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럴 수가 있는지...... 이렇게 같이 산 지 15년이 되어가건만 산똘님은 이 입맛에 대해선 한 번도 양보하고 있지 않으니...... 괴롭고 괴롭도다!
도대체 산들 씨가 무엇 때문에 괴롭다고 하는지 여러분 짐작이나 하실까요?
저는 스페인에 살면서 음식이 다 맛있고, 좋아서 최고야! 하면서 아주 잘 먹었는데요, 가끔 제 입맛에는 영~ 궁합이 맞질 않는 음식을 보면 기절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먹다가 불편하여 입으로 꾹꾹 쑤셔 넣는 경우 말입니다. 대부분 요리는 잘 참을 만한데, 요것 하나만큼은 정말 참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기름'의 사용 빈도가 빈번한 스페인 음식에 관한 것입니다.
흑흑!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스페인에서는 이 기름에 대하여 아주 관용 하답니다. 식물성 기름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생으로 넣고 먹는 음식은 아주 건강에도 좋고, 또 맛도 좋아 이것은 당연히 봐줄 만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만약 동물성 기름이라면? ㅠ,ㅠ
제가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 이 세상이 내일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고기를 먹어댔습니다. 그래서 자주 병원 검진을 가면, 병원 식당에서 무조건 푹 끓인 고기 수프나 스테이크 등을 주문해 먹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베이컨이 잘 구워져 있는 것을 보고 주문했는데...... 아줌마가 베이컨 위에 기름을 국자로 크윽.... 떠서 술술 두르는 거예요. 기름이 좔좔좔 범람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아아아아악!!!" 했지요. 남편은 옆에서 큭큭큭 웃고 말입니다. 그 기름이 식물성이었다면 말도 안 해요. 그 많은 베이컨이 녹아 나온 돼지비계 기름이었다니까요.
그러자 산똘님은 그랬답니다.
"왜? 큭큭...! 아줌마가... 흐흐! 당신 생각해서 국자로 떠준 것이네...! 감사히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크 흐흐흑! 맛있게 먹어야지! 자 빵 줄 테니까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빵으로 콕콕 찍어 먹어! 접시 깨끗하게 닦아놓고 나가자!" 하는 겁니다. 전 입을 다물 수가 없었지요.
그렇게 채식만 하던 때는 모르던 스페인 음식 문화를 임신을 계기로 하나, 둘 알아가게 되었답니다. 아! 채식만 하던 때는 담백한 맛이 참 좋던데...... 산똘님도 고백을 하더군요.
"도대체, 한국 사람은 너무 싱거워! 맛이 진짜 없거들랑...
담백한 것이 맛이라고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도대체 왜 순대는 삶아 먹어야 하고,
도대체 왜 누룽지는 물을 넣어 끓여 먹어야 하는지,
도대체 왜 우동이 맛있다고 하는지,
도대체 왜 냉면을 시원하다 하는지,
도대체 왜, 왜, 왜, 담백한 맛을 좋아할까?" 합니다.
이 사람 말로는 순대는 기름에 쫘악 튀겨먹어야 맛있고, 누룽지도 웬만하면 튀겨서 설탕을 발라 먹어야 맛있다 하고, 우동은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면서요(그런데도 맨날 컵 우동면을 사 와서 회사에서 해먹고 있어요. 이중성!), 냉면도 밍밍하니 맛이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또 먹을 기회가 있으면 (억수로) 잘 먹는 이 습성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자고로 스페인에서는 돼지비계를 넣어 쌀 요리(아로즈 알 오르노)를 하고, 또 수프 만들 때도 꼭 넣어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봐야지만 직성이 풀리고, 찜을 하더라도 돼지비계가 잘 녹아 부드러운 맛이 있어야 좋아한답니다. 또한, 돼지 육포의 하몽은 살점만 뜯어먹지 않고 꼭 비계와 같이 먹어줘야 맛있다고 하네요.
우리 집 음식 저장실에 걸려있는 마른 훈제 돼지비계들 보세요!
말은 하지 않는데, 산똘님이 아무래도 즐겨 먹는 것 같아요. ㅠ,ㅠ
이 스페인 육포, 하몽은 돼지비계와 먹어야 맛있다네요.
