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카를 보낸 날 마드리드의 친구 집에서 하루를 자고, 그다음 날 남편과 시내 구경에 나섰습니다. 프라도 미술관에 가기로 했는데, 에스파냐 사이클 전국 대회가 열리는 관계로 모든 도로가 다 막혀 있었습니다. 게다가 구경하는 사람들은 다 거리로 몰려나와 인파가 아주 많았답니다. 설상가상으로 프라도 미술관은 한참 줄을 서야 할 지경에 이르렀지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산책만 하자, 하고 도로를 따라 쭉 걷게 되었습니다.
선박 박물관에 갈까? 배고픈데 뭐라도 먹고 갈까? 우리 계획에도 없던 일이 진행되니 도저히 어디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답니다. 그러는 사이 제 눈에 들어온 건물 하나! 우와! 건물 멋지다! 이곳은 어디지?
남편이 옆에서 보다 그럽니다.
"우체국이잖아."
"아니, 우체국 아닌 것 같아."
"이상하다 우체국이었는데 언제 바뀌었나?"
그리하여 가까이 가 보니, 이게 웬 걸요? 바로 마드리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가 새로 생겨난 것입니다. 사실은 몇 년 전, 마드리드 시청에서 우체국을 옮기고 시민을 위한 "센트로센트로CentroCentro"라는 이름으로 새로 단장을 했다는 겁니다. 시청 건물이라 시의회도 이곳에 있었는데 의외의 목적으로 이용되어 참 신기했답니다.
그럼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침 일찍 남편과 산책히러 갔습니다.
친구 집이 시내 중심 솔 광장 부분에 있어 이렇게 국회의사당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저곳에서 스페인 국회의원들이 매일 정치 싸움을 한다는 거지?
모로코 전투에서 거둬들인 무기를 녹여 만든 동상이라네요.
길 가다 아침부터 행위 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시라고 동전 몇 푼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기분이 좋아진 돈키호테 님이 사진을 찍자고 하십니다.
헉?! 찍을 생각은 없었는데......
덕분에 그 뒤로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 돈키호테와 함께 사진을 계속 찍더군요.
역시 바람잡이가 그래서 중요하다니까......!
이 돈키호테 님은 먼 아르헨티나에서 오신 분이더라고요.
아주 정감있는 얼굴에 그윽한 향수가 느껴졌습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이곳은 플라자 데 시벨레스에 있는 시벨레스 궁전(Palacio de cibeles)이랍니다.
오?! 궁전! 참 좋은데......? 이 궁전은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랍니다. 최근이라 하면 19세기 초, 모두가 반구아르디아(Vanguardia)라는 전위예술적 건물을 짓는 성향이 있었는데요, 이 건물은 고전적 모습을 간직한 그대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얼떨결에 전망대가 있다 하여 매표소에서 2유로 관람료를 내고 지붕 팔각 테라스에 가게 되었습니다.
오~~~ 전망대가 그렇게 높지 않은 아담한 스페인식 전망대였습니다.
이곳은 높은 건물이 당최 없어서.....
그런데 동서남북 방향으로 뻥 뚫려있어 마드리드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건물 맨 꼭대기는 이렇게 아치형 통로로 이어진 전망대가 있었습니다.
30분마다 제한 인원을 받기 때문에 시간대를 매표소에서 알고 들어가시면 된답니다. ^^
사이클 대회 피날레인가 봅니다. 이곳에서 상이 수여되더군요.
아침에 갔는데 저녁 7시가 되어야 도착하여 그날 구경은 못 했습니다.
마드리드의 고풍스러운 건물은 한눈에 다 보였습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건물 이름들......
파노라믹 사진이 설명과 함께 있어 건물을 대조하면서 비교할 수 있었답니다.
이런 풍경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뻥~ 뚫리는 시야에 좋더군요.
그러다, 이 건물이 과연 어떤 건물일까? 무척 궁금해져 왔습니다.
매표소에서 전시도 한다니 이왕 온 김에 무슨 전시를 하는지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풍경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곳은 도서관도 아니고, 카페테리아도 아닌 서민들을 위한 쉼터라는 사실에 말이지요.
물론 전망대 테라스에는 레스토랑도 있어 저녁 시간에는 환상적이라고 합니다.
도서관이 아니지만, 곳곳에 앉아서 공부하거나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이 있더군요.
맘 편히 전시 작품도 구경하고......
이렇게 연인끼리 앉아 다정하게 책도 읽고......
요즘 독서하는 이들이 점점 줄어든다는데 이런 아날로그적 풍경을 보니 참 좋더군요.
남편은 또 한 공간에서 작가들이 읽어주는 문구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한쪽에선 오늘 자 신문을 관람하고요.
건물이 궁전이라 그런지, 참 미묘하게 아름답고 참 현대적이라 느껴졌습니다.
대리석 계단과 타일 데코도 참 마음에 들었답니다.
스페인의 타일 데코의 한 예이지요.
19세기 작품이지만, 스페인은 예전부터 이런 타일 그림으로 벽을 장식하곤 했답니다.
참 예쁘죠?
복도의 기둥과 현대 유리로 증축된 유리 복도와 난간.
참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림과 사진, 코믹(만화) 등
이곳은 실제로 시의회장이 있는 곳이라네요.
그런데 시민들에게 이렇게 개방돼도 좋은 곳인가 싶었습니다.
아무 부담 없이 주말에 나와 휴식하기에 참 좋겠구나 싶었지요.
만약 마드리드에 산다면 레띠로 공원과 프라도 미술관, 그리고 이곳 센트로에 와 문화 휴식을
취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요.
영화관.
사진 전시회의 일부
노인들도 이곳에 와 독서와 신문 관람, 인터넷 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도 오랜만에 온 마드리드의 새 시설에 놀라 한참 자리에 앉아 만화책을 봤습니다.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이 한 군데에 이렇게 마련되어 있는 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위의 그림은 매표소 풍경이지요.
얼떨결에 우연히 들른 그곳에서 오~~~ 마드리드 풍경을 한 눈에도 보고
이곳 사람들의 현실적 풍경도 접할 수 있어 참 좋았네요.
마드리드는 역시 이런 곳이네요.
거리에서 우연히 본 연극.
저는 갈수록 이 마드리드Madrid라는 도시가 참 좋아집니다.
여러분도 마드리드에 오신다면 한 번 이곳 전망대 구경해보세요.
에펠탑과는 다른 아담한 느낌과 서민의 문화 공간 함께 구경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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