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오는 조카를 마중하러 마드리드에 갔다가 오랜만에 스페인에 거주하던 초기의 그런 색다름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스페인이라는 곳에 살지만, 이제는 익숙해서 마치 평생 이곳에서 살아온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초기 정착 때의 그 신기한 눈으로 돌아가 스페인을 다시 봤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도 저와 같은 그런 소소한 문화 차이를 느끼실 거라고 봅니다.
사실,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한국에서 가서 느낀 문화 차이도 이미 포스팅했는데요, 이제는 제가 이 포스팅을 빌려 제가 느낀 점 몇 가지를 소소히 열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스페인 바에서 넘쳐나는 쓰레기란......
사실, 처음에는 엄청난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지금은 모든 바가 다 깨끗하지만 말이지요, 처음 남편과 함께 해산물 잘하는 바에 가서 먹던 모습은 충격이 아닐 수밖에 없었지요.
홍합을 먹고 나면 껍질을 그냥 바닥에 버리는 겁니다. 헉?! 지금은 바 밑에 통을 두어 홉합 수거가 편리해졌지만, 말이지요, 가끔 사람이 바글바글하는 바에서는 쓰레기가 바닥에 좌르르 쏟아지기도 했답니다.
그렇다고 더럽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재미있게도 이곳에서는 바에 쓰레기가 많다는 뜻이 그만큼 음식 잘하고 사람이 많이 드나든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아침 일찍 간 바에서 밤새 영업하고 넘치는 쓰레기를 청소하는 웨이터를 가끔 보기도 했답니다.
마드리드-발렌시아 고속도로 위 어느 휴게소에 있는 바에서
본 풍경들이 새삼 이 바 문화의 어두운(?) 면을 보여줬습니다.
(그래도 깨끗하다면 정말 좋을 텐데......)
* 스페인 바의 바닥에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말을 일반화하지는 마세요~ ^^*
많은 곳이 아주 깨끗하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끔 바닥에 쓰레기가 많은 바에 대해 놀라지 마시라는 겁니다.
그 뜻은 음식 잘하고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뜻이니까요.
2. 여름에는 도시가 텅텅 비는 느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8월에 도착하여 관광지를 돌아다녔는데요, 스페인 친구가 있는 주거 지역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거 지역에는 사람이 없는 듯 텅텅 비어 있더군요.
스페인의 주요 휴가철 8월에는 사람들이 다 휴가가고 없다는 뜻이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휴가 안 가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휴가 가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향에서 떠나온 이민자이거나 돈을 아끼려는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보통 사람들은 휴가받으면 고향으로~, 해변으로~ 짐을 싸 한 달 동안 바캉스를 즐긴다고 하네요.
우와~! 그런 여유가 참 놀랍기도 했습니다.
3. 스페인 인도에는 보행자를 위해 항상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인도에 물건을 내놓고 파는 가게들이 드물었습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잡화점만 빼고 모든 가게가 물건을 안에 놓고 판매하더군요. 인도는 그야말로 보행자만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었습니다. 중국 잡화점도 인도까지 내놓지 않고 바로 현관 입구 쪽에만 전시하는 것이 꽤 철저히 단속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대신 유일하게 인도에 세워진 건물들이 있더군요. 그것도 참 신기합니다.
키오스코(kiosco, 신문판매대)와 장애인들이 직원으로 있는 온세(once, 복권판매회사) 건물만 인도에 떡~ 하니 있는 게 참 독특했습니다.
역사적인 느낌이 드는 키오스코 판매대.
이곳에서는 각종 잡지와 신문 등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이런 키오스코도 꽤 역사가 긴 곳은 이렇게 고풍스러운 느낌이 난답니다.
4. 골목의 우회전, 사람이 먼저......
보행자를 위해 인도뿐만 아니라 보행자를 위한 규칙도 엄격히 잘 준수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가장 크게 놀란 것은 횡단보도 표시가 없는 곳에서 우회전할 때도 사람이 골목에서 건너겠다는 신호를 보내면 "그냥 멈춤"을 한다는 겁니다. 횡단보도는 당연히 차가 멈추고 보행자가 지나갈 수 있도록 철저히 규칙을 지키지만요, 우회전하는 골목도 그와 같이 당연시한다는 것이 참 놀라웠습니다.
특히 주거지인 경우는 반드시 우회전 시 사람이 건널 때 멈춰야만 한답니다.
5. 스페인의 구분된 놀이터와 규칙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알게 된 스페인 놀이터 시스템~!
한 공원에 놀이터가 참 여러 곳이 있어 처음에는 쓸데없는 놀이터만 만든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왜 놀이터를 구분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유아용 놀이터와 소아용 놀이터가 확연히 구분되었습니다. 지키는 것은 사용자 몫이라 누가 강요하지는 않지만, 유아용 놀이터에서 소아들이 헤집고 다니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부모는 아이 나이에 맞는 놀이기구를 타게 하더라고요. ^^
작년 한국에 갔을 때 들른 놀이터는 초등학생용 시설물이 많아 아직 어리던 유아 아이들에게는 좀 위험한 놀이기구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은 원숭이 재롱 잔치하듯 놀이기구 위에서 위험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아무도 통제를 하지 않더군요. 그런 면으로는 스페인 놀이터에는 꼭 보호자가 감시(?)할 수 있게 의자가 곳곳에 있습니다.