아! 이 사람이 채식했을 때는 전혀 이런 언급을 하지 않더니, 이제 육식을 하게 되면서 자기는 돼지비계를 넣어 요리해야 맛있다고 하네요. 제가 비계만 고르고 먹지 않으면 맨날 구박입니다.
"아니, 왜, 돼지비계는 먹지 않는 거야?
비계도 돼지란 말이야. 살만 먹지 말고!" 합니다.
헉?! 이 소리는 오징어 발 안 먹을 때와 같은 소리입니다. 오징어 살만 먹고 징그러운 발은 먹지 않으면 맨날 이런 식으로 구박합니다. "오징어가 울겠다. 오징어 발도 같은 오징어인데 차별하냐?!" ㅎㅎㅎ
그렇게 해서 루마니아 아줌마가 주신 훈제 돼지비계를 잘게 잘게 가늘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투명하게 잘라 음식 곳곳에 투여한다는 사실을 발각하고 놀랐지요. 그 이후에도 그런 모습을 한, 두 번 범죄(?) 현장을 덮쳤고요...
이번엔 글쎄.... 도시에서 장 보고 오면서 사온 것 하나가 있더군요. 내 보물이야! 하면서 잘 아껴 먹던데 그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잘 보면 스낵입니다. 남편이 하도 맛있게 먹길래 도대체 무엇인가? 하면서 저도 손이 막~ 갔습니다. 어릴 때 자주 먹던 그 옥수수로 만든 튀김 과자 같은 것이, 너무 익숙하여 열심히 집어 먹는데요...
그런데 맛이 옥수수 맛이 아닙니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이냐? 아!
남편이 제 표정을 보았나 봐요. 큭큭큭 하면서 웃어대는데......
전 자세히 그 과자 봉지를 보았지요.
그리고 과자를 꺼내어 눈이 튀어 나가랴 째려보면서 관찰했지요.
도대체 이것은 무엇이냐?
아아아아아악!!!
이것은 상상하셨듯이 돼지비계였습니다.
아니, 세상에! 스페인에는 돼지비계(껍질 포함한 것도 있어요)를 튀겨서 스낵으로 먹는 것입니다.
아! 제가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하니, 그렇게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으니 산똘님이 그러네요.
"내가 어렸을 때 제일 좋아한 과자였어! 이 비계를 바싹 튀기면 정말 맛있지!
히야! 채식하던 때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었지!!!" 하면서 씨익 웃어 보이는 것!
이 남편, 정말... 알면서도 아내가 막 씹어먹는 그 모습을 보며 엄청나게 좋아하고 있었지요.
이런 과자였지요.
한국처럼 생각하여 보통의 옥수숫가루로 만든 튀김 과자라고 생각했지요.
추억의 그 튀김 과자가 생각나면서 한 움큼 집어 우적우적 씹었는데......
글쎄... 자세히 보니, 이것은 돼지비계였다는 것! ㅠ,ㅠ
그런데 알고 보니 스페인 비계 과자가 아주 대중적인 간식이었습니다. 술안주로도 먹기도 하고, 일부러 소풍 갈 때 가져가기도 하니 말입니다. 또한, 돼지 잡는 날, 라 마딴사(La matanza)날에는 일부러 돼지비계를 튀겨 저렇게 과자로 만들어 먹기도 하더군요. 치차론(Chicharron, 돼지껍질과 비계)이나 카스카리따(Cascarita, 돼지 얼굴 부분의 껍질과 비계)라고 하는데 스페인 어디서나 살 수 있답니다. 봉지에 넣어 파는 스낵 형태의 제품도 있지만, 대중적인 바에서 직접 튀겨 판매하는 곳도 있답니다.
그런데 여러분, 산똘님이 채식하던 때에는 콜레스테롤 지수가 더 높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콜레스테롤 정상 수치이며, 아주 건강한 삶을 살고 있어 그런지 동물성 지방을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희한한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사람은 사는 곳마다, 신체마다 원하는 것이 따로따로이나 봅니다. 환경이 척박한 스페인 고산에서는 이렇게 열량 많은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는 게 어쩌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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