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고도 저를 무척이나 당황시킨 단어들이 몇 가지 있답니다. 특히 음식 관련 단어들은 전혀 음식과 단어의 뜻이 매치가 되지 않아 '무척이나' 어리둥절했었지요. 뭐, 바로 바로, 그때 그때, 현지인들이 다~ 그 뜻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뜻을 알고 얼마나 많이 박장대소했는지......
그럼, 스페인 음식 용어 가운데 몇 가지 저를 당황시킨 단어들은 열거해보겠습니다.
1. 구더기, 애벌레 등 → 구사노스(Gusanos)
이 단어는 제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게 된 단어랍니다. 아니, 아이들과 구더기가 무슨 관계이느냐구요?
재미있게도 스페인에서 '구사노'를 먹습니다. 그런데 진짜 진짜 구더기가 아니라 다름아니라 한국에서 말하는 '바나나 킥' 같은 류의 과자를 뜻하는 말이랍니다. 생긴 모양이 구더기처럼 생겨 그럴까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주 그럽니다.
"너 구더기 먹고 싶어? 구사노 하나 사줄까?" 하고 말이지요.
생각하면 정말 웃긴 표현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면, 바나나킥 같은 과자가 있습니다.
그 과자를 '구사노스(Gusanos)'라고 합니다.
2. 천사 머리카락 → Cabello de ángel
스페인의 디저트 중 만두처럼 생긴, 튀기거나 오븐에 잘 구워진 페스트리가 있습니다. 또 각종 다양한 페스트리에도 자주 쓰는 재료가 있는데요, 그 재료 이름이 바로 '천사 머리카락'입니다.
"아니, 실제 천사가 있을리 없고, 도대체 어떤 재료이기에 천사 머리카락이라고 할까? 너무 신기한데......"
처음엔 신기해서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답니다.
참 발상도 신기한 재료 이름이네...... 그래서 도대체 이 천사의 머리카락이 무엇이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으니......
"천사의 머리카락은 호박같은 열매의 섬유질 부분을 설탕에 절임하여 만든 거야."
우와, 그런데 왜 천사의 머리카락이라고 했을까? 호박 섬유질 중 굵은 섬유질을 설탕에 절이면 노릇노릇한게 어쩌면 천사 머리카락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했답니다. 정말 재미있죠?
어느 수녀원에서 만들어진 디저트입니다.
그런데 이 속을 꽉 채운 재료는 까베요 데 앙헬(Cabello de ángel)입니다.
바로 위의 속이 천사 머리카락이랍니다. ^^
호박의 섬유질 부분을 설탕에 절임하여 만든다고 하네요.
3. 바다의 작대기 → Palitos del mar
아니, 바다에서 무슨 작대기가 나온다고요?
혹시 산호초 아닐까? 그런데 산호초도 먹어? 아닌 것 같아. 그럼 미역 줄기야?
스페인 정착 초기 일본인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세상에, 스페인에는 없을 것 같은 게맛살이 있는 겁니다. 친구에게 이거 스페인어로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퍼에 갔습니다. 이런 게맛살을 꼭 사먹어야지, 하면서 찾아 갔는데 뭐라 설명할 길이 없었지요.
"왜 있잖아요? 맛은 게와 비슷하고 길쭉하게 생겨서 찢어먹기도 하고, 뭉텅 잘라 먹기도 하는 거 있잖아요?"
수퍼 직원이 그러네요.
"아~! 바다의 작대기! 팔리또스 델 마르!"
알고 보니 바다의 작대기는 한국에서 말하는 그 게맛살이라는 식품이었습니다.
팔리또스 델 마르를 이용해 만든 스페인식 차가운 샐러드
사진: pescanova.es
4. 탄 빵, 태운 빵 → Pan quemado
아니, 태운 빵을?!!!
이 이야기는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실 분은 모르실 이야기.
