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 부부들 심지어 명절에도 반반씩 분담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7. 1. 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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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즐거운 설 연휴를 맞고 계십니까? 

오늘 저도 한국에서와 같은 설 기분에 젖어 있습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 사는 한국 친구가 설음식 바리바리 싸 들고 이곳에 온다고 하니 무척 설렙니다. 이곳이 어디 이느냐구요? 바로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평야입니다. 


오늘은 설 때문에 시댁에 가지 않겠다는 한국 며느리가 늘어난다는 기사를 접하고, 스페인 사정은 어떤지 곰곰이 생각하여 포스팅으로 써봅니다. 과연 유럽 남부 스페인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스페인은 2009년부터 '양성평등 비율'을 공표하여 정부에서나, 직장에서나 여성의 비율을 남성 수준과 동등하게 늘이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습니다. 당연히 가사분담도 반반씩, 남성의 책임도 조금씩 느는 추세랍니다. 물론, 아직도 분발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인식이 변하여 남성의 가사 분담 역할도 늘어가는 추세랍니다. '엄마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 같은 분류나 통계로 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북유럽의 수준에 감탄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이런 통계가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근로시간, 태양이 머무는 시간, 날씨 등의 소소한 환경적 요인도 적용한답니다. 그렇다 보더라도 스페인이라는 나라도 북유럽에 뒤지지 않는 통계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2015 일·가정 양립지표’

통계청 자료랍니다. 




아무튼, 제가 이곳에 살면서 본 스페인 부부들은 가사분담도 분담이지만, 육아에서도 분담의 역할이 아주 뚜렷했습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인 경우엔 아이들에게 철저히 분담 역할을 하더라고요. 



'오늘 아내가 아이를 봤으면, 내일은 남편이......'




심지어 휴가를 가게 되어 각자의 부모에게 아이들을 맡길 때도 반반씩 부담하더라고요.


'3일 친정에서 아이를 봤으면, 다른 3일은 시댁에서 아이를 본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저는 친정도 한국에 있고, 멀어 언제나 아이들을 시댁에 맡겼었는데요, 스페인 동서를 보니, 스페인 사회는 이런 식이 아니구나 싶었답니다. 스페인 시어머니의 하소연을 가끔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 대부분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2일 더 아이들을 돌보게 됐어. 바바라(동서이름) 부모님이 급한 사정 때문에 아이를 못 본다고 양해를 구하셨네."

그렇게 하여 친손자를 이틀이나 더 봐야 했던 하소연을 하셨지요. 

어떻게 보면 너무 반반을 따지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육아와 가사를 나누어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명절에는 어떻게 분담을 할까요? 


마찬가지랍니다. 한국의 설과 비슷한 스페인 가족이 다 모이는 최대 명절은 크리스마스입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차리고 식사하며 보내는 일이 한국과 아주 비슷하답니다. 그런데 스페인 부부들은 어떻게 가족을 만날까요? 저는 한국에 친정이 있어 언제나 스페인 시댁에서만 이 크리스마스를 보냈는데요, 스페인 동서와 시누이, 몇몇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역시나 반반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과 크리스마스 날, 이틀을 나누어 방문하더라고요. 아니면, 해마다 바꿔 가면서 만나던가...... 예를 들어 동서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는 친정댁에서 온 가족이 다 보내고, 당일날에는 시댁에 와 시댁 식구들과 보내더군요. 그런데 서방님은 이게 이곳에서는 아주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누구 하나 불만, 불평이 없더라고요. 


가족이 모이면 다 함께 가족 구성원으로서 음식을 준비합니다. 

시아버님이 음식 준비하시는 모습입니다. 



시누이 같은 경우는 시댁이 멀어, 한 해는 친정댁에서 한 해는 시댁에서 명절을 갖더라고요. 

어찌 보면, 이 사람들의 방식이 참 합리적으로 다가옵니다. 모이는 가족 모두 만나 남녀노소 차별 없이 집안일 하는 것도 참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누군 티비만 보면서 누워있는 (소파에 앉아 있는) 경우가 없답니다. 


한국에서는 명절만 되면 며느리와 시댁, 여자들만 일하는 수고로움 등으로 참 큰 갈등을 겪는데요, 어서 이런 인식의 변화가 다가와 가족 구성원의 합리적인 가사 분담과 합리적인 방문이 이루어졌으면 하네요. 추석에는 친정댁, 설날에는 시댁 방문 등으로 나누어 가는 것은 어떨까요? 아니면 하루는 시댁, 하루는 친정으로...... 


* 이 글은 스페인 일상을 다룬 글로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 본 경험적인 분위기를 알리는 정보성 글임을 알립니다. 



아무쪼록 올해는 큰 갈등 없이 기쁜 설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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