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하면서 아이들 머리를 빗겨주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사라 머리에서 무엇인가 징그러운 것이 꿈틀대고 있었어요. 뭐지? 하면서 머리카락을 치우고 그곳을 보니 글쎄 벌레 한 마리가 다리를 꿈틀거리면서 그곳에 박혀있었답니다. 그 순간, 이것이 그 유명한 개진드기라는 것이라는 것을 한 번에 알았답니다.
'어머나! 개 진드기! 라 가라파타(La garrapata)이구나!' 했지요.
요 진드기라는 놈들은 동물 피부에 딱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녀석들이지요. 그런데 왜 사라 머리에?
▲ 보기도 징그러운 요런 놈들입니다.
"엄마, 어제 사라 얼굴에 벌레가 있던데......"
제가 "아이쿠야, 가라파타네!" 하고 놀랐더니, 산드라가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아니, 그럼 어제부터 이 못된 녀석이 내 아기 머리에서 피를 빨고 있었던 거야?'
그 순간 저는 너무 놀라, 이 녀석 처치 방법을 머릿속에서 기억해 내 활동 개시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올리브오일을 뿌렸습니다. 이 녀석이 질식하면서 꽉 박아놓은 부분을 뺀다고 하네요. 그리고 집게를 가져와 꼭 잡고 잡아당겼지요. 이때 이 녀석이 질식하여 떨어져나갔을 때 집게를 집어 빼주어야만 한다네요. 그렇지 않으면 균이 옮아 병에 걸릴 수도 있다네요. 또 라임병이라는 것도 있었어요. 개에 붙어있던 진드기 놈이 사람 몸에 옮겨와 하루이상 흡혈하면 병에 걸릴 수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큰 걱정이 되던지요. 요 녀석이 밤새 우리 사라 피를 흡혈했다는 생각에 얼마나 화가 나던지요. 이 증상은 2주 후에나 나타난다는데...... 몸이 뻣뻣해지며 이런저런 관절염에 걸리게 된다고, 인터넷 찾아보니 정보가 있더군요. 제발 그냥 해프닝으로만 끝났으면 하고 바라게 되더라고요.
요 진드기를 빼고 휴지에 돌돌 말아 그냥 처참하게 칼 뒷부리로 빵빵 여러 번 쳐서 죽였습니다.
(아니, 진드기 하나에 이성 잃고 이런 짓을 했습니다. 이렇게 잔인하게 죽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ㅜ.ㅜ)
벌레 하나를 봐도 무섭다면서 까악! 소리 지르던 제가 이런 행동을 하니 정말 놀라울 뿐입니다. 아마 초능력이 생긴 건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진드기는 뱀 다음으로 처치해야 할 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골 살면 참 좋은데 이런 부분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양떼를 오지 못하게 할 수도 없고, 우리 집 근처 벼룩이나 진드기는 다 양떼가 지나가며 흘려놓은 것이거든요. 물론 매번 이런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쭉 살아온 10년 동안 전 처음으로 이런 일을 당했습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집에 와 설거지하면서 저는 생각 삼매경에 빠졌는지, 이 진드기에 물린 사라 걱정으로 뭘 하는지 모르게 습관적으로 일했네요. 아침에 너무 놀라 엄청난 에너지가 제 몸에 채워졌는지, 설거지 하면서 그냥 컵 하나를 깼네요.
제가 한 손으로 깬 유리잔입니다. ㅠ,ㅠ
아니, 떨어뜨려 깨뜨린 것이 아니라, 그냥 한 손으로 잡다가 와자작 깨졌네요.
제 화가 손으로 드러났나 봐요. ^^ (아님, 이미 컵이 깨진 부분이 있어 조금의 자극을 받고 깨진 것일 수도 있고요.)
아무튼, 제 마음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이 모습 보고 저도 많이 놀랐네요.
"야! 엄마가 되니 정말 초능력이 생겼네. 이것을 모성애 초능력이라고 할까?"
혼자 이런 말을 하며 잠깐 웃었네요.
(내 초능력으로 사라에게 아무 일 없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막 들었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우리 사라 괜찮겠죠?
아이, 걱정돼 죽겠네요.
이런 걱정하다 회사 다나온 남편이 하는 말,
"별 걱정 다 하네. 당신 걱정 대로라면 이 세상, 진드기 환자로 넘쳐날 거야."
그래서 웃음 만땅, 걱정에서 해방되었다는 뒷이야기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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