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우연히, "정말 우연히" 미운 오리새끼인지, 미운 우리새끼인지 하는 방송 클립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몰라서. 어떤 내용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그 프로그램은 잘 모르지만, 이비자(Ibiza)라는 말에 시선이 가서 보게되었습니다.
그 영상은 개그맨 박수홍이 이비자(IBIZA)에서 신나는 클러버 모습을 보여줘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너무 웃겨서 배꼽 잡고 웃었는데...... 암튼 모르는 사이에 세월이 이렇게 흘러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들의 모습을 보니 흐뭇하더군요. 아무튼, 오늘 이야기는 그분 이야기가 아니라 이비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비자는 스페인의 발레아레스(las islas Baleares) 제도에 속하는 한 섬이지요. 마요르카(Mallorca), 메노르카(Menorca), 포멘테라(Formentera)와 함께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발레아레스는 까딸루냐어와 발렌시아어와 거의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자신의 뿌리를 두고 있는 곳 또한 지중해의 이비자랍니다. 왜냐고요?
지중해의 마요르카와 이비자는 자신의 성을 사용하는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산또르님 성 Tur는 현지에 상당히 많답니다. 산또르님은 자신의 먼 조상을 고트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응~ 스페인에 고트족이 많이 내려왔거든. 나는 바이킹의 후예가 틀림없어. 바이킹이 배를 몰고 지중해에 와서 정착했거든."
이러는 겁니다. 아이고, 안 보니 어디 알겠어요?
"응~ 남편. 그렇구나. 나는 우리 조상이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인데......"
"뭐?! 그럼 왕족이야?"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 경순왕 아들이 참 많았거든. 그 아들들이 분가하여 내려온 집안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
"한국에는 족보라는 게 있거든."
남편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족보?!
하긴 제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서는 제게 한자를 먼저 가르쳐주실 정도로 전통적인 분이셨지요. 실제로 대종회 제례식도 참석하시어 의와 예도 갖추시는 분이셨지요. 하지만 제가 여자인 관계로 자세히는 알지 못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다 말이 나와 저도 모르게 우리 성씨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오~ 경순왕의 후처에서 우리 조상님이 나오셨구나."
"뭐? 후처? 그럼 왕족이 아니야?"
"왕족이 뭐가 중요해? (인터넷을 뒤지다) 어? 후처가 고려의 왕건의 맏딸인 낙랑공주라네. 오빠들이 왕이었네~ "
우와! 정말 신기하죠? 요즈음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다 나오니 말입니다.
그러자 남편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놀라면서 그럽니다.
"앗! 그럼 도깨비(드라마)의 왕여와 당신은 먼 친척인 거잖아!"
뭣이라? 헉?! 뭐........ 그렇게 말한다면....... 그래? 아니,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본 한국 드라마가 이것이기에....... 생각나는 게 이것이었나 봅니다.
"하하하! 그래? 그럼 난 왕여와 친척이야!"
▲ tvN 드라마 [도깨비] 화면 캡쳐
남편이 제 말에 자극이 되었는지 자신도 인터넷으로 자신의 성씨의 기원에 대한 글을 찾아보더군요. 그러다 헉?! 하고 놀랍니다.
"아~~~ 난 내가 바이킹의 후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여기 보니까 우리 성씨는 14세기 프랑스에서 왔다네. 그런데 프랑스인이 아니라 독일인의 후예라고 하네. 아~~~ 이럴 수가! 평생 바이킹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너무 웃겨서 하하하하! 막 웃는데 남편은 그새 장난기 있는 웃음으로 말하더군요.
"봐봐. 우리 프랑크족(독일인)은 이렇게 이비자를 점령했잖아? 그래서 이렇게 스페인에 잘 정착했잖아!"
푸하하하하! 너무 웃깁니다. 지금 와서 왜? 이런 소릴? 한때는 바이킹이라고, 한때는 아랍인의 피가 섞였다고 좋아하고, 한때는 발렌시아 토속인이라 좋아하더니...... 이런 농담 진짜 좋아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독일인들은 이비자에 원정 오고 있잖아? 옛날부터 날씨 좋고 따뜻하고 클럽 좋은 건 알아서 진작부터 이비자 와서 정착한 거야. 하하하! 우리 조상들 좋은 것은 미리미리 알았구나!"
하하하! 이비자(Ibiza)가 세계적인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사실, 유럽의 휴양지로 독일인이 꽤 많이 오는 곳 중의 하나기 때문에 남편은 이런 말을 아주 유쾌하게 하더군요.
어쩌다가 이런 성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린 또 즐거운 상상 속에서 유쾌하게 웃었네요. 세월이 많이 흘러 왕족이든, 바이킹이든, 프랑크족이든 그냥 역사적 배경 앞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한번씩 상상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다양한 얼굴 생김새와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북부에는 빨강머리에 주근깨가 가득한 켈트족 영향을 받은 사람들, 고트족이 가장 많이 내려와 사는 남유럽이라 금발에 파란 눈도 많고요, 바스크주에는 특유의 강인한 체형을 가진 사람들이, 남부는 아랍인의 영향으로 검은 머리에 매혹적인 이목구비를 가진 이들이 참 많답니다. 문화의 융합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민족이 교차한 곳답게 성씨도 다양하고 그 역사도 참 재미있습니다.
오늘은 성씨를 가지고 나눈 대화가 삼천포로 빠졌지만 좀 재미있었네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는 멋진 이 고산에서의 일상 사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화이팅!!!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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