 우린 마드리드 거리 산책하러 나갑니다. 

마드리드는 갈수록 사람 사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곳입니다. 

바르셀로나가 약간 여성적 느낌이 든다면 마드리드는 남성적이면서도 구수한 스타일입니다. 

아니, 제 개인적 취향에서 말이지요. 

그래서 그럴까? 전 마드리드가 아주 편합니다. ^^


골목골목 사람 사는 냄새 풍기는 마드리드 옛 시내 골목입니다. 


우리는 산책하면서 수제맥주상 수여식이 있는 카페로 천천히 발길을 돌려 갔습니다. 

남편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제게 묻더군요. 

"도대체 어떤 상을 받을까? 아이, 떨려!"


"당연히 일등상을 받지!"


남편 얼굴에 갑자기 걱정하는 빛이......


"일등상 못 받으면 이 여행이 아까워지면 어떡하지?"


"아휴! 일등상 못 받아도 돼요! 우리가 함께 신혼처럼 데이트하는 기분이 되었잖아!"


"맞아!!! 추억으로 온 여행이라 생각하자!"


그런데 산똘님은 이탈리안 피자집을 지나다 배가 고픈지 그러네요. 

"맥주 마시기 전에 좀 속이 든든해야 할 것 같아."

하하하!


그래서 우린 피자를 사들고 거리에 나와 모이기로 한 하우스맥줏집으로 갑니다. 


정말 맛있었던 양송이버섯 피자


드디어 우리는 행사가 진행되는 곳으로 왔습니다. 


바(Bar) 형식으로 1층에는 다양한 맥주가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분 좋게 두 가지 새로운 맥주를 주문하여 맛봤답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차고, 발 디딜 틈이 없어질 즈음 

주최측 로드리게즈 씨가 2층으로 우릴 안내했습니다. 


이 하르딘 데 루플로(Jardin de Lúpulo) 주최로 수제맥주대회가 3년 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맥주를 만드는 아마추어에게는 국가급 맥주대회라고 합니다. ^^


2층에 올라 자리를 잡으며 한 컷 찰칵!


수제 맥주 대회 금, 은, 동 트로피......

재미있게도 이것도 수제 트로피입니다. 

이거 색칠하느라 팔 떨어지는 줄 알았다는 주최 측 농담. 


요 두 사람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한 분은 전문 맥주 블로거, 로드리고 씨(좌)이고, 다른 한 분은 코메디언, 키코 씨(우)입니다. 


짜잔! 이제 본격적인 상을 나누어줍니다. 


유 ! 유 삐! 

(스페인에서 쓰는 신난다, 라는 감탄사)


오! 산똘님이 영국식 맥주 분야의 5위 상을 받았습니다. 

총 100여 개의 맥주 참가. 

산똘님이 좋다고 웃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 상 받는 것은 이 블로그에 올리지 않겠습니다. 

산똘님 상 받는 것만...... ^^


위의 영국식 맥주 비터(Bitter)는 거의 예상하지 않은 상이라 산똘님이 얼떨결에 상 받으러 나갔답니다.

정말, 대단해! 남편. 능력자네. 능력자!

그러고 나서 차곡차곡 상 발표가 있더니......


스페셜 맥주상 1위에.......

둥둥둥둥둥둥....!


산 똘! 

산똘님이 받게 되었답니다. 


바로 그 매혹적인 러시안 스파이, 안나 채프먼,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웃이 거머쥔 것입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한국 장모님이 보내준 고춧가루가 들어간 특별한 맥주였죠. 

매혹적인 이 맛을 한 번 맛보면 잊을 수가 없다고 심사위원은 말씀했는데요, 

이 맥주를 맛본 이들이 다 그랬답니다. 


"안나! 어찌 당신을 잊을 수 있을 소!"

산똘님 덕분에 그녀는 더 매혹적으로 탄생했습니다. 


그렇게 이것이 끝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스페인 내 가장 활성화된 맥주협회상도 받게 되었답니다. 

(두 주최 측 양반들이 이제 제발 나오지 말라며 아우성을?! ^^)

 

발렌시아 수제맥주 협회에게 상이 돌아가 모두들 메신저로 난리가 났었습니다. 


발렌시아 맥주협회에 돌아간 상(상)과 

산똘님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웃 일등상(하)이 되겠습니다. 


시상을 마친 후, 우리는 맥주 투어의 한 부분인 맥주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했습니다. 


요 가게입니다. 

맥주를 모르시는 분이 많아 이 가게 내부 사진은 패스, 하겠습니다. 


구경을 끝낸 우리 부부는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어디로 갈까? 


"당연히 한국 식당으로 가야지!"


역시나, 시골 촌에서 한식을 먹을 수 없으니 이렇게 대도시에만 가면 한식당을 찾아 방황합니다. 


운이 좋아 이 한식당, [마루]에서도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맥주를 따르고, 상 받은 것 축하하고, 12주년 결혼기념일 사진도 한 컷 찍습니다. 


