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스페인에서 비 한 번 오면 정말 큰 난리네요

산들무지개 2015. 11.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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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중행사처럼 올해도 또 폭우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제 생애 생전 처음으로 보는 폭우로 이런 피해가 또 있을까 싶은 굉장한 괴력이었습니다. 물론, 인도나 태국에서 몬순 기간에 맞은 어마어마한 양의 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하루 만에 170리터의 양을 쏟아낸 스페인의 하늘이 정말 무서워 보였습니다. 


왜 무서웠느냐구요? 


스페인에 다녀가신 분들은 하나같이 "스페인 날씨 정말 좋다", "날씨 좋은 스페인에서 살면 정신병 치료에 정말 좋겠어", "스페인에서 내 정년을 맞고 싶어" 하실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북유럽인들은 스페인에 내려와 마을을 이루며 사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날씨 좋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중부, 북부 유럽인들이 제일 살고 싶은 나라가 오죽했으면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칼이겠습니까? 날씨 좋은 지중해에서 살고 싶어 하지요. 


그런데 이 날씨가 쨍쨍한 스페인에서 하루 만에 괴력을 뿜으면서 비를 쏟아냈답니다. 

마치 하늘에서 양동이로 물을 화악 뿌려내는 것처럼. 마치 하늘에서 버킷 챌린지하는 것처럼. 

우리 가족에서 무섭고 차가운 어마어마한 버킷 챌린지를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자연의 그 괴력에 꼬리를 더 내리고 겸허해진 마음으로 오늘은 산책할 수 있었지요. 


비가 오는 첫날 밤, 우리 가족의 사연입니다. 


비가 똑딱똑딱 조용히 내립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그날 할로윈의 여운을 느끼기 위해 잭오랜턴 호박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아주 순진하게 말입니다. 


 

 


이렇게 폭우 전야, 즐겁게 놀았답니다. 


그날 밤은 어쩐지 천장에 비가 새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얏호~ 하면서 안심하고 잘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새벽같이 회사에 출근하고 나자마자 비가 하늘에서 막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아아악~! 그때부터 비가 벽 사이로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아~~~! 왜 스페인 사람들은 이렇게 지붕을 한국처럼 푹 덮는 형태로 하지 않았어?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그랬더니 스페인 세라믹 재료 시간에 들었던 수업이 생각나더군요.


"스페인은 지중해성 기후이기에 건조한 환경에 맞게 테라코타식 기와를 써요. 그래야 수분을 유지하고 집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준답니다. 단점은 비가 한 번 오면 그 테라코타의 작은 구멍 사이로 수분이 새어 나와 푹 젖어요. 그래도 일 년에 큰비는 많으면 한 번 밖에 오지 않아 이런 기와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답니다." 


우리 재료학 교수의 설명이 막 떠오르는 겁니다. 그런데 왜 그때 제주도의 [에코랜드]가 생각났을까요? 


"아~! 제주도 에코랜드 건물 기와가 다 스페인산이던데, 괜찮을까?"


이런 생각이 막 들었습니다. 괜스레 이국적 건물 풍경을 위해 제주에서 스페인산 기와를 사용하던 모습이 떠올랐던 겁니다. 제주도는 제주 기와를 사용했어야 해~ 이런 생각이...... 


그리고 스페인 벽은 지붕에 바로 연결되어 지붕이 우산 역할을 해주지 않더군요. 비가 적게 오는 지역이라 천장이 높고 지붕은 짧다고나 할까요? 


그 와중에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집안에서 물빼기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벽에서 쏟아지던 비가 천장에서 또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책장 위에도 현관문에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물건을 아래층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안에 비는 굉장한 굉음을 내면서 쏟아졌습니다. 순간 집에서도 한참 떨어진 자연공원에 근무하는 아이들 아빠 때문에 너무 걱정되었습니다. 



이제 집안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대걸레로 물을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낮은 지대의 화장실도 물이 차올라 아이들이 유일한 구간인 아래층 놀이방에 들어가 피신했습니다. 아이들은 오늘 학교 가지 않는다고 그저 신났습니다. 



