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우리 집에 반려견 데리고 놀러 온 스페인 친구, 짐이 한 보따리

산들무지개 2015. 10. 31.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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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제가 일하는 관계로 아이들 아빠가 애들을 데리고 시댁에 간 사이 친구가 놀러 왔습니다. 오랜만에 친구와 단둘이 2박 3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참 좋더군요. 그러다 아이들이 온 후에 이 친구는 하루 더 머물러 결국은 3박 4일을 우리 가족과 보냈답니다. 


여러분이 이미 아실까 모르겠는데, 스페인에서는 친구 집에 초대받았을 때 가지고 가는 것들이 있답니다. 뭐, 빈손으로 가도 되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어쩐지 이것을 민폐로 아는지 항상 무엇인가를 바리바리 싸들고 온답니다. 



2015/05/10 -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 스페인 친구집에 갈 때 가져가는 식량


2015/05/01 -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 스페인 휴일 점심 초대를 받았다면 각오해야 할 것들


2014/12/10 -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 자신이 먹을 음식을 챙겨오는 스페인 손님


2014/11/20 -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 스페인에서는 시댁 갈 때에도 '이것'을 챙겨요.


2014/10/28 -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 스페인 친구 집에 가기 전, 꼭 챙겨야 하는 것들


 

위의 글들은 이런 손님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꼭 남의 집에 갈 때는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고 가는 것이 예의랍니다. 혹시, 그 집에 이불이 부족하거나, 침대 시트가 부족할 경우에 대비하기도 하고, 혹시 그 집에서 민폐 끼치지나 않을까 음식을 잔뜩 싸들고 가거나 하는 일들 말입니다. 


이번에 친구가 놀러 오겠다고 했을 때 마음대로 있다가 가라고,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에서 떨어진 마을에 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있다가 가라는 의미에서 말이지요. 그런데 역시나 친구는 제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무엇인가를 잔뜩 싸들고 왔습니다. 심지어 반려견까지 데리고 왔습니다. 


스페인에서 반려견을 함부로 친구 집에 데려갈 수 있느냐구요? 그것은 아니고요, 오기 전에 양해를 구합니다. 혹시, 반려견을 데리고 가도 될까, 하면서 말입니다. 여기가 마을도 아니고 농가이기 때문에 반려견들이 오면 아주 신나게 뛰어다니고 즐기기에 흔쾌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한국 같았다면 참 어려운 일인데 말입니다. 


스페인도 다른 유럽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반려동물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친구 집에 갈 수 있는 여유가 한국보다는 어쩌면 더 많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좌식 방바닥 문화가 아니라 그런 것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친구가 역시나 가지고 온 것은 자신의 이불과 베개, 그리고 먹거리였습니다. 우리 둘밖에 없는데도, 이런 것을 다 준비해오니 좀 희한했답니다. 같이 이불 덮고 자는 문화가 없는 것 같아 말이지요. 같이 옆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좀 길게 밤을 지새우면 좋을 것 같은데, 역시나 스페인은 밤에는 그냥 잠만 잡니다. 수다를 더 떨고 싶으면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하거나 식탁에 앉아 긴 이야기를 하지요. 


그래서, 그날 밤 우리는 식탁에 앉아 긴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녀의 전직 경찰관 시절의 영화 같은 이야기로 말입니다. 그 이야기 중 한 부분은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위의 사진은 친구 허락받고 올린 것입니다.)


https://story.kakao.com/ch/spainmusaa/FEbBCls6830




친구와 같이 온 반려견 알라스입니다. 

'날개'라는 뜻입니다. 덩치가 저보다 큽니다. 그런데 부드러운 버터보다 더 부드러운 녀석이랍니다.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엄청나게 환호한 녀석이랍니다. 


친구가 반려견을 집에 데려오면서 가져온 것들도 참 대단했습니다. 당연히 녀석의 그릇이랑 먹이를 가져왔지요. 재미있는 것은 녀석이 지낼 침대까지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밖에서 재우면 되잖아~?! 할 수 없는 환경에 사는 스페인 반려견들은 역시나 집안에서 편안한 침대에서 지냅니다. 



알라스는 자기 침대에서 자지 않고 저렇게 바닥에서 눕습니다. 우리 집 난로의 화력이 너무 뛰어나 더워 침대에서 잘 수 없지요. ^^ 나중에 돌아갈 때 한 짐을 차에 집어넣는 모습을 보니, 우와, 정말 번거롭지만, 여유가 있구나 싶었답니다. 반려견의 물건을 챙길 수밖에 없지요. 심지어 반려견 향수까지 챙겨왔더라고요. 



남의 집에서 개냄새 풍기면 민폐라고 생각했는지...... 



반려견을 위한 향수까지 챙겨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재미있었네요. 



아이들이 돌아왔을 때 소소한 생일 파티를 했답니다. 



친구가 자기 보따리와 함께 가져온 물건을 펼칩니다. ^^* 마을의 친구가 손수 만든 작은 브로치입니다. 



우와, 아이들이 신나게 좋아한 물건이랍니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은 이렇게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오네요. 

그래서 기분 좋아지는 손님맞이입니다. 소소하지만 배려가 느껴지는 그 마음, 민폐 끼치지 않으려는 그 마음, 반려견이라도 애정을 다하는 그 모습, 친한 친구지만 거리를 지키는 그 모습...... 


볼수록 좋은 이곳의 한 문화입니다.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세요~! 

저도 좀 쉬겠어요. 오늘 마을 시청에서 일하는 일의 한 보고서 제출~ 유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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