또, 스페인 부모들은 아무리 아이가 커도 혼자 절대로 놀이터에 내보내지 않습니다. 반드시 부모가 동행해야 하는 점이 달랐습니다.
또한, 놀이터는 당연히 개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이 노는 구간이라 그렇겠지요?
3세와 14세 어린이 놀이터
1세부터 8세 사이의 어린이 놀이터
3세 이상의 어린이 놀이터
위의 사진처럼 어린이 나이에 따라 노는 놀이터가 달라진답니다. ^^
어린이 놀이구간, 반려 개는 금지.
부모가 감시(?), 관찰할 수 있는 의자가 곳곳에 있습니다.
큰 아이들은 큰 아이들 활동량과 등급에 맞는 놀이 기구가 있습니다.
5. 아이스크림을 함부로 사지 않고 메뉴를 보고 결정한다(?)
이게 무슨 말 이느냐구요? 제가 유심히 관찰한 결과 스페인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슈퍼마켓에서 살 경우는 한국과 거의 비슷하지만, 구멍가게나 식당에서 후식으로 먹을 때는 반드시 아이스크림 메뉴를 보고 고르더라고요.
이게 왜 신기했느냐구요? 냉장고를 보고 있는 아이스크림 고르는 맛이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때는 그냥 골라서 먹는 게 아니라 주인아저씨나 식당 종업원의 메뉴를 보고 고른다는 겁니다.
스페인 여행을 하다 보면 더운 여름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막 먹고 싶겠죠? 구멍가게에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고 막 선택하는 게 아니라 되도록 메뉴를 이렇게 보고 결정을 하고, 주인에게 이 아이스크림 주세요~ 하고 부탁해야 합니다.
이미 밖에서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결정한 아이들이 구멍가게 안으로 들어갑니다.
신기하게도 스페인 식당이나 바에서도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먹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꼭 메뉴를 보고 주인장께 부탁을 해야 한답니다. ^^
6. 사는 주거지역, 구분된 공간들
제 친구는 막 발렌시아에 와 살기 시작했는데요, 스페인 사람들 너무 떠들어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것을 일반화하면 안 된답니다. 스페인의 조용한 사람들은 정말 억울하게 생각하잖아요?
친구가 사는 곳은 대학생들이 주로 있는 일명 대학가인데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하는 일이 뭔가요? 역시나 밤에 친구와 만나 축제를 즐기지요?
한국에 온 외국인이 원룸이 있는 곳에서 살면서
"한국에는 원룸밖에 없어. 한국은 집이 상당히 좁아~!" 하는 것과 명백히 같다고 봅니다.
가끔 이렇게 운이 나쁘면 시끄러운 구역에서
"잠자고 싶어요"라는 문구로 하소연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사는 주거지역도 참 다르게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도시에서는 대학 공간, 패밀리 공간, 옛 지구, 현대 지구 등 다양하게 구분이 되지만요, 어떤 사람들은 찰렛(chalet, 별장) 형태의 우르바니자시온(urbanizacion)에서 조용히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니면, 여름에만 가는 별장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스페인이 한국보다 5배나 크니 집도 여러 채 갖고 여름에는 별장에서, 겨울에는 도시에서 사는 일반 서민들이 보통이더군요.
스페인 시민들은 여름에 찾는 별장 형태의 제 2의 거주지를 꼭 가지고 있더군요.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예 이런 우르바니자시온에서 제 1거주지로 지내기도 한답니다.
독립된 형태가 많고 입구에 관리인이 출입인을 통제하면서 마을 전체를 관리합니다.
☆★☆
뭐, 위에 열거한 문화 차이는 소소한 일상에서 본 작은 관찰이라고 하면 되겠지요? 물론 이것 말고도 상당한 부분들이 있지만 그런 이야기는 앞으로도 쭉 포스팅으로 이어갈 수 있으니 오늘만 이 부분들을 언급하겠습니다.
이미 우리는 시에스타(낮잠) 하는 스페인 문화, 하루 다섯 끼를 먹는 사람들, 축제를 즐기는 이곳의 문화 등 대중매체를 통해 많이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스페인에 살아야만 느낄 수 있는 이런 소소한 문화적 차이는 그래도 아직도 살면서 느끼는 발견(?)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스페인이 한국과 경제적으로 비슷한 대상에 올라 항상 비교 대상이 된다고 하던데...... ㅠ,ㅠ 비교를 해도 역사적, 환경적, 문화적 요인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답니다. ^^*
아무튼, 오늘은 이런 소소한 문화 차이를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제가 특별히 살면서 본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여러분께도 공개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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