비가 우리 집 앞까지 차올라 어디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자연공원에 있는 남편과 통화가 되었습니다. 곧 집으로 돌아온다면서 자연공원 문을 닫을 참이었다나요? 그래도 무사히 집에 오면 정말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남편이 20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겁니다. 휴대폰에 전화를 해도 받질 않더군요. 무슨 일이 있을까? 


당시, 그 현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평소에는 물 한 방울도 없는 해발 1,200m의 고산평야가 바로 변신하기 시작하던 순간이었습니다. 굉장한 괴력의 비가 이런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쏟고 고산평야를 가라앉힙니다. 


남편은 자연공원 들어가기 전의 아슬아슬한 작은 다리를 세 번이나 건너 평야로 진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평야는 이렇게 물이 차오르고 있고, 차마 집으로 올 수 없었다고 합니다. 물의 속도가 굉장했다네요. 그래서 다시 자연공원으로 돌아가려니, 그 작은 다리에 물이 차올라 건널 수가 없었답니다. 아~~~ 이제 어디로 가지? 


하던 순간, 삥 돌아서 가는 길을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산을 빙빙 돌아 다른 마을로 돌아서 비스타베야로 진입하는 그 길이 떠올랐다네요. 2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휴대폰도 잡히지 않고...... 남편 속도 애탔다고 합니다. 폭우가 그 산길마저 훑고 지나가니 말입니다. 보통 차였으면 떠내려갔을 정도였다네요. 남편이 그날 끌고 간 차는 다행히 아주 무거운 4륜 구동차였습니다. 

 


물 한 방울도 없는 비스타베야의 변신은 정말 무섭습니다. 저는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이런 모습은 정말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남편이 이웃 마을을 돌면서 비스타베야 진입을 시도한 도로입니다. 오~ 이곳 다리가 높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 집이 고산평야 상류에 있어 물에 푹 잠기지는 않았지만 아래 평야의 집들은 물난리로 정말 대단했다네요. 그렇게 남편은 2시간 후에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답니다. 휴우우~ 정말 다행이다. 물을 뚫고 돌아돌아 그래도 괜찮은 길로 돌아서 왔다고 합니다. (자연공원에서 집까지 15분이면 올 거리)



다행히 남편이 돌아와 정말 안심했네요.

그 와중에서도 집안에서 지루해할 아이들을 위해 아빠는 또 차를 몰고 근처의 길 점검에 나섰습니다. 그래야 마을 시청이나 경찰에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요.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도로 일부가 저렇게 물에 잠겼습니다. 게다가 도로에 포장된 아스팔트도 떠내려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저 거센 물결을 헤치고 남편은 평소에는 마른 개울을 찾았습니다. 

 


물이 튀기니 아이들은 세상 물정도 모른 채 좋다고 환호입니다. 하하하~!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마른 하천의 도로가 물에 푹 잠겼습니다. 게다가 저 물살은 얼마나 센지...... 보는 내내 떨렸답니다. 



차에서 나와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또 한 차례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 아니면 영영 우리 물에 잠길 거야...... 하면서 서둘렀습니다. 



스페인 비는 정말 알 수 없어요. 한 번 내리면 어마어마한 위력으로 사람 혼을 확~ 빼놓으니 말입니다. 물론, 한국의 장마도 그렇지만, 스페인에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으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날씨 좋은 스페인에서 이런 비라......! 



동네 사람들도 다 난리가 난 폭우였습니다. 

집도, 사람도 비에 홀딱 맞아 생고생한 하루였습니다. 딱 하루 만에 내린 비가 이 정도였습니다. 아니, 반나절 만에 내린 비~! 



그날 밤, 우리 가족은 또 한 번의 불안한 폭우를 만날까 걱정되어 잠자리를 아래층 놀이방에 마련하고 잠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니 불안도 줄고,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 여전히 길은 험하여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빠가 회사에서 잠깐 짬을 내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혼자 햇살 쨍할 때 잠깐 산책하고 왔습니다. 


 

 

 


비가 또 조금씩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여 금방 돌아오고 말았네요. 


오~! 비에 흠뻑 젖은 대지를 보니 참 좋기도 했습니다. 심한 폭우에 고생한 마음이 금방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매년 이런 연중행사를 치르는 것일지도 몰라~! 혼자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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