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먹거리

집에서 직접 빵 만들면서 알게 된 사실 몇 가지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5. 9. 15.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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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상에는 해보지도 않고 미리 겁내는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크든 작든 모르는 일들 앞에서는 언제나 '내가 생각하는 어떤 관념'이 개입하여서 하기를 주저하게 된답니다. '이 일은 이러이러하니 안 돼~!', '이 일은 어쩐지 너무 피곤할 것 같아 안 돼~!' 등등......


제게는 "빵 만드는 일"이 그 일에 해당되었답니다. 어쩐지 빵은 제과점에서만 사 먹어야 할 것만 같고, 빵 만드는 일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 같고...... 또, 레시피도 복잡하고, 발효하고 부풀리는 시간도 많고, 반죽도 엄청나게 잘해야 할 것 같은 것이 베이킹이었답니다. 


그러나, 여러분~! 베이킹을 해보고 나니, 우리가 보통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역시 선입견일 뿐이었답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베이킹 쿠킹 레시피가 있고, 또 그 빵마다 정통(?) 과정을 넘어 그냥 대충해도 빵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답니다. 저에게는 빵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쉬워진 것이 아주 당연한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답니다. 


그럼, 오늘은 제가 가지고 있던, 아니,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는 빵 만들기에 대한 선입견을 깬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이 경험은 제 경험으로 진짜 놀라웠답니다. ^^* 



1. 빵의 핵심은 반죽이다. 반죽을 열심히 치대고 힘써서 해야 한다. 


제롬님이 그러셨죠? 힘 좋은 남자가 빵 반죽 잘하면 정말 맛있는 빵이 나온다고...... ^^


그런데 제 경험은 "땡~! 틀렸습니다." 입니다. 왜냐면 제가 해보니 빵은 재료만 적당히 잘 섞어두면 발효가 절로 되어 빵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빵 하나를 만들었는데, 시간이 없어 대충대충 그것도 고무 주걱으로 빵을 반죽했는데 엄청나게 맛난 빵이 되어 나왔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대충 뒤적뒤적 고무 주걱으로 한 반죽도 빵이 된다는 사실~! 힘보다는 적당히 섞어주는 기술?! 



위의 식빵은 재료 : 강력분 350g, 생이스트 8g, 소금 6g, 버터 20g, 물 110g, 우유 110g, 설탕 15g입니다. 


어떻게 했느냐면요, 


① 강력분이 조금밖에 없어, 그냥 보통 밀가루를 섞어서 350g을 맞췄답니다. 먼저 밀가루와 소금을 큰 그릇에 넣고, 손으로 잘 섞어줬습니다. 


② 미지근한 물 110g에 설탕 15g을 넣고 생이스트를 풀어주고 10분 정도 뒀습니다. 그러니까 부글부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스트가 설탕 발효하면서 생기는 거품~ 


③ 우유도 미지근하게 데우면서 버터를 같이 넣고 넣어줬습니다. 그렇게 준비하니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①에 ③을 먼저 넣어줬습니다. 주걱으로 좀 뒤적뒤적해주다가 마지막으로 ②를 넣어 고무 주걱으로 뒤적뒤적 반죽을 해줬습니다. 반죽도 아이들 데리러 학교 가야 했기에 5분도 안 했습니다. 그렇게 반죽한 것에 랩을 씌우고 발효를 해줬습니다. 1시간 정도 학교 갔다 와 보니 부풀어 올라 두 쪽으로 나눠 가스를 빼주고 바로 빵틀에 넣어 40분간 발효를 해줬습니다. 그리고 달걀물(노른자 + 우유 같은 비율)을 바르고 예열된 오븐에서 180도로 25분 구웠더니 저렇게 나왔습니다. 완성~! 아주 잘 됐어요. 


반죽을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빵 만들기였습니다. 


아마도 발효되는 이스트와 오븐 온도 등이 빵 만들기에 더 큰 결정을 하는 듯합니다. 



2. 빵은 꼭 3차 발효까지 해야 한다.  


이것도 하나의 정석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발효되는 반죽의 가스를 빼주고, 결(글루텐 막이 골고루 형성)을 더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서도 여러 번 발효하는 것도 좋지만, 귀찮은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당부드리자면 꼭 그렇게 여러 번 해줄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헉?! 정말? 


정말이에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해보니까 그렇더라니까요. 



위의 빵은 [참나무집 호밀빵]입니다. 1차 발효만으로 만들어진 빵입니다.  

이것은 반죽하고 그냥 동글동글 말아서 오븐 쟁반에 바로 두고 겨우 40분 발효시키고 예열된 오븐 180도에 넣고 20분 구워줬답니다. 그랬더니 저렇게 맛있는 호밀빵이 되고 말았어요~! 