다시 한 번 이곳에 쓰자면,
어느날 빵을 사러 갔습니다. 빵집 주인께서는 남은 빵이 태운 빵밖에 없다고 하죠. 속으로 저는 '왜 태운 빵을 팔까?'의아해 합니다.
그러다...... 태운 빵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
재미있게도 스페인에서 태운 빵이라고 하면 동그랗게 생긴 단 빵으로 보통 빵보다 엄청많이 부풀어오른 빵에 겉 표면이 토스트 되면 갈색인 빵을 태운 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판 께마도는 후식용으로 자주 먹는답니다.
실제로 스페인 사람들은 아이들 얼굴이 부풀어 보기 좋을 때는 "아이고, 복스러워~!"라는 의미로 "얼굴이 완전 태운 빵이야~!"할 때가 있답니다.
5. 다리미? 철판? 전치사와 함께 달라지는 뜻 → La plancha
처음 스페인어를 배울 때 다림질하는 뜻으로 '라 플란차(la plancha)'라는 말을 배워 참 고민을 했죠.
식당에 갔더니, 메뉴가 쭉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상당히 이해가 되지 않았답니다.
카르네(고기) 아 라 플란차(Carne a la plancha), 페스카도(생선) 아 라 플란차(Pescado a la plancha).
그러니 당연히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다림질과 고기와 생선이 연관이 되는 겁니다.
"앗! 아니야, 아니야. 어떻게 고기와 생선을 다림질 해? 다른 뜻일거야."
하하하! 금방 뜻을 달리하니, 철판에 구운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맞습니다.
이 단어는 앞에 오는 전치사에 따라 다림질이나 철판으로 달라진답니다.
(콘 라 플란차(Con la plancha): 다림질, 아 라 플란차(a la plancha): 철판구이 스타일)
철판이나 후라이팬 등에 구운 스페인 생선 요리를
페스카도 아 라 플란차(Pescado a la plancha)라고 합니다.
6. 파라과이 사람? → Paraguayo
이 단어는 정말 재미있었던 음식 용어이지요.
전혀 파라과이 사람과 상관없는 과일 이름이니 말입니다.
복숭아와 사과 맛이 나는 아주 맛있는 페르시아 복숭아와 비슷한 복숭아입니다.
사진: frutainma.com
그밖에도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혼란이 인 단어들이 아주 많은데요, 특히 음식에서는 발음 하나 차이로 현지인들을 상당히 웃긴 결과가 많았답니다. 한국말로는 이상하지 않지만, 스페인어에서는 발음 하나가 정말 대단한 차이가 났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면, 밀가루를 아리나(harina)라고 하는데 아레나(arena)라고 하면 큰 일 납니다. 뜻은 모레
또...... 까바야(caballa)는 고등어라는 뜻인데, 잘못 발음하여 까바요(caballo)라고 하면 말이 된답니다. 물론, 스페인서는 옛날에 말고기도 먹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말과 고등어가 큰 차이가 나지요? ^^
이 고등어와 말에 관한 웃긴 에피소드는 다음의 제목을 클릭해보세요.
또...... 한국식 발음을 했다가 현지인을 당황시킨 이야기도 있습니다.
케쳡(ketchup)이나 커리(curry) 등이 그것이랍니다. 스페인식 발음은 쓴 대로 읽는다는 것! 케춥~!, 커리는 꾸리~! 라고 읽어야만 한답니다.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재미있으셨나요? 이렇게 문화적인 작은 차이가 소소한 호기심을 해결해줍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스페인 이야기 > 음식, 식재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 시골에도 파는 현지 컵라면, 과연 맛은? (7) | 2016.06.11 |
---|---|
우리 부부가 즐기는 스페인 바(Bar)의 흔한 타파스(tapas) (6) | 2016.05.28 |
스페인 발렌시아 아시아 마트에서 본 한국 식품 (14) | 2016.03.29 |
스페인에서 파에야 철판 막 만지면 안 되는 이유 (15) | 2016.03.19 |
스페인 맛집 디저트 가게에서 발견한 프렌치토스트? (8) | 2016.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