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피레네 산맥의 작은 마을 에스테리 다네우(Esterri D'Aneu)의 관광안내소에서 가족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가족끼리 갈 수 있는 곳 리스트가 꽤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로 관광안내소에서 소개한 산책길은 바로 제르베르(Gerber, 혹은 헤르베르) 폭포 산책로를 이용한 전나무 숲길이었습니다.
난이도가 낮아 가족 코스로 꽤 유행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날 국도 산책도 권장해주었습니다. 스페인 최대의 전나무숲에서 산소를 마음껏 마시면서 평온하게 산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말입니다.
일단은 관광 안내소 직원이 말씀해주신 코스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해발 1,950m에 있는 스키장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있는, 작은 커브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길로 들어섭니다.
지도로 보면 위의 사진과 같답니다. 실제로 국도를 이용하지 않고도 산책로로 산장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이 아직 어린 관계로 관광안내소 직원이 권한 코스로 다녀왔습니다.
우리가 간 길은 전나무숲의 일부였지만, 차로 이동하는 내내 관찰해보니 이 산맥의 경사면 전체가 전나무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은 흐르는 골짜기 물을 보고 함성을 지릅니다.
"물~! 물~! 물~!"
우리가 사는 해발 1,200m의 비스타베야 고산평야에는 물이 이렇게 흐르지 않기 때문이지요. 건조한 기후로 언제나 물은 가장 소중한 자산인 곳에 우리는 살고 있답니다.
얘들아~! 그 길이 아니야. 이제 제르베르 폭포로 가야지~!
아이들은 좋다고 얼씨구나 따라옵니다. ^^*
입구에서 환상적인 오솔길을 보면서 아이는 마음에 담기 바쁘게, 사진으로 장면 장면을 찍어댑니다.
엄마를 닮아서 삶의 기록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입니다.
길가에 핀 무엇인가를 발견한 아이가 엄마에게 소릴 지릅니다.
"엄마~! 고사리~! 고사리~!"
어? 그래? 깜짝 놀라 다가가 봤더니 고사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럼 고비?
"우와, 진짜 이쁜 소용돌이를 그리면서 자라나네. 이거 먹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
이런 말을 아이에게 했더니 옆에서 듣던 남편이 그러네요.
"이 식물은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에 사는 이곳 사람들이 요리로 해먹는 식물이라고 하더라."
"어? 정말? 어떻게 만드는지 보고 싶네."
이렇게 감탄하면서 숲길로 들어갑니다.
오랜 세월의 깊은 자연임을 입증할 이끼가 바위에 끼어있습니다.
역시, 물 많은 피레네의 풍부한 모습입니다. 멋지다~!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길쭉길쭉하게 뻗은 전나무 사이로 햇살이 은은히 들어오면서 방문객의 존재를 알립니다.
남편도 이 거대한 전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합니다.
"아빠~! 옆에 서 봐. 전나무 엄청나게 크잖아!"
그렇게 평탄한 길을 한참 가다 보니 계단이 보입니다. 바로 제르베르 폭포로 오르는 길이었습니다.
사진으로는 그 감흥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속도로 빠르게 폭포의 물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콸콸콸~! 흐르는 물소리와 물이 거품이 되어 쏟아지는 풍경, 역시 폭포는 폭포입니다. 지난해 갔던 제주도 폭포들도 생각나면서 아빠와 아이들은 하나가 되어 또 사진에 담아봅니다.
자~! 이제 폭포를 떠나 옛 국도로 이동합니다.
원형 산책로가 아니므로 아빠는 우리 네 모녀를 남겨두고 차를 가지러 갑니다. 차를 산장까지 가 기다리기로 하고, 오랜만에 우리 네 모녀만 홀로(?) 전나무숲을 마음껏 즐기기로 했습니다.
짜잔~! 우리는 전나무숲이 있는 옛날 국도로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은 넓은 국도를 마음껏 거닐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방방 납니다. 우리 세상이야~! 사람들도 없고, 우리가 갔던 때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히야~! 진짜 좋다!!!
눈이 오면 참 예쁠 것 같은 이 숲길. 봄이 되어 싱그러운 푸르름을 발산해도 참 멋집니다.
저 쭉쭉 뻗은 나무와 옆으로 멋들어지게 퍼진 가지와 잎들.
한가하게 길가에서 어슬렁거리는 그 사치를 누릴 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자연치유'구나!
큰 아이
둘째
셋째
'햇살을 받아 연두색으로 오롯이 빛나는 나무. 참 탐스럽다.'
하늘로 뻗는 전나무 잎의 패턴들
이것은 솔방울인가요? 그렇다면 아직 애기 솔방울~!
잎이 연녹색으로 눈부십니다.
길가에 핀 꽃과 어린 전나무, 그 앞에서 묵묵히 걷는 아이들......
어린 전나무
적절한 조화로운 숲이 참 상쾌했습니다.
아이들도 잠깐 멈추어 귀를 기울입니다.
"쉿~! 조용히 해 봐. 작은 새 소리가 들려."
전나무숲의 동물들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자세에 좀 놀라기도 했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자연에서 그 감성이 깨어나 스스로 배우는구나~! 싶은 게 말이지요.
그런데 산장에서 기다리겠다는 아빠가 마중 나왔습니다.
딸바보 아빠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면서 걱정되어 산장에서
쭉 기다리지 못하고 우릴 찾으러 온 것이지요.
그리고 산장까지 차 타고 왔습니다.
위의 산장은 스페인어로 대피소(refugio, 레퓨히오)라고 하는데요,
사실은 일 인당 17유로를 내고 숙박할 수 있답니다.
멋지죠?
이곳 피레네 산맥의 집들은 왜 다들 이쁜지......
차 타고 가다가 내려서 사진을 찍었답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 진짜 멋진 풍경에 황홀하겠다~!
싶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알지 못할 그런 혹독한 현실도 있겠지요?)
가족끼리 숲 산책, 참 좋은 장소입니다.
피레네 산맥의 스페인 최대 전나무숲도 푸르고 참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이곳에 들르게 되면 꼭 한 번 찾아보시면 어떨까 생각해보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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