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제주에서 오신 세계적 맥주 마스터 보리스 씨와 며칠을 보낸 터라 이 포스팅 쓰는 일이 매우 즐거워졌습니다. 세상의 다양한 맥주잔과 맥주에 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거든요. 물론 수제 맥주 강의를 들었던 남편이 해준 이야기도 아주 재미있어 오늘은 맥주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세상의 다양하고도 특별한 맥주 회사에서는 자기 맥주에 맞는 잔을 제작하여 선보이는 것 여러분은 이미 알고 계셨나요? 맥주에 맞는 맛과 향, 아로마, 홉스의 쓴맛 등을 감별하는 탁월한 고유의 잔을 제작하기에 이르렀지요. 또한, 맥주도 역사가 깊으므로 그에 맞는 고전적 맥주잔도 있고요. 아무튼, 호프집에 가면 주는 그런 맥주잔이 아닌 세계의 다양한 맥주잔에 관한 이야기를 오늘 하겠습니다.
△ 보통 생각하는 맥주잔은 위의 사진과 같습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다양한 잔이 있다는 것 알고 계십니까?
저는 맥주 전문가는 아니지만, 수제 맥주를 만드는 남편의 취향에 영향을 받아 맥주 시음을 즐기는 애호가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와인 시음과 애호가 하면 어쩐지 격이 올라가는 것 같은데, 맥주는? 맥주를 실제로 시음하고 테스트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하고 물어보신다면,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그런 전문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맥주에는 아주 다양한 맛이 있고, 와인 보다 더 넓은 향과 아로마, 맛, 분위기 등이 있어 그 세계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한 번은 벨기에에서 온 친구가 스페인 바에서 아르바이트하게 되었습니다. 맥주를 달라는 손님에 컵에 따라 줬더니 주인이 엄청나게 놀랐다고 합니다.
"앗! 그 잔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 잔(와인잔)에 따라 줘야 해~!" 하고 말이지요.
△ 보통 스페인 바에서 맥주를 따라 주는 잔
그 친구는 더 놀랐죠. 아니, 맥주를 와인잔에?!!!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바는 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맥주 마시는 잔이 다르다는 겁니다. 맥주를 꼭 전용잔에 따라 마실 필요는 없다는 소리이지요.
세계적인 맥주 마스터에 수제 맥주 대회의 심판을 맡고 계신 보리스 씨도 그러셨습니다.
"전용잔에 마실 수 있으면 괜찮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정말 향을 맡고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전용잔에 따라 마시면 더 나아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 맥주의 아로마나 맛이 변하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실제로 맥주 마스터신 보리스 씨는 맥주를 잔에 따르면 한 손으로 입구를 막고 한 번 돌려주시더라고요. 향이 달아나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향을 맡고, 맛을 음미하십니다. 그렇게 전용잔 없이도 향을 감별하는 방법이 있답니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 나름대로 그에 걸맞은 전용잔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여기서는 잔에 얽힌 에피소드 및 스타일 관련한 잔들을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잔입니다. 향을 맡기 위해 저런 디자인으로 된 것이지요. 와인과 비슷할 정도로 맥주를 따르면 잔을 돌려줍니다. 그래야 향이 솔솔 진동하기 때문이지요.
잔 모양이 특이하죠? (위의 사진) 남편 말로는 요즘 유행하는 잔이라고 합니다. 특별히 시음하는 사람들에게 향과 맛을 감별하기 위한 시음용 잔이라고 합니다.
맥주 시음하는 사람들은 먼저 향을 맡고, 맥주 거품을 잘 관찰합니다. 거품은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 맥주가 빠르게 산성화되는 것을 막는다네요. 그리고 맥주의 색깔 및 맛을 봅니다. 맛을 볼 때는 한 모금, 와인 마시는 것처럼 츠르릅 소리와 같이 맛을 보고 코끝에서 느껴지는 맛, 혀에서 느껴지는 맛, 넘길 때 느낌, 맛을 다 본 후, 그 후에 느껴지는 맛 등을 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홉스의 종류에 따른 씁한 맛을 느낀다고 합니다. ^^
위의 사진의 잔은 참 특이하게 생겼지요? 꼭 무슨 연구소에서 쓰는 연구용 플라스크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연금술사적 분위기가 잘잘 흘러넘치는 잔입니다. 그런데 이 잔은 연구와 관계는 없고......
