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스페인에서 파에야 철판 막 만지면 안 되는 이유

산들무지개 2016. 3.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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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살아야만 알 수 있는 이 파에야 철판 관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해외의 이국적 생활 모습과 음식을 마치 우리 생활과 익숙하게 머릿속으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계가 하나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쉽게 정보를 찾고 눈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한국에서 이제 일반인도 다 아는 파에야(Paella)라는 음식입니다. 스페인을 대표할 수 있는 요리가 된 발렌시아(Valencia) 전통 밥 요리입니다. 이 파에야는 닭고기나 토끼 고기에, 채소 등을 볶다가 육수를 넣어 끓입니다. 그리고 쌀을 투척, 끓여내는 방식의 요리로서 해산물, 믹스형(육류와 해산물) 등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요리입니다. (그런데 전 해산물 파에야를 참 좋아합니다)


지난번 우리 집에 방문한 한국 친구가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는데 이상한 정보를 제게 들려주더군요. 


"어떤 글에서 읽었는데 스페인서는 파에야 철판을 엄마만 만진다고 하더라."


에잉? 전혀 들어보지 않은 이야기라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누가 그래? 파에야 철판을 왜 엄마만 만져?"


"아! 그게...... 어떤 한국인이 스페인 가정에 초대되어 갔더니, 파에야가 나왔다고 하네. 초대 음식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려고 그 친구가 파에야 철판을 만졌더니 그 엄마가 그랬다나? 그 철판은 함부로 만지면 안 돼~! 나만 만지는 물건이야. 하고......"


하하하~! 저는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엄마만 만지는 철판이라서 그 한국인 초대객이 그것을 못 만지게 했을까요? 아닙니다. 

여기서 그 이유를 밝히겠습니다. 


파에야는 보통 큰 철판에 요리합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여러분은 상상으로는 가능한데, 그 철판 재료나 모양새를 상세히 그려내지는 못하실 겁니다. 



파에야 철판은 테프론 코팅이 안 된 말 그대로 철판입니다. 전통적으로 써온 것은 철판(사진의 오른쪽)인데 요즈음은 세라믹 코팅(사진의 왼쪽)이 되어 나온 것도 있지요. 그런데도 대부분 파에야 만드는 사람들은 오른쪽 철판의 넓적하고 둥근 전통적 철판을 이용합니다. 


이 넓은 철판에 필요한 불은 어떻게 해결하느냐구요? 


이것도 보통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전통적으로 장작에 불을 붙여 장작으로 하는 파에야이고 다른 하나는 특별 파에야용 가스 불에 올려 하는 방법입니다. 



위의 방법은 요즘에도 가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장작불로 파에야 만들기 방법입니다. 보통 일요일 아빠들이 나서서 해주는 요리가 파에야입니다. ^^


 

위의 사진은 가스불을 이용한 파에야 만들기 방법입니다.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이런 방법을 사용하여 파에야를 만듭니다. 지금도 파에야 잘하는 레스토랑을 방문하면 특별한 부엌에서 장작불을 피워놓고 파에야를 만든답니다. 그 풍경이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10개 정도의 파에야 철판이 사이를 두고 장작불에서 동시에 끓여지는 모습이 말입니다. 


앗! 여기서 잠깐~ 제가 이 포스팅 준비하면서 자료를 찾던 중 재작년 샘 킴 님이 다녀가신 포스팅을 발견했네요. 링크를 클릭하시면 그때 파에야 만들던 사진들이 나옵니다. 아주 재미있어요~! 

http://blog.daum.net/mudoldol/540


이 링크에서도 샘 킴 님은 전통적 방식으로 파에야를 만들고 있으십니다. 


여기에 중요한 단서가 있답니다. 왜 파에야 철판을 함부로 만질 수 없느냐? 


예상하셨나요? 맞습니다. 바로 철판에 그을림이 일기 때문이지요. 



시커먼 그을림이 영구적으로 생기게 되는 철판이기 때문에 함부로 만지다간 옷이 엉망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은 특별히 이 파에야 철판을 관리하게 된답니다. 


어떤 식으로요? 


철판을 다 사용하고 나면 일단 물을 붓습니다. 물이 잠겨 안쪽의 음식물들이 어느 정도 불어 설거지하기도 편합니다. 대신 설거지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면이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철판의 바깥쪽, 그을림이 있는 쪽은 씻지 않기 때문이지요. 오직 안쪽만 설거지한다는 법~! 그리고 이 철판을 씻을 때는 꼭 야외에서 씻더라고요. 실내에서 씻게 되면 그을림 방지용으로 신문을 아래에 두고 씻고요. 


음식물이 불면 수세미로 한번 씻어주고요, 씻은 물은 다 버립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파에야에 쓰고 남은 레몬 껍질을 버리지 않고 그것으로 말끔히 닦아냅니다. (다음 포스팅으로 스페인 외할머니께 배운 레몬 세재 만드는 법을 하기로 합니다.) 



역시 철판이라 녹이 금방 슬잖아요? 그것에 대비하여 스페인 사람들은 레몬으로 닦아 윤이 반짝반짝 빛나는 철판 위에 기름을 쫘악 둘러줍니다. 기름으로 구석구석 안쪽을 코팅해주면 파에야 철판 설거지는 끝입니다~! 이 기름은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 녹이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고 합니다. 



레몬으로 닦고 기름으로 코팅하여 공기 접촉을 차단한 남편이 파에야 철판을 들고 흐뭇하게 웃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녹슬고 그을림 있는 철판은 특별하게 보관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두꺼운 상자를 접어 바깥쪽에 대거나 사람이 닿지 않는 곳에 대롱대롱 매달아 보관하는 그런 방법 등으로 말이지요. ^^



친구가 운영하는 도시락 식당의 파에야 철판들입니다. 그을름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차곡차곡 종이와 함께 보관합니다. (위의 사진)


그런데 가정에서는 이 물건이 꽤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창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창고에 대롱대롱 매달아 보관합니다. 저것도 잘못 만지면 큰일이에요. 


어떤 분은 파에야 하다 철판 태워 먹었다고 한탄하시는데 사실은 스페인 사람들은 매일매일 태웁니다. 중요한 것은 바깥쪽은 씻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차피 계속 태울 거니까 씻어줄 이유가 없으니 말입니다. 대신 안쪽으로는 잘 씻어주고 기름 코팅을 해서 마무리를 한다는 것이지요. 


여러분, 오늘 참 재미있는 포스팅 아니었나요? 파에야, 음식 먹을 땐 즐거운데 그 뒷이야기 '철판 설거지'는 좀 상상외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 재미있었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스페인 가정에 초대되어 가셨을 때는 당당히 제가 철판 설거지하는 방법 아니 맡겨주세요~! 그렇게 장담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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