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9일 한국을 떠난 저는 그동안 주욱 해외생활을 하며 살아왔답니다. 그 당시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예언을 뒤로하고 당당히 한국을 떠났는데, '아이고! 지금 한국에 돌아와 두 달 여정으로 있으니 어머나 세상에! 한국이 이렇게 많이 변했구나! 아니, 내가 구시대 유물처럼 그렇게 16년 전 '나'로 여전히 남아있구나!' 하며 엄청나게 놀랐답니다. 그렇게 전 구시대 유물이 되어 지금 한 달 된 한국에서의 생활로 이것저것 많은 것을 습득하고 있답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하여 이번에는 5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답니다. 너무 서툴고 어눌하여 마치 외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도 받았는데요, 세 아이와 남편을 동반하고 당당하게 들어왔는데 처음부터 주눅이 들 정도였답니다. 스페인 사람인 남편, 산똘님도 어찌나 많이 변했느냐고 놀랐습니다.
뭐가 그렇게 많이 변했느냐구요?
으음...... 뭐랄까? 일상생활에서 피부로 와 닿는 현실적인 것들이 많이 변했다고 할까요? 그런 미묘한 것들이 있었답니다. 아니면 제가 전에는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지금에서야 느꼈을 수도 있고요. 여기서 죽 나열해보면......
바쁜 한국인의 일상이 이렇게 바쁜 줄 몰랐어요.
서울 전철을 타던 아주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아주 짧았지만, 그 경험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네요.
아이 셋과 함께 이동해야 하기에 우리는 졸지에 '단체' 여행객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행동을 같이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어려서 아주 행동이 더디게 되었지요.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타도, 에스컬레이터를 타도 우리 그룹에 막 끼어드는 바쁜 현대인의 모습을 봤답니다. 보통은 가족이 같이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의 작은 모습이 있기 마련인데요, 역시나 바쁜 사람들은 주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갈 길 위해 전속력(?)으로 우리 가족의 틈새에 들어와 바쁜 갈 길을 가더라고요. 그래서 몇 번 이산가족이 되어 긴장을 바짝 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렇게 서울 사람들이 바쁜지 상상도 못 했거든요. ㅠ,ㅠ
한 가족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다 세 명만 타고 나머지 두 명은 다음 것을 타야 할 경우가 그렇게 해서 생겼거든요.
그 정도로 바쁘지 않은 스페인 사람들은 그래도 눈치는 있어서 알아서 어린아이들 있는 가족에게 배려해주는 것이 평소 모습이거든요.
가끔 의미를 알 수 없는 신조어에 놀라기도 했답니다.
글을 쓰면서 (제 편집인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이 시대에 떨어지는 말을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대적 트랜드에 약해서 감성 호소도 어눌할 때가 있다고 하셨지요. 그 말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쓰는 단어는 제가 유행을 몰라 시대적 감각을 따라가기에는 좀 부족했지요. ^^*
특히 5년 만에 본 조카들의 대화에서 저는 절실히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가 한국에 자주 오지 않는다면 결국 나중엔 시대적 감성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게 말입니다.
뭐, 이런 것은 배우면서 익혀나가면 되니 별 문제는 아니겠죠?
므훗 짱 좋아!
지갑이 아주 가벼워진 한국이었어요!
이 말이 무슨 뜻이냐 구요?
사람들 경제 사정이 나빠져 지갑이 얄팍해졌다는 의미냐구요? 아니, 아니 그것은 아니구요. 제가 5년 만에 한국에 오니 제 통장이 기본대로 작동하지 않아 은행에 직접 찾아가 통장 재활하고, 카드도 발급받아야 했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카드가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에라이, 모르겠다 하면서 직불카드식 체크카드라는 것을 신청했는데요, 도무지 그 쓰임새를 알 수 없었답니다. 결국, 돈만 잔뜩 찾아 여행하는 내내 현금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신기한 것은 가게에서 발생했답니다. 편의점에서 뭘 하나 사면 지갑을 꺼내 돈을 꾸역꾸역 꺼내는 저와는 달리 어떤 분들은 카드로 팍팍 계산하십니다. 혹은 휴대폰 결재도 하시고요. 도대체 어떤 카드이기에 이런 자질구레한 물건들도 다 계산이 될까?
나중에 알고 보니 카드에서 돈이 바로바로 빠져나가는 식의 결재방법이라고 하더군요.
주유해도, 짜장면 배달을 해도...... 다 이런 카드를 주생활로 쓰는 분들이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다가 거짓 정보 입력해 돈이 상당히 많이 나가면 어떡해?"
짜장면 배달하시는 분께 카드를 내고 잠시 후에 그릇 가지러 올 때 돌려받는 것에 대해 걱정하자 지인들은 그러더군요.
"무슨 걱정~! 바로바로 휴대폰으로 결재 내역을 알 수 있어!"
