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스페인 고산에 센세이션 일으킨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5. 8.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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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휴가 잘 보내셨나요? 


여기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답니다. 몇 차례 인터넷이 끊기는가 하면, 몇 차례 기온이 뚝 떨어져 산에서 익어가는 산딸기가 익지 않고 멈춰버려 아이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고 있습니다. 한 일 주일만 있으면 산딸기를 따 먹을 수 있을 텐데...... 이 일 주일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저러나 우리는 한국에 다녀온 후, 채소밭에 늦은 감이 있었지만 새 모종을 심었습니다. 오이와 호박, 고추 등등 7월에 심었는데 한 달이 훌쩍 지나 글쎄 엄청난 양의 채소를 우리 식탁에서 맛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신기해요. 채소가 한 달만에 그렇게 부쩍 자란다는 것이...... 


어제는 오이를 이십 여개를 따왔습니다. 우리 쌍둥이 딸 누리가 오이를 보더니, 


"으음, (혀를 내밀며 맛있다는 제스쳐를 하면서) 냠냠~!" 그럽니다. 


앗! 그런데 우리 비스타베야 폰타날 채소밭에서 만난 이웃들이 요즘 한국에서 날라온 물건 때문에 놀라고 있답니다. 뭐, 별 것 아니지만 재미있게도 우리 이웃들이 부러워한 물건이었답니다. 


이 물건은 제주도 한림 공원에 갔을 때 본 물건이었답니다. 너무 신기해서...... 남편과 입이 떡 벌어졌었죠. (제가 좀 유행에 늦어 이렇게 늦게 이런 물건에 감탄했습니다.) 



제주 한림공원에서 놀다가 한 컷 찰칵~! 

각종 신기한 꽃과 동물, 식물을 구경하면서 다니다......

어느 화단에서 어떤 아주머니께서 뒤에 착용한 물건을 보게 되었지요.  



아주머니께서 화단 일 하시면서 착용한 물건 ↑ 

제 눈에 얼마나 편해 보이던지 사진을 찍어 제주에 사는 현지 친구에게 보여줬습니다. 


그러자, 친구 왈, 

요즘 제주 오일 장에 가면 이 물건을 얼마든지 살 수 있다네요. 

그 이름하야, "엉덩이 작업 방석~!" 


우와, 남편과 저의 부러움을 알아챈 친구는 두 개를 우리 부부에게 선물해주었습니다. 


속을 열어보니 스티로폼 같은 딱딱하고 가벼운 재질이라 이 부피를 어찌하나? 고민하다 

속에 있는 것은 다 빼고 부피를 가볍게 하여 스페인 고산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홀쭉해진 방석을 가져왔지요. 


스페인 집에 도착하여 우리는 이 물건을 빼어 그 속에 다시 스티로폴을 채워넣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못 쓰는 내열 플라스틱을 잘라다 넣었는데 아주 단단하니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물건을 사용하자고 채소밭으로 가져갑니다. 이 엉덩이 작업 방석의 장점은 아주 가벼워, 장시간 일하는 밭일에서 엉덩이에 장착하고 풀지 않고 이동하면서 잡초 뽑고, 김 매고, 솎아내고...... 등등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스페인에서 속을 채워넣은 작업 방석~! 



남편이 앉아서 시험을 봅니다. 

"오우~! 좋은데? 그런데 작은 사이즈다. 나에겐 큰 사이즈가 필요해~!" 

그런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잘 앉아서 양파 작업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정말 앉아서 하는 작업에는 최고네요. ^^*


아빠의 모습을 보던 아이도 해보고 싶다면서 조릅니다. 



결국, 우리 집 식구 모두가 노리는 작업 방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채소밭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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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할머니는 올해 이 채소밭을 포기하셨습니다. 그런데 가끔 산책 하러 오시긴 하는데요, 저희가 간 날에 운이 좋아 마리아 할머니까지 뵙게 되었습니다. 유유히 앉아서 몇 주 전에 뿌려놓은 빨강무를 솎아 내고 있었습니다. 


촘촘이 자라나고 있는 빨강무가 얼마나 맛있게 보이던지...... 어서 어린 순을 뽑아다 열무김치나 할까? 하고 기분 좋아라 뽑아내고 있었지요. 그때 할머니께서 절 보시더니 깜짝 놀랍니다. 


"요즘 시절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이것처럼 좋은 물건은 처음이야~!"

"어? 무슨 물건요?"

"지금 앉아서 사용하고 있는 물건! 정말 좋네. 내가 젊었을 때는 왜 저런 것이 없었을까? 허리만 아프게 말이야!" 

할머니는 또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제게 말씀을 하십니다. 

"아~! 이 물건은 제가 한국에서 가져온 거에요."

"오? 그래! 정말 센사시오날(sensacional) 하군!" 


하하하! 할머니께서 정말 '센사시오날'하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 뜻은......


선풍적 인기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등의 뜻이랍니다. 정말 생각해보니 밭 일하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물건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게, 할머니는 평생 밭일을 하셨는데, 이런 물건 한 번 사용해보지 않으셨으니 그런 말씀을 하실 만도 하지요. 그래도 올해는 편안하게 산책만 즐기시는 할머니도 나쁘지 않았답니다. 


마리아 할머니가 이렇게 좋아하시니 기분이 참 이상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쪼그리고 앉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사실 그 후에도 밭에서 일하다 만난 주위의 이웃들도 깜짝 놀라며 할머니와 같은 반응을 했습니다. 


"정말 좋은 물건이네~!"하고 말이지요. 너도 나도 한 번 착용해보자며 앉아보는 이웃들...... 정말 마음 같아서는 몇 개 사서 선물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진작 이 반응을 알았다면 선물로 사올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사실 밭에서 일할 때 이런 허리 구부린 자세를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네요. 편하게 앉아서 하는 방법을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표정이었어요.   


아! 쑥스러워라. 이렇게 좋아해주니...... 작업 방석을 잘하면 이곳에서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겠구나 싶네요. 아마도 비슷하게 이웃들이 만들어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가 허리 숙여 일하고 싶겠어요? 늦게나마 찾아온 이 아이디어로 사람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나 않았나 싶네요. 


재미있는 한국의 작업 방석이 이곳에서 큰 인기를 끌지 누가 알았겠어요?  


그날 저는 채소밭에서 솎아온 빨강무로 김치를 했습니다. 우와, 맛있어라...... 솎은 채소를 버리지 않고 뭘하나 유심히 보는 남편에게 깜짝 놀랄 김치를 만들어줬지요. 사실, 남편은 채소 솎아서 닭에게 던져줄 심산이었답니다. 이렇게 맛나 보이는 빨강무~~~!



밭에서 솎아낸 무~! 

잘 다듬어 맛난 김치로!!!



이 맛있는 것을 닭에게나 주자고요?! 

사실 이렇게 여린 것이 더 맛있는데......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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