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당나귀와 교감, 혹은 소통하는 아이들

산들무지개 2016. 5. 11. 18:42
반응형
728x170

날씨가 점점 화사해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우리의 고산, [참나무집]에서는 난롯불을 피우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래도 갑자기 찾아오는 추위 때문에 '대비'는 어느 정도 해야만 합니다. 고산의 울퉁불퉁한 날씨 변덕 때문에 새로 피는 싹들이 모조리 얼기도 하지요. 


우리 뒷마당의 호두나무의 잎이 싹 얼어버렸습니다. 올해는 호두 열매가 달리지 않을 것 같네요. 


이런 아쉬움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내년에는 호두나무에 열매가 맺힐 수 있도록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가 없기를 기원할 뿐이랍니다. 


이날은 월간 [전원생활] 6월 호 원고를 마감하고, 긴장에서 해방되었는지, 몸이 확~ 풀렸네요. 나릇한 봄기운 때문에 기분도 좋아지고, 그저 봄 공기를 마음껏 맡고 싶어졌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마을 한 바퀴 산책도 하고, 마을 창고 앞에서 어슬렁거리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창고 수리를 하고 있었거든요. 창고 수리를 아주 잘해서 로프트 하우스(Loft house) 스타일의 (제2의) 집을 만들 생각이거든요.  


아무튼, 그 앞에서 놀고 있는데, 어? 우리 마을에서 유명한 이쁜이 당나귀 두 마리가 보입니다. 세비아나와 팔로마라는 이름을 가진 두 마리의 당나귀가 어설픈 담에 갇혀(?) 있었습니다. 당연히 우리 세 딸들은 좋아서 그 아이들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삽화처럼 느껴지는 당나귀에 반하여 한참을 보고 있었더니, 도로 밑에서 당나귀들이 올라와 우릴 (반대로)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누리가 먼저 발견하고 구경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뒤늦게 첫째와 셋째 사라가 당나귀에게 뛰어갑니다. 아이들은 좋다고 열심히 관찰하다 근처의 민들레 꽃을 뜯습니다. 



엄마, 엄마! 이 꽃 당나귀가 먹어? 

글쎄...... 사람도 먹는데 당나귀도 먹을 것 같아! 그랬더니 서로 꽃을 뜯어다 당나귀에게 대접하고 있습니다. 



무료하게 지내던 두 당나귀 녀석들도 꼬맹이 친구들이 놀러 와 아는 척해주니 반가운 모양입니다. 열심히 꽃과 풀을 받아먹더라고요. 오히려 아이들보다 당나귀가 더 반가운 듯했습니다. 



"웬일이야~! 오늘 꼬맹이 아이들이 우릴 보러 왔네~!"



우와, 우리 마을 당나귀들 진짜 예쁩니다. 목에 두른 딸랑이와 목줄이 정성 가득 들어간 수공예 작업으로 처리되어 있더군요. 로사 할머니가 어찌나 잘 보살펴 주시는지 참 사랑스러운 당나귀입니다. 



아이들은 당나귀가 좋아하는 풀을 뜯어다 먹어주며 오후 한나절 이곳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머리도 쓰다듬으며, 사랑스럽다면서 연신 아이들은 즐겁습니다. 아마 당나귀도 무료했던 오후가 전혀 무료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당나귀들은 무엇인가에 홀린 듯 고개를 돌립니다. 어떤 인기척을 느꼈는지, 아이들도 같이 고개를 돌려 봅니다. 



아~! 당나귀들의 주인인 로사할머니가 오십니다. 할머니의 인기척을 느낀 녀석이 할머니께로 갑니다. 오~! 기특해라. 동물은 주인을 알아봅니다. 우리도 말을 키운 적이 있었는데, 발정 난 말이 우리를 탈출해 막 뛰고 있을 때 앞에서 서라고 크게 손짓하니 순수하게 주인 말을 듣고 섰던 때가 있었거든요. 덩치가 저보다 세 배는 컸던 말이었는데 그렇게 순순히 말을 듣다니......! 



할머니는 말이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라, 말을 데리러 오신 겁니다. 아이들은 할머니가 뭘 하시는가 쳐다봅니다. 



"자~! 이제 집으로 가야지." 로사할머니는 어설픈 로프로 당나귀 두 녀석의 목줄을 묶었습니다. 



"엄마! 우리도 이런 당나귀 키웠으면 좋겠어."

큰 아이의 말을 들은 로사할머니께서 아이에게 한 번 타보라고 하십니다. 


 


"어때? 좋아?" 

"네~! 좋아요."

아이들은 그렇게 두 당나귀 곁에서 사진도 찍고 더 가까이서 만져봅니다. 


 


"이제 집에 가야지. 또 당나귀 보고 싶으면 내일 또 와~!" 

로사할머니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시고, 집으로 두 녀석을 데리고 귀가하십니다. 



스페인 고산에서는 아직도 동물과 인간의 행복한 거주가 가능하답니다.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서도 소를 데리고 들로 나가 먹이를 먹이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한국 산천에서는 이런 일들이 사라져 가고 있네요. 상대적으로 스페인 시골에서는 아직도 이런 동물 키우는 일상이 가능하여 이런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답니다. 이런 유년의 기억은 큰 추억으로 남는데, 아이들의 소소한 이런 일들이 많은 기억 속 서랍에 저장되기를 바란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