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5학년 초등학생의 홀로 유럽행 비행기 탑승기

산들무지개 2016. 7. 27.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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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아이들이 방학을 맞았다지요? 방학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할머니집'과 '탐구생활'인데 여전히 아이들은 그런 방학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제가 어렸을 때는 언제나 할머니집에 방학 맞아 놀러 간 것이 기억에 남는답니다. 더불어 무더운 여름, 소나기 내리는 여름, 장마 온 여름 등등 흘러가는 계절 앞에서 지루하게 '탐구생활'을 하던 기억이 아주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가 어른이 되어 여름 방학 때 한국의 조카를 받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 헉?! 문제는 제가 사는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 스페인이라는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조카가 오기로 결정한 날부터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많이 생각했었지요. 제가 어렸을 때는 기차 타고 할머니집에 룰루랄라 삶은 달걀 까먹으면서 그렇게 언니, 동생과 셋이서 함께 갔었는데요, 지금 우리 조카는 비행기를 타고 혼자 오게 되었습니다. 


아이 혼자 비행기 여행을? 그것도 먼 유럽으로?!!!


아시다시피 비동반 소아 여행 시스템으로 초등학교 5학년 조카는 문제없이 이 장거리 비행기 여행을 할 수 있었답니다. 


그럼 처음부터 그 과정과 이야기를 자세히 적어보면요......


먼저 한국의 동생은 아이를 위해 비행기 직항 노선을 끊었습니다. 인천 - 마드리드 구간입니다. 가격이 보통보다 조금 비쌌습니다. 그런데 바로 결재를 해주지는 않았습니다. 동생이 한국에서 표를 끊고 난 며칠 후, 스페인에 있는 제게 확인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마담?! 한국에서 여행하는 아이의 스케쥴 계획을 아십니까?"


프랑스어 억양이 섞인 항공사 직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발신 번호를 보니 프랑스였습니다. 


"마담?!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이런 식의 간단한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니 오케이~하시면서, "우리 항공사를 이용해주셔서 고맙습니다."란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며칠 후, 동생의 휴대폰에 결재 확인 답변 서비스가 왔다고 하네요. 


바야흐로, 동생은 아이의 여권은 미리 준비했고요, 소아 여행 서약서 등을 작성하면서 공항에서 출발~! 하게 됩니다. 



인천 공항 대한항공 직항 노선 인천 -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보딩을 하고 있습니다. 이 비동반 소아 서비스는 한 가족 서비스에서 진행하네요. ^^



여기서 아주 중요한 것은 도착지 보호자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반드시 알아서 가야 한답니다. 마침, 동생이 깜빡하고 주소를 가져가지 못해 좀 고생했다고 합니다. 우리 집 주소가 스페인어라 수첩에 단단히 적어놓았는데 글쎄 그 수첩을 가져가지 않은 실수를 저지르지요. 다행히 친정 언니에게 연락하여 주소를 알아냈습니다. 


그래야, 인수인계(?)를 위한 문서화와 확인의 절차를 잘 거쳐 문제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답니다. 


 


자~! 이제 직원의 안내를 받으면서 갑니다. 마침 나이가 비슷한 아이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터라 조카는 안심되었다고 하네요. 사실, 혼자 가라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는 초등학교 5학년생 조카는 모험가랍니다. 


조카는 비행기에 직원 안내에 따라 무사히 탑승했습니다. 이제 조카의 일기를 살짝 훔쳐 보겠습니다. 

어린이 기자로 임명했는데 일기형식으로 써왔습니다. ^^*



▲ 깨알 같은 글씨로 써온 아이의 비행 경험담




 


나 혼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설렘 반 두려움 반 기대 된다. 스페인 여행 승무원 언니들도 친절하고 예쁘다. 자리도 마음에 든다. 비행기에서 나처럼 혼자 가는 10살 여자아이가 있다. 그 아이랑 친구가 되고 싶다. 

