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한식 아침 못 먹는 남편 위해 만든 음식, 결과에 멘붕~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5. 2.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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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건강히 잘 계십니까? 요즘 이곳은 또 날씨가 오락가락 추웠다, 따뜻했다 바람 불다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아니나 다를까 감기에 또 걸리고 말았습니다. 어제는 누리가 열이 오르더니 밤새워 뒤척이며 잠을 못 잤답니다. 엄마도 옆에서 잠 한숨도 못 자고 지금 눈 밑이 시커멓게 피로에 절게 되었습니다. ㅠ,ㅠ 


그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난 누리는 열이 내려 그런지 밥도 잘 먹고 학교 갈 준비를 하더라고요. 기특해라! ^^


아! 아침 하면, 아침밥이 떠오르는데, 스페인에서는 아침으로 쌀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해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아침 못 먹은 남편이 불쌍하여 제가 한 음식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뭐, 자랑스러운 일화는 아니지만 노력한 일화라 생각하여 여러분과 이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의 산똘님은 아이들을 위해 참 먹거리를 잘도 준비하는 딸바보 아빠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모르시는 분을 위해 다음의 포스팅을 준비했어요. 클릭하여 읽어보세요. 





윗글에 보면 스페인 고산의 딸 부자 아빠는 아이들을 아침을 위해 빵과 시리얼 등을 만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읽기 귀찮으신 분을 위해 참고 사진을 올리자면, 다음과 같은 형태의 아침을 주로 준비한답니다. 



바로 요렇게 말입니다. 위의 사진은 아빠가 직접 만든 빵과 시리얼입니다. 

아이들이 공장에서 나온 빵과 시리얼 먹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아빠는 직접 이렇게 아침을 준비한답니다. 

그렇다면 엄마는? 

엄마는 할 줄 모른다는 핑계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가끔 쌀을 씻어 한식으로 아침을 만들어 먹이기 때문에 이런 아침 음식을 준비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이지요. 


그런데 불쌍하게도 남편은 한식이 거북하여 아침을 먹지 않습니다. 스페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에게 한식으로 아침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 그래, 남편! 남편이 좋을 대로 아침 해서 먹어! 했지요. 


그런데 대참사가 가끔 생깁니다. 

우리 고산에서 빵집 가기엔 마을이 멀고요, 또 가봤자 기초적인 빵밖에 팔지 않고요, 또 가끔 문 닫는 날이 있어 남편은 스스로 빵을 만들어 먹습니다. 그런데 빵이 매번 잘 나오면 문제가 없는데, 가끔은 이렇게 나옵니다. 



이렇게 오븐을 열면 까맣게 타는 경우가 있습니다. ㅠ,ㅠ 

행운의 여신은 맨날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 이렇게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 남편이 만든 빵도 어쩐지 실패를...... 한 번 보세요. 


아이들에게 아빠표 아침 식사를 만든다면서 여러 개를 만듭니다. 


참 능력도 좋아. 이런 기술을 어디에서 익혔는지......

아니, 스스로 익혔다고 항상 말하는 남편. 

"필요하면 구하라! 필요하면 스스로 노력해라!" 

남편의 일상적 생활 태도입니다. 


윤이 좔좔 흐르는 산똘베이커리 빵!


아이들이 옆에서 아빠에게 응원 많이 합니다. 

앗! 저기 사진 속 누리는 엄마가 만들어 놓은 멸치 볶음을 손으로 집어 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성 가득한 아빠의 손길을 받은 산똘베이커리 결과는 어떨까요? 

정성이 가득 들어갔으니 성공하여 나왔으리라 생각되시나요? 


결과는 처참하게도......



↓↓↓↓↓↓↓



탔습니다!!!


슬퍼3

ㅠ,ㅠ


뭐 맨날 완벽하면 인간도 아니지요. 

이렇게 탄 산똘베이커리 빵도 탄 것 고르고 나면 맛있긴 하던데......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남편이 자기가 싸갈 간식이 없다면서 울상이 되어 있더군요. 

어제 마을 빵집에서 빵이라도 사놓았으면 문제 없었을텐데...... 하면서 말이지요. 


울상된 남편을 회사 출근시켜놓고 보니 산똘님이 너무 불쌍한 거에요. 

그래서 제가 직접 '바게트'를 해보도록 결심했지요. 


왜냐면, 스페인 사람들은 바게트를 먹거든요. 


그래서 어느 파워요리블로거의 레시피를 따라 바게트에 도전했습니다. 


앗! 재료를 꺼내면서 멘붕에 빠졌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이스트 종류가 많은 거야? 

한 번도 빵을 만들어보지 않은 저는 정말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할지 난감해졌습니다. 