찰칵!

우리가 언제 셀프 커플 사진을 찍나요? 어설프게 나온 우리 부부. 


한 번 더! 찰칵! 

역시 셀프사진은 어려워. 

그 유행한다는 셀프봉이 있어야하나? 


우리는 간단하게 한식을 주문했어요. 


심플하여 더 맛있었던 네 가지 반찬 


세계인이 반하는 돌솥비빔밥 

돌솥이라야 더 맛있다고 남편은 말하네요. 

그냥 비빔밥보다 이렇게 자글자글 뜨거운 비빔밥이 더 맛있다고 하는데......

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주문한 해물 베이컨 김치 볶음밥......

이런 밥이 무척이나 먹고 싶었어요. 

김치를 두 달 동안 먹어보질 않아 너무 먹고 싶었지요. 

소원 풀었다! 


그리고 불고기 한 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한가위 같은 저녁이었습니다. 

부족함도 없고 넘침도 없는 그런 완벽한 저녁 식사였습니다. 

그리고 불고기가 너무 맛있었어요. 

장소도 넓직하고 소란하지 않아 정말 크게 즐긴 저녁상이었답니다. 


식당 내부 데코. 


호텔에 들어와 옥상 테라스에 올라가 우린 야경을 감상했습니다. 

마드리드, 멋지다! 

그러면서.......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다시 본 마드리드 풍경입니다. 


화려한 아침 햇살 맞아 빛나는 건물들. 


옥상 테라스에 정원이 있어 참 좋았어요. 

호텔 이야기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다음 편에 할게요. 

오늘은 감상만! 


파노라마 사진


그리고 이제 여행의 끝을 마무리할 겸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점심 먹고 오후 3시 버스를 타고 발렌시아로 가야합니다. 

우리 세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기다리니......


우리가 간 점심은 지난 번 맥주상 받은 상품권이었습니다. 

[마드카페]에서 식사하기! 


미리 예약을 하고 간 곳도 

역시나 수제맥주를 제공하는 곳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수제 맥주와 수제 햄버거를 파는 곳이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햄버거 스타일이었습니다. 

맥도날드와는 전혀 다른 수제햄버거!!!

햄버거 먹기 전에 우린 전식으로 치맥을 주문했습니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수제 맥주


거품과 색깔이 끝내줬으나, 도수가 높아 전 다른 맥주를 마셨습니다. 

산똘님은 12도 가량의 맥주를 시식했고요, 저는 6도 가량의 인디언 패일 에일을 시식했습니다. 


제가 마신 인디언 패일 에일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치맥이!

맥주가 있으면 치킨이 있어야하나? 


치킨 양념 날개입니다. 

꼭 고추장처럼 보여 침을 꼴딱 넘기면서 먹었는데...... 

맵지 않아 아쉬웠지만 아주 맛있었답니다. 

드디어 소원하던 치맥을 먹어보는구나! 내 방식대로...... ^^


제가 주문한 칠리 햄버거입니다. 


이것은 남편이 주문한 과카몰레(guacamole) 햄버거입니다. 


주문했으니 먹기 전, 사진을 즐겁게 찍고.....!


매운 맛을 기대한 칠리 햄버거인데, 하나도 맵지 않았어요. 

그래도 맛은 일품. 

수제라 달랐어요, 역시!

감자도 이곳에서 직접 튀겨 아삭하니 맛있고 독특했네요. 


웰 던으로 익혀달라고 한 제 햄버거. 

기존 햄버거와는 달리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 햄버거집이었습니다. 


미디엄으로 익힌 남편의 햄버거. 

이것도 맛 보았는데 역시, 달랐어요. 정말 맛있었다. 

어? 꼭 맛집 포스팅같아요. 


마지막으로 후식으로 브라우닝을 먹었지요. 

이것도 이 집에서 직접한 것! 


아! 이렇게 우린 짧지만, 인텐시브한 나들이를 마치고 

터미널로 가 버스에 올라탑니다. 


마드리드 버스터미널에서 기다리면서 한 컷 찰칵!


우리 이제 아이들 보러 가는 거야? 

남편, 상 받은 것 너무 축하해! 

내가 선물한 책 마음에 들어? 

(수제맥주관련책) 


이번 여행 참 인상 깊다. 

맥주대회에서 상 받은 남자들 소감이 다 

"이 상은 제 아내에게 바칩니다. 맥주 만든다고 집안 어질러 미안해, 아내!" 


한 것을 보니, 정말 맥주 만드는 일이 좀 힘든 일인가 봐. 

난 맥주 얻어 마셔 그저 좋기만 한데......


그런 이야길 산똘님한테 했더니, 

"난 그래서 당신한테 고마워. 내가 맥주 만든다고 구박하지 않는 유일한 아내인 것 같아."

"하하하! 그래?" 


덕분에 아주 즐거운 결혼 12주년 추억 여행이 되었네요. 

앞으로도 화이팅이다, 남편!!!


즐거운 하루 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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