정말 놀라운 빵 만들기였습니다. 그것도 어렵다는 호밀로 말이지요. 


위의 빵은 밀가루 400g, 호밀 200g, 생이스트 각설탕 한쪽 크기, 미지근한 물 40ml, 설탕 1tsp 기름(올리브유) 4tsp, 요구르트 1통(100-120g), 달걀 2개, 물 80ml, 깨,잣,호박씨,해바라기씨 등등 열매 


아...... 먼저 따로 작은 그릇에 미지근한 물 40ml에 설탕 1티스푼을 넣고 생이스트를 풀어서 둡니다.  


① 밀가루를 체에 처서 걸러 냅니다. 

② 호밀가루를 넣어 잘 섞어줍니다.

③ 올리브유 + 요구르트 + 달걀 + 물 80ml을 잘 섞어서 ①과 ②가 섞인 곳에 넣어 고무 주걱으로 잘 섞어줍니다. 그리고 잘 섞이면 위의 생이스트 푼 물을 넣어 반죽해줍니다. 저는 고무 주걱으로 먼저 반죽하고 깨나 호박씨, 해바라기씨, 잣 등을 넣어 손으로 골고루 섞이게 반죽했습니다. (사진에 잘 나오지 않지만 이런 열매를 첨부하여 반죽했습니다.) 반죽이 적당히 잘 되었다 싶으면 저렇게 조각으로 나누어 동글동글~, 유산지 올린 오븐 쟁반에 올려줍니다. 그렇게 랩을 씌우고 40분간 발효시켰습니다. 


그리고 가스 빼주지 않고 바로 오븐에 구웠어요. 굽기 전에 달걀물도 발라줬습니다. 예열된 오븐에 180도로 20분 구워줬어요~! 



▲ 아침 식사로 아주 좋습니다. 

치즈 스크램블 에그를 해줬습니다.

마법 같은 빵인지, 아이들이 달라고 매일매일 졸라대고 있습니다. 

이 빵은 버터와 이런 달걀, 치즈와 같이 먹으면 맛있는 빵입니다. 

 


한쪽씩 떼어먹는 즐거움이 느껴지는 호밀빵이었습니다. 속도 단단하니 질감이 아주 좋은 빵이었습니다. 아이들 아침 식사로 끝내준 호밀빵입니다. 

발효가 더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작은 덩어리로 나누어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3. 빵 만들 때는 꼭 강력분을 써야 한다. 



이것도 제가 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답니다. 력분 없이 그냥 밀가루로 해도 된다~! 

우리 스페인 고산은 강력분 밀가루를 살 수가 없답니다. 우리 집에서 차 타고 15분 걸리는 마을의 작은 구멍가게에 그것까지 갖다 놓고 팔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강력분을 사기 위해서는 이웃 마을의 슈퍼마켓에 가야 하는데 구불구불 도로를 타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몸소 고생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40분 걸리는 거리를 갖다 올 수 없어 필요하면 그냥 밀가루를 써서 빵을 만든답니다. 


그냥 밀가루를 써도 빵이 만들어지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그래서, 당당히 말씀드리건만 위의 2번 항목처럼 밀가루를 써도 빵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위의 빵도 강력분도 아니고, 케이크용 밀가루도 아닌

보통 밀가루를 사용해 만든 비스코초(카스텔라 같은 빵)입니다. 

또한, 무발효로 만들어진 빵입니다. 오븐에서 발효......


아주 만들기 쉬운 레시피로 40분 안에 만든 빵입니다. 

준비시간 10분 + 오븐 30분 정도? 

(개인의 작업 능률과 오븐에 따라 시간도 달라짐)



위의 관련 글을 읽어보세요.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디저트용 빵 만들기입니다. 위의 빵 사진도 이 레시피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후다닥 만드는 디저트용, 커피와 마시면 좋을 빵입니다. 


이렇게 제가 요즘 베이킹을 하면서 경험한 빵 만들기의 편견을 깬 몇 가지 사실입니다. 뭐, 경험이니 다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런 경험이 빵 만들기를 두려워하는 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바입니다. 


또...... 이스트도 종류가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았고, 천연 이스트에서부터 생 이스트, 화학 이스트, 건조 이스트, 또...... 맥주하고 남은 이스트(효모)도 빵을 만드는 발효품이라는 것이죠. 근데 맥주빵은 확실히 써서 좀 꺼려지는 것이...... ^^* 산똘님이 만들고 남은 효모를 잘 정제하여 재생하여 좀 쓰지 않은 이스트로 만들어 빵을 만들어봐야겠어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 저 요리 블로거 아니에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 경험으로 미루어본 빵 만들기가 어렵다는 선입견, 좀 깨셨나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전 닭 모이 주러 가요~!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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