사라, 누리, 산드라도 보고 싶다. 빨리=3



일기는 아직 수첩에다가 틈만 나면 쓴다. 비행기 안은 춥고, 어둡고, 지루하다. 

영화를 봐도 다 본 영화여서 재미없다. 뭐하고 놀지? 

심심해. ㅠ,ㅠ 동생이 벌써 보고 싶다. 앞으로 50일은 어떻게 지낼까? 

그런데 승무원 언니는 정말로 착하다. 

지금쯤 사라, 누리, 산드라는 뭐하고 있을까? 보고 싶다. 




오늘만 벌써 3번 째다. 비행기가 흔들려서 잘 안 써지지만, 심심하니까 쓴다. ^^

방금 전 피자를 먹었다. 맛있었다. 

엄마가 사주신 "마이쮸"는 벌써 반이나 줄었다. 심심하다. 아까 아침에 만난 여자아이랑 놀고 싶다. 그런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한국은 밤이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한참을 가도 아침이다. 비행기 타는 게 좋고,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ㅠㅠ


  



그리고 조카는 착륙 직전의 마드리드 상공에서 아주 아름다운 솜사탕 구름과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집에 반했다고 합니다. 이제 착륙이네~! 


착륙하자마자, 항공사 직원이 다시 아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짐을 찾지 않고 바로 도착 터미널 게이트에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때 저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고로 그리하여 제가 요즘 블로그 포스팅이 뜸했습니다. 여러분이 읽으신 글은 예정 등록되었던 글이었죠) 연착이 되어 한 한 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온 걸 기뻐할 틈도 없이 저는 도착지 보호자 서명을 해야만 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보호자는 꼭 신분증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지요. 


신분증 없으면 아이가 국제 미아 됩니다. 아니~! 서약서에 따르면 다시 비행기로 돌려보낸다고 하네요. 그 책임은 부모가 진다는 말이 있더군요. 



위의 서류가 그날 마드리드 공항에서 받은 서류입니다. 제 신분증을 확인하고 서명을 했습니다. 


서약서에는 


1. 본인은 상기 소아를 출발공항까지 동반하여 귀사에 인계하고, 경유지와 도착지 공항에서 지정된 보호자가 소아를 마중 나오도록 조치하였음을 확인합니다.


2. 만약 경유지나 도착지 공항에서 지정된 보호자가 소아를 마중하지 않을 경우에는 귀사가 소아를 출발지 공항으로 돌려보내거나 소아의 안전한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경비는 본인이 부담하는 데 동의합니다. 


3. 본인은 소아가 관련법에 따라 여행에 필요한 서류(여권, 사증, 검역증명서 등)를 모두 소지하였음을 확인합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을 다 밟고 무사히 조카는 우리 가족 품에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 목에 걸렸던 노란색 가방을 열어보니, 아~ 조카가 그렇게 예쁘고 친절했다는 승무원의 편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눈을 떼지 않고 수시로 관찰하며 잘 보살펴 준 흔적이 아주 역력했습니다. 



조카가 쓴 일기와 승무원의 관찰 편지도 참 좋았네요. 덕분에 든든한 승무원 덕에 참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어쩐지 아이도 믿고 의지했던 하늘의 천사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이의 마지막 이야기를 마치면서요, 용감한 5학년 초등학생의 비동반 소아 여행담을 마칩니다. 


처음에 비행기를 탔을 때는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타니 지루하고 재미없었어요. 그런데 친절하게 대해주는 승무원 언니들이 있어서 마음은 한결 편했어요~! 돌아가는 다음 여행에는 좀 더 지루하지 않게 사진도 많이 찍고 바깥 풍경도 봐야겠어요~! 


추신. 정말 국제화 시대 맞네요. 아이들도 비동반 여행도 할 수 있고, 이런 경험으로 더 두려움 없이 세계를 나아가는 하나의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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