우와, 정말 대단합니다. (촌스럽게도 이렇게 감탄했다니까요. 외국 오래 살면 5년 만에 온 한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요)
그런 한국식 결재방법의 특성 때문인지 비밀번호 입력 방식이나 사인 확인 방식이 허술하여 도용사건이 많지 않을까도 또 걱정되더라고요. 그런데 빠른 변화처럼 간략하게 변해가는 한국 카드 결재가 참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한국 교통
다른 여행과 달리 이번 여행에서는 차를 직접 운전하여 이동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요, 차를 이동하면서 보니 교통이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성화된 운전자는 무감각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요, 저처럼 외국에서만 운전하다 한국 들어와 운전하는 것은 참 큰 고통이었습니다.
(자기 운전 못 하는 것 생각하지 않고 여기서 불평한다고 하실 분도 있으나......)
그런데 제가 경험한 사소한 것들은
고속도로에서 차가 갑자기 잘 달리다 장애물도 없는데 막 브레이크를 밟는 사람들에 식겁했어요. 어? 사고 났나? 정신 차려보면, 아니지...... 저기 무인감시 카메라 앞에서 브레이크를 잡는 것이지...... 그러다 더 사고 날라 걱정이 되더라고요. 갑자기 잘 달리다 브레이크 잡는 행위! 멀쩡한 구간에서 말이지요.
한국에서의 제한 속력은 그렇게 높지도 않은데, 고속도로 제한 속력 120인 스페인보다 더 긴장되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곰곰 생각해보니 화려한 경찰차 경보등의 번쩍거림(곳곳에 달려 있었어요.), 무인카메라로 인한 앞차의 급브레이크, 터널에 있는 휘황찬란한 불빛과 경보음......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경보음...... 터널에서 무슨 사고라도 난 줄 알았어요.
이런 오버액션 같은 교통 룰이 저에게는 참 생소했습니다. 진짜 사고가 났을 때와 구분 못 하게 하는 그 경보음은 무감각이 된 만성 운전자에게 더 큰 자극을 주기 위해 달았는지는 모르지만, 진짜 사고라도 난다면 더 큰 일이겠다 싶었습니다.
생활의 작은 변화들
5년의 세월이 세월이긴 한가 봅니다. 일상생활의 소소한 모습들에서도 많은 변화를 느꼈답니다.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의 유형, 소소한 아이디어 상품 등에서 또 그 변화를 보았답니다. ^^*
실생활에 와 닿는 변화이기에 입이 떡~ 벌어지기까지 한 요즘 모습들이었지요.
아이들과 가는 곳 대부분이 놀이터이거나 놀이 공간, 해변 등이었는데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었습니다.
체험 학교 등 배울 수 있는 공간도 특별했으나, 위의 사진처럼
동네 놀이터 수준이 남다른 곳이 있어 또 놀랐습니다.
디지털화된 운동 기구 같은 것이 있어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우체국이나 은행 등의 고객을 위한 공간이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사실 이런 공간 활용은 10년 전에도 이랬는데, 스페인 사람인 남편은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아주 대단하다는 것 말입니다.
누가 우체국에서 컴퓨터를 쓸 수 있고, 커피와 물 등을 마시며
자유로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지 상상이나 했겠어요?
특히 유럽처럼 공공 물건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말입니다.
위의 사진은 순전히 개인적인 놀라움이었습니다.
후진할 때 후방 카메라가 있어 차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옵션!
입이 떡~ 벌어져 놀라면 주위 사람들은 그럽니다.
"옵션 선택하면 다 이런 것 너도 달 수 있어! 촌스럽긴......!"
(나 촌스런 것 맞다. ^^*)
포대 하나에도 아이디어 넘치는 이 변화......!
글쎄 포대에 지퍼 달아 편리하게 사용하는 모습에 남편이 깜놀했어요.
친정 방문 때 찍은 사진인데, 수제 맥주 만드는 남편이 아주 탐내 했답니다.
지퍼 달린 포대라!!! 보관하기도 좋구......!
게다가 우리 가족이 제주에 머무는 동안 모기와의 전쟁을 많이 했는데요,
밤마다 남편은 저 모기채를 잡고 놓지를 않았습니다.
한 번 사용해보고 눈이 홱 돌아갔다는......!
한국에 머문 지 이제 한 달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처음 왔을 때의 그 셀레임을 뒤로 하고 이제는 차차 적응하니 마치 이곳에 쭉 살아온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답니다. 그 변화도 차차 적응되는 것이 아이들도 한국말을 내뱉으며 대화하고 있으니 그저 신기할 뿐이랍니다.
안타깝게도 아빠는 직장에 나가야 하는 관계로 스페인으로 홀로 떠났답니다.
아이들은 낮에는 즐겁게 놀다가도 밤에는 자면서 칭얼대는 것이 잠꼬대하네요, "아빠~!" 하면서 말이지요. 곧 아빠 만나러 갈 거야. 우리 즐겁게 지내다 아빠 만나러 스페인에 가자! 하고 저는 타이른답니다.
오늘은 한 달 체류하면서 느낀 한국의 변화상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고요, 아직 제주도 관련 포스팅 더 있으니 천천히 글 올릴게요. 아무튼, 저도 한국에 와 너무 즐겁고 좋네요. 정말요!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답글 없음에 너그러이 봐주세요~! 댓글은 다 읽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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