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저는 스페인 의료체제에 반한 사람이랍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아주 좋은 시스템이라 여기고 있지요. 실제로 스페인 국민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쭉 이 시스템을 쓰고 있어 누구 하나 불만이 없답니다 (물론 불만 있는 사람도 많지만 이 시스템에 익숙한 현지인에 대한 일반적 의견입니다.) 소수의 여당 정치인이 사유화하는 것이 약간의 문제이지만 말이지요. 전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스페인 의료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드린 것이 있지요?
☞ http://blog.daum.net/mudoldol/612 스페인 의사는 공무원입니다.
스페인은 공공의료시스템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공립의료원을 운영하고 있지요. 그래서 체계적으로 의료 보험으로 운영이 되어 한국과는 아주 다른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1차 가정의
2차 지역진료소
3차 종합 병원 외 특수병원 형태입니다.
세계 의료 선진국 1위 쿠바와 비슷한 시스템입니다. 물론, 쿠바는 의료 선진국이지만 언제나 약 부족으로 고난을 겪고 있지요. 스페인 사람들은 쿠바 여행할 때, 약품을 가지고 가 현지인에게 나누어 준다고 합니다. 간단한 바셀린 크림, 두통약, 연고 등의 의사 처방 없어도 되는 약, 혹은 의사들에게 직접 전해줄, 집에서 쓰고 남은 항생제나 코르티소나 등을 갖다 준다고 합니다. 쿠바인들은 엄청나게 좋아한다네요.
아무튼, 이런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스페인 의료 행정이랍니다.
제가 최근 신경뇌과에 간 일을 말씀 드린 적이 있지요?
그런데 한 번 제대로 병원 가는 일이 그렇게 쉽지가 않답니다. ㅠ,ㅠ 이것이 현지에 사는 한국인의 현실입니다. 한국에서는 뭐든 빨리 빨리 진행되고, 병원도 제 때 가는 일이 가능하니 말이지요.
스페인에 사는 저는 뇌 검사위해 3단계를 거쳤습니다.
1 단계 -가정의와 상담.
가정의에게 제 증상을 이야기하면요, 가정의가 일반 뇌과 검사 의뢰를 한답니다. 팩스로 요청을 넣으면, 일반 뇌과 검사하는 병원에서 제게 편지를 보냅니다. 몇 월 몇 일 몇 시에 와라,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가정의 진찰 후, 이 편지가 오는 데에는 약 한 달이 걸립니다. 한 달?
한 달? 한 달...... 그런데 그 날 제가 약속이 있어 갈 수 없다 말하니 그 다음 달로 연기를 해주더군요. 그래서 결국 두 달 만에 2 단계 약속 장소에 갑니다. ㅠ,ㅠ
그래서 2 단계로 약속이 잡힌 병원으로 지정된 날에 간답니다. 지난번 간 날이 이 2 단계 상담을 받기 위해 간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약속 시간 맞추어 가도 왜 이리 기다리는 시간이 길까요? 세월아, 네월아...... 정말 아픈 사람은 견딜 수 없어 그냥 그 자리에서 폭 쓰러질 것만 같은 그런 긴 시간이 흐른 후에나 제 차례가 돌아온답니다.
그래서 일반 뇌과 의사 선생님이 이것저것 제 신체 검사를 하십니다. 반사 반응, 눈동자 흐름, 입 돌리기 등등...... 별별 신체검사를 다 하다,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 의사 선생님은 제 3 단계 검사로 절 보내십니다.
그날 갔었던 일반 뇌과.
아침 10시 30분 약속이었는데 11시 40분이 되어야 절 부르더라고요. ㅠ,ㅠ
이곳에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절 다른 곳으로 보냈습니다.
그곳이 어디이냐? 바로 기계로 검사하는 것 말입니다. 저는 CT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3단계입니다.
그런데 그 CT 촬영하는 곳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그 병원으로 가 그날 바로 촬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촬영 날짜를 위해 약속을 잡아야하는 것이지요.
전 CT 촬영을 위해 지정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택시 타고 15분 거리...... 돌아올 때 버스를 탔죠. 버스 타니 한 시간......
택시에서 이동하면서도 아, 투덜투덜 투덜이가 되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 뭐에요.
"아이고! 병원 한 번 가기 어렵다. 제대로 통증 검사 받기가 이렇게 어렵네. 도대체 몇 번을 왔다갔다 하는 거야? 하루 아침에 다 해결될 수 없나?"
아닙니다. 해결 절대 불가. 물론, 응급환자들은 다 해결이 됩니다. 문제는 저처럼 통증이 제대로 확인 되지 않은 사람들은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CT 촬영 약속을 잡았는데 글쎄 무려 두 달 반 후에나 검사를 할 수 있다네요!
두 달 반? 두 달 반? 두 달 반...... 헉? 두 달 반이라니......! 그 이전에는 될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없다네요. 그 이후에는 (한국 가는 이유로) 약속 가능한가요? 하고 물으니 그것도 안 된다네요. 세 달 간격으로 약속을 잡아서 석 달 후에 다시 전화해서 약속 잡으라네요.
세월아, 네월아, 약속 잡는 것도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구나.
이곳에 두 달 반 후에 다시 가야한다는 것,
바로 그 날, CT 촬영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촬영 위해 약속만 잡는 날이었지요.
아! 이럴 때는 정말 스페인 의료 시스템이 참으로 불편합니다.
물론, 이 모든 의료비가 사실상 무상이라...... 안심은 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다는 것, 부자나 가난뱅이나 기다리는 시간은 다 같다는 것은 다행이라 여기지만, 통증 발견할 수 없다고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것은 또...... 너무 했다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저는 처음 가정의를 만나 CT 촬영할 때까지 약 네 달 반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 CT 촬영 결과는 다시 일반 신경 뇌과 선생님하고 약속을 잡아야하니(이것은 4 단계 결과)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요. 정말 뇌에 이상이라도 있으면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이런 불편함만 없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일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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