이것은 생 이스트......


도대체 어떤 것을 써야 하지? 

결국, 저는 빵 사진이 있는 이스트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빵 사진이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스트, 소금, 물, 강력분 밀가루 다 섞어서 이렇게 랩에 씌워 1차 발효를 해줬습니다. 

1시간이나 발효를 하라네요. 


그러고 나서 두 등분으로 나누어 발효를 또 했어요. 

이것은 30분 2차 발효하라네요. 

그런데 등분한 것을 따로따로 발효하라는 말이 없어 같이 붙여했더니 

두 개가 붙여져 떼는데 참 힘들었답니다. 


2차 발효 다 끝나면 이제 길죽하게 만들어 

또 천에 나누어 두고, 랩을 씌워서 또 3차 발효하라네요. 

헉?! 발효가 왜 이렇게 많아?!

이것도 60분!


발효하는데 총 2시간 30분 사용했습니다. 


발효가 다 되니 부풀어 오르더군요. 

밀가루 솔솔 뿌려가면서 잘 떼어내 이제 오븐에 넣을 차례랍니다. 


칼집을 엇비스름하게 내라고 했는데 이 반죽은 왜 이리 질긴지 칼집이 내지지 않네요. ㅠ,ㅠ

아니면 우리 집 칼날이 서지 않아 그럴 수 있고요. 


예열한 오븐 온도를 220, 230도 낮추어 넣어 20, 30분 구우라네요. 

중요한 것이 넣기 전에 물을 분무기로 뿌려주래요. 


짜잔! 그래서 완성된 바게트를 오븐에서 꺼냈습니다. 


유삐! 


정말로 내가 이 빵을 만들었어? 정말?! 

스스로 대견하여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완성품



↓↓↓↓↓↓↓


정말 빵 비쥬얼이 바게트 맞죠? 

얼씨구나 좋아라......!


뜨거운 빵을 식히기 위해 천에 감싸놨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빵이 뜨거울 때 천으로 감싸 식히더라고요. 


그렇게 점심이 되어 회사 간 남편이 돌아와 하는 이야기가, 


"으음, 맛있는 빵 냄새가!!! 나 정말 배고파 죽겠어! 오늘 간식을 먹지 않아 정말 배고파!"


"그래? 어여, 어여, 어여! 먹어 봐!"


불쌍한 남편에게 정성 가득한 아내의 빵을 먹이는 순간이 아주 흐뭇했답니다. 


천을 펴고 남편이 빵에 손을 냅다 댑니다. 

"우와! 정말 바게트네!" 


"우와! 속보니, 정말 빵이네!"

(그럼 아닐 줄 알았어?)


산똘님은 너무 즐거워 빵을 뜯어 입에 넣기 시작합니다. 

아! 나 성공했어! 뭐 빵 만들기 어렵지 않네. 

하면서 자만심에 빠져 남편이 빵 먹는 반응을 리얼하게 사진으로 찍고 싶었답니다. 


이런 기념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 

남편, 기다려! 사진 한 방 찍어줄게!


그러면서 전 남편의 반응을 살폈는데......


그 반응이......



↓↓↓↓↓↓↓



"아이쿠! 이빨 깨진다! 아! 나 죽어! 왜 이렇게 딱딱해?!


돌이 따로 없구먼, 돌 덩어리!"


헉? 예상하지 않던 반응.......

뭐? 딱딱해? 

하며 저도 뜯어다 맛을 보니......

딱딱해 죽는 줄 알았답니다.

안습 

아! 역시 정성이 가득 들어간다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획득한 순간입니다. 

역시 사람은 자만심에 빠지면 안된다는 것, 그 진리 또한 깨달은 것이지요. 


남편은 이빨 빠진다면서도 꼭꼭 씹어 뜯은 빵은 다 먹고 제게 웃어줍니다. 


"괜찮아, 괜찮아! 그 시도는 칭찬 받을 만해! 앞으로도 쭉 노력해서 맛있는 빵, 성공하길 바래. 

당신은 (쌀)밥만 먹는 한국인인데, 이렇게 빵에 도전했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앞으로도 쭉~ 빵 만들기에 도전해 봐. 내가 먹어줄게!"


참, 말은 예쁘게도 하네요. 


다음에는 정말 남편 말대로 맛나고 부드러운 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남편, 그래도 그 빵 딱딱했지만, 맛은 좋았지? 응?"

뭐가 문제였지? 

아무래도 가스 오븐이 온도 조절을 못 한 것이 문제인 것 같은데......

다음엔 제빵기를 써? 

날씨 쨍쨍한 날, 태양광전지 풀(full) 되었을 때?

(궁시렁 궁시렁)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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