그 옛날, 마부나 승마하던 사람들이 말에 달랑달라 매달아 놓고 마시는 잔이었다고 합니다. 헉?!
정말 과학적으로 디자인 되어 있지요? 말에 매달려 흔들리는 진동에 맥주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저런 설계를 했다니! 신기합니다.
그리고 수제 맥주 양조장마다 그 고유의 잔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계셨죠? 위의 잔은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생산해내는 맥주와 잔입니다.
그리고 맥주에도 위스키나 코냑처럼 도수가 높은 술도 있습니다. 그중 임페리얼 스타웃이나 발리 와인 같은 경우는 저렇게 코냑 잔에 넣어 마시기도 한답니다. 추운 겨울 난로 옆에서 한가하게 앉아 든든한 안주 앞에서 조금씩 조금씩 마시는 임페리얼 스타웃, 참 운치 있는 맥주입니다.
보리스 씨에 따르면, 그 먼 옛날, 특히 독일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도수 높은 맥주를 담갔다고 합니다. 아이가 커서 성년식을 할 때 축하하는 그 자리에서 개방했다네요. 와우~! 정말 대단하죠? 그런 맥주들은 와인 발효하고 난 통에 담는 것도 있다네요. 뭐 지금도 그런 맥주를 담그는 사람이 꽤 있지만 말입니다. (산또르님의 다음 목표이기도 하지요.)
파울라너 맥주는 저런 잔에 따라 주더라고요. 스타일이 길쭉한 잔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지요.
산또르님의 훈제 맥주, 젠드라와 그 맥주잔(남편은 작은 잔에 마시는 것을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파울라너와 기네스. 각 회사마다 전용잔이 있지요?
이 기네스 이야기하니, 옛날 영국에서는 모든 바에서 도자기 잔에 맥주를 담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유리잔이 대중화되던 시기에 사람들이 흑맥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아니! 우리가 지금까지 이렇게 시커먼 맥주를 마시고 있었던 거야?!"
도자기 잔에 마시면 그 내용물이 보이지 않아 사람들은 흑맥주에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었지요. 그런데 그 옛날 시대가 바뀌어 도자기에서 유리잔으로 유행이 바뀌다 보니, 유리잔에 보이는 흑맥주에 경악(더럽다는 생각에)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라거나 에일 계통의 금색 맥주를 선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2차 세계 대전 후 수제맥주 양조장 및 선술집들은 미국 제외하고 쇠퇴기로 갑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곳이 기네스라네요.
아무튼, 그래서 다음 맥주잔은 도자기 잔입니다.
이 도자기 잔은 뚜껑이 달려있습니다.
아니, 왜 뚜껑까지?!!!
남편이 수제 맥주 대회에서 받은 상품 중의 하나가 이것인데요, 남편과 저는 왜 맥주잔에 뚜껑이 달려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보리스 씨께 그 궁금증을 토로했습니다.
부모님 중 한 분이 독일분이시고, 독일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셨으며, 독일에서 맥주 공부를 하신 보리스 씨는 그 이유를 바로 알려주시더군요.
"그 옛날 독일에서는 특히 양조장 겸한 바에서는 이런 잔을 자주 사용했지요. 왜냐하면, 맥주를 다루다 보니, 맥주에서 흘러내리는 그 끈적한 부분이 지속적으로 식탁이나 바에 고이다 보면, 여름에 파리가 날아와 앉을 때가 많았지요. 그래서 파리 방지용 뚜껑을 저렇게 달아놓은 겁니다."
와우! 그제야 이해가 쏙쏙 들어옵니다. 아, 그런 실용적인 부분이 있었군요. 하긴 맥주 만들다 보면 남편이 흘린 그 맥아당인가요? 그런 성분이 끈적거려 꽤 불편할 때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가스 많은 샴페인 같은 맥주는 저렇게 샴페인 잔에 따라 마시면 좋습니다.
그 외에도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잔이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위의 잔에 대한 예는 상업적 잔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및 일상 속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잔 이야기임을 말씀드립니다. 맥주 스타일에 따라 잔도 다르게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아무 잔에 마셔도 된다는 속 이야기도 같이하면서......
우리가 알지 못한 재미있는 맥주잔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위의 사진: www.cervezasartesana.es)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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