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나무꾼 산똘님의 부업 행진은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전설적인 이야기이죠? 스페인 고산에서 부업이라? 네, 부업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사실 부업이라기보다는 이웃을 위한 크고 작은 소소한 일들이지요. 이웃 어르신을 도와준다거나 이웃의 와이파이 안테나를 설치해준다든가 하는 작은 마을에서 있음 직한 일들이지요.
그렇게 보상도 마찬가지랍니다. 직업 구하기가 밤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작은 마을에서 과연 어떤 보상을 받아올까요? 힘 좀 쓰는 남정네들에게는 노동교환으로 대신하고, 엄마들에게는 하루 아이들 봐주세요, 하고 부탁을 합니다. 상대방의 특성에 따라 그 보상 형태도 달라진답니다. ^^* 그러고 보니 남편이 너무 재미있네요. 돈을 벌어오는 것이 아니라, 이웃 간의 정을 벌어오는 것이니 말이지요.
이번에 이웃 할아버지께서 남편에게 준 것은 비스타베야에서만 나는 귀한 것이었답니다.
남편은 입이 찢어져 집에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특별히 이것을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아주 좋아하거든요, 환장하게......! 바로 트러플(서양송로버섯)이랍니다.
비스타베야의 특산물, 트러플(Truffle)입니다. 아직 겨울시즌이 아니라, 검은 서양송로버섯(Tuber melanisporum)이 아니라 여름에 나는 서양송로버섯(Tuber aestivum)이었습니다. 여름의 반짝 더위가 가을에도 이어졌는지, 늦깎이 여름 트러플이 났습니다. 그래도, 이게 웬 횡재야? 우와, 좋아라...... 이 버섯은 아주 비싸거든요.
단면을 잘라보면 바로 이런 모양입니다. 촘촘한 망이 연결된 모습이 보인답니다. 트러플은 껍질까지 다 먹습니다. 정말 독특한 향과 맛이 전 세계 미식가를 흔들게 할 이유를 알게 되었지요. 세계 3대 진미에 속하는 것이 바로 요것이라네요.
그런데 우리 가족은 요 버섯을 아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먹을 때 다 먹자 주의자여서 이렇게 이 버섯을 얇게 갈아서 달걀 후라이에 올려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정말 다이아몬드 아침 식사네요. 트러플은 유효기간이 짧아서 신선할 때 바로 먹어줘야 한답니다. 안 그러면 너무 아깝답니다. 참고로 비스타베야 트러플 시세는 해마다, 달마다 바뀌고 있습니다. 금값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트러플이지요. 그런데 보통 위의 동그란 모양의 트러플은 20-40유로(비스타베야 페냐골로사 조합 시세) 정도에 팔리고 있답니다. 프랑스에 수출하면 값은 몇 배로 더 뜁니다.
"정말 위험한 아침 식사야~!"
남편은 이런 소릴 합니다. 비싼 재료에 비싼 아침 식사에 입맛 들여 고급이 되면 큰일 나겠다는 의미로 말이지요. 헉? 그런가......
그러다, 어제는 산똘님이 정말 입이 찢어져 집으로 왔습니다. 너무 좋다는 의미로 룰루랄라 노래까지 하면서 말이지요. 어제는 루마니아인 아줌마 와이파이 안테나를 고쳐주고, 받아온 것들에 참 좋아하더라고요.
위의 사진에 나온 음식이 남편이 받아온 루마니아 음식이랍니다. 하하하!
이미 잘라 먹은 빵은 아줌마가 냄비에 넣고 한 빵이라네요. 헉? 냄비 가지고 빵을 할 줄 안다고? 제가 놀라 남편을 뒤흔들었죠.
"다음에 갈 때는 나도 데려가 줘. 어떻게 냄비에 빵을 하는지 좀 배워야겠어~!"
남편은 빵에 위에 보이는 염소 우유 치즈와 훈제 허브 돼지비계를 넣어 먹습니다.
염소 우유 치즈와 훈제 허브 돼지비계는 직접 루마니아 친정에서 가져온 집 음식이라고 합니다. 비스타베야 인구 중 루마니아 가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꽤 된답니다. 학교 어린이의 50%가 루마니아인이었던 때도 있었으니 말이지요. 저 훈제 돼지비계는 작년에도 받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주시네요. 남편은 혼자 먹는다고 조금만 달라고 말하더니, 허브향 들어간 비계를 먹고는 후회를 합니다. 더 많이 받아올 걸, 하고 말입니다.
"으이이이~~~, 너무 맛있다. 위험하게 맛있네~!"
루마니아 사람들은 아침마다 비계 한쪽씩 생양파나 토마토와 함께 먹는다고 하네요. 남편은 한 입 또 먹으면서 그럽니다.
"정말 위험해~!"
하하하! 콜라스테롤 증가 때문에 걱정되어 쭈삣쭈삣 먹게 되는 음식 때문에 위험하고, 너무 맛있어서 자꾸 먹게 된다며 위험하다네요.
아무튼, 남편이 부업으로 가져온 것들은 다 위험합니다. 비싼 트러플에 입맛이 고급으로 원하면 또 위험하고, 돼지비계 때문에 또 위험하다고 하는......
(남편, 근데 돼지비계는 당신이 자주 먹던 것 아니야?)
오늘도 즐거운 하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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