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스페인 하몽(Jamón)이 국민 음식이 된 진짜 이유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6. 11. 9. 00:15
반응형
728x170

겨울이 슬슬 다가오면서 스페인 시골 사람들은 하몬(Jamón)을 만들 날짜를 정합니다. 육류를 다루기에 상하지 않는 좋은 계절이 겨울이기 때문이지요. 이 하몬 만드는 날에는 전통적으로 일년 내내 먹는 저장 음식을 만드는 날입니다. 그래서 온 집안 식구가 김장 김치를 담그는 것처럼 대가족, 대노동을 한답니다.

 

살아있는 돼지를 잡고 갈라서 소시지를 만들고, 남은 다리 짝으로는그 유명한 스페인식 마른 생햄, 하몬을 만듭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신 '하몽'이라는 단어는 스페인식 발음으로는 '하몬'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라 마딴사(La Matanza)'는 스페인 전통의 '돼지 잡는 날'이 되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집에서 직접 한 하몬입니다. ^^*



위의 제목을 클릭하시면 직접 만든 하몬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스페인에서는 이 하몬이 왜 국민 음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아세요? 저도 요즘 한국 잡지에 기고할 목적으로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로 참 재미있었습니다. 여기서 밝혀보면 다음과 같답니다. 


자, 세월을 거슬러 올라 가야 합니다. 한국 말고,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세월을 거슬러 오릅니다. (최면 거는 모드로 읽어주세요)


여러분이 가장 상식적으로 알고 계신 스페인 관련 역사 하나쯤은 있으실 겁니다. 


무엇인가요? 네! 바로 무슬림과 크리스천의 이베리아 반도 지배가 되겠습니다. 


바로 그 시점으로 올라가셔야 합니다. 

그 시점 많은 크리스천 병사들이 무슬림을 몰아내기 위해 이동을 해야 했답니다. 

당연히 이동하면서 가져가야 할 비상식량이 있었겠지요? 



이슬람교도를 물리치고 입성하는 크리스천 장병들 

위의 삽화에서 문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이슬람교도들입니다. 



그 비상식량이 무엇이었느냐? 바로 소금에 절여 쉽게 상하지 않는 육류 식품(하몬)과 빵이었습니다. 빵은 물에 적시면 금방 말랑말랑해지고, 하몬은 얇게 썰면 쉽게 입으로 들어가고, 소금이 있어 덥고 건조한 지중해 기후에 대항할 기력을 채워주었습니다. 그래서 병사들이 가지고 다닌 비상식량 덕분에 무슬림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작은 일화가 있지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과연 하몬이 대중화되었을까요? 



아닙니다. 


물론 작은 영향력이 있었겠지만, 알고 보니 

그 이후의 돼지 잡는 날이 많은 영향을 미쳤더군요. 



자고로, 크리스천은 이슬람교도들을 다 물리치고, 살벌한 정치를 시행합니다. 그 유명한 마녀사냥에서부터 종교를 빌미로 학살과 이단으로 몰아 평생 괴롭히는 이른바 암흑의 시대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쳐 떠나지 못한 이슬람교도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개종하여 크리스천으로 변한 무슬림들이었지요. 그들을 스페인에서는 모리스코(Morisco)라고 합니다. morisco: 한서사전에는 국토 회복 전쟁 후 스페인에 남았던 개종한 모로 사람 


이 모리스코들은 크리스천임을 증명해야만 했답니다. ㅠㅠ


살기 위해 그들은 개종하고, 자신이 섬기지 않던 신을 모시며, 자신이 먹지 않던 음식을 먹어야만 했지요. 그 음식이 무엇이냐? 바로 하몬입니다. 헉?! 하몬?



그래서 스페인의 전통적인 돼지 잡는 방식은 항상 야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모리스코는 외부 사람들에게 우리도 돼지를 잡소~! 우리도 돼지를 먹는 크리스천이오~! 하고 

증명을 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라 마딴사 날에는 

항상 돼지를 밖에서 잡는 전통이 생긴 것이랍니다. 


비스타베야 마을의 돼지 잡는 날 풍경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돼지 잡기 



이런 소소한 두 번째 영향으로 하몬은 급속도로 이베리아 반도 전역에 퍼진 것이지요. 그 후, 콜롬버스 일당이 이런 저장 음식을 가지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잘 소비했던 것도 한몫합니다. 상하지 않고 오래 저장하여 항해하는 이들에게 퍽이나 매력적이었던 음식......!


이런저런 이유로 하몬이 국민 음식이 되었겠지만, 역사 속에서 찾아보니 그 이유는 더 명백히 다가오네요. 그래서 모리스코들이 살기 위해 돼지를 잡으면서 전통으로 굳어진 일~! 참 신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우리 비스타베야 마을 사람들도 겨울에는 이런 돼지 잡는 행사를 하는데 온 집안 사람들 밖에서 돼지 몰면서 요란하게 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맛있는 스페인 국민 음식, 하몽에 이런 슬픈 역사가 있다니!!! 

알고 먹으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한국도 서서히 생햄을 만드는 곳이 많아지더라고요. 

아마도 곧 대중화될 것 같은데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