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스페인은 한국인 고문(?)하는 나라야!!! 왜?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7. 10. 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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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시댁 식구들과 함께 피레네산맥 가을 등산 여행을 하던 이틀째인가, 우리 세째 딸 사라의 앞니가 툭 빠져버리고 말았지요. 그날 밤, 스페인 전설에 따라 사라는 페레즈 쥐(라똔시또 페레즈 Rantoncito Perez, 아이들 이를 가져가면서 동전을 베개 밑에 두는 쥐)의 선물로 젤리 사탕을 잔뜩 받게 됩니다. 기분이 좋아진 사라는 젤리 사탕 봉지를 들고 다니면서 등산을 했습니다. 

사라가 라똔시또 페레즈에게 받은 젤리 사탕입니다. 

젤리 사탕 풍년이롤세~ 그 전날 몰래 사탕 가게에서 산 것이랍니다. 사촌 형제, 자매들하고 나눠 먹으라고 잔뜩 샀는데요, 사라는 그것도 모르고 좋다고 봉지째 들고 다니면서 아껴서 먹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프랑스 쪽의 피레네산맥 협곡 등산을 했답니다. Gorges Kakuetta인 곳인데 발음이~ ㅜ,ㅜ 나바라 지방이지만 바스크인이 사는 곳으로 스페인 쪽이나 프랑스 쪽이나 다 바스크인 발음이라 좀 어려웠습니다. 바스크 언어는 정말 우주인이 사용하는 언어 같아요~! 

그곳에서 우리는 점심으로 간단히 싸간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먹을 곳이 없었어요. 프랑스 쪽은 메렌데로(Merendero)라는 간단한 야외 식탁이나 쉬는 장소가 정말 없었답니다. 대신 길거리에 뙇~! 이동식 카페가 있는 겁니다. 그 카페에는 간단한 나무 식탁과 벤치 등이 있어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음료를 시키고 가지고 온 샌드위치를 먹는데요, 갑자기 남편이 그럽니다. 

"정말 스페인에만 없는 게 바로 이런 거야. 프랑스에서도 길거리에서 장사할 수 있고, 한국에서도 산(山) 입구에 이런 길거리 카페나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스페인은 다~ 불법이니 그런 재미를 느낄 수가 없어."

그러자 옆에 있던 동서가 그럽니다. 

"그러니까 스페인은 답답한 거예요. 길거리에서 뭘 파는 모습을 볼 수도 없고, 산은 더더욱 금지잖아요. 보호 명목으로는 좋기는 한데, 낭만이 없어 좀 답답하기도 하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니 몇 주 전에 SNS에 떠도는 재미있었던 문구가 생각났답니다. 이름하여 "한국인을 고문하는 8가지 방법"이라나요? 정말 재미있어서 남편이랑 웃으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하! 한국인이 스페인에 오면 정말 힘들 거에요. 한국인 고문하는 나라가 스페인인 것 같아요."

그랬더니 다들 귀를 쫑긋하고 듣습니다. 여러분도 귀 쫑긋하고 들어보세요. 다름 아니라 요즘 SNS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8가지 방법은 이렇습니다. 물론, 출처가 어디인지도 저는 모릅니다. 공감을 많이 얻는 것으로 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척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네요. 

1. 라면 먹을 때 김치를 안 준다. 

2. 인터넷 속도를 10mb로 줄인다.

3. 식후에 커피를 못 마시게 한다.

4.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고 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내리게 한다. 

5. 삼겹살에 소주를 못 마시게 한다. 

6. 요커트 먹을 때 뚜껑을 핥지 못하게 한다. 

7. 대변 볼 때 휴대폰을 못 갖고 가게 한다. 

8. 엘리베이터 문 닫기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한다.  

이런 8가지였습니다. 물론, 우스갯소리로 누군가가 한 말일 수 있는데요, 한국인의 성질 급함과 빨리빨리 문화를 보여주는 면이 있어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답니다. 

바로 한국인이 오면 고문당하기 쉬운 나라가 스페인이기 때문이지요. 

먹을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왜냐? 음식 자체가 다르니...... 

스페인에서는 인터넷 속도가 느리면 아예 웹서핑을 하지 않거나 한 번에 다 몰아서 인터넷 빠른 곳에서 일을 처리하는 습관들이 있더라고요, 물론 요즘은 상당히 빨라져 큰 도시는 무료 와이파이도 빵빵 터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소도시로 갈수록 시골로 갈수록 인터넷 사정은 좋지 않아요. 당장 우리 집만 해도 인터넷 속도가 4mb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당연히 버스는 정차하면 일어서서 내리는 분위기랍니다.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내릴 수 있도록 천천히 확인하고 달리는 버스, 

그래서 급하게 대기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약자에게도 최선을 다해 느리지만, 안전 운행을 하는 버스

그리고 큰 거 볼 때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보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니 노코멘트하는 게 나을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 문 닫기 버튼이 스페인에는 없답니다!!! 물론,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느긋한 문화이기 때문에 문 닫기 버튼을 달지 않은 곳이 많답니다. ^^* 좀 의외죠? 그래서 한국인이 스페인 오면 십중팔구 괴롭기 그지없지요. 그 증거를......!

몇주 전 발렌시아 치과에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시부모님댁이나 치과나 다 문 닫힘 버튼이 없었지요. 그런데 모든 엘리베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 문 열림만 있었지, 닫힘은 별로 없었습니다. ^^; 

남편은 이 표시를 보고 엄청나게 웃었습니다. 

"스페인은 한국인 고문하는 나라야!"

너무 웃겨서 우리 스페인 시댁 가족들은 함께 웃었습니다. 스페인이 참 답답한 나라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그러십니다. 

"산들무지개야~ 너는 김치 먹고 싶지 않니? 이번 여행에 김치 싸가지고 왔니?"

"아니요~ 어머님. 이제 김치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있는 거 먹으면 되죠, 뭐."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게 재미있는 문화 차이에 서로 웃으면서 샌드위치를 다 끝냈습니다. 

"나도 한국인처럼 화장실에 휴대폰 들고 들어가야 하지. 휴대폰 없으면 책이라도 들고 들어가야 해."

누군가는 이런 소리도 했습니다. 화장실 휴대폰이나 요거트 뚜껑에 공감하는 식구들이었습니다. 오~ 역시, 이런 개인 취향은 한국인이나 스페인인이나 다 비슷한가 봅니다. 

점심이 끝난 후, 아이들은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주문합니다. 사실, 그 이동식 카페엔 아이스크림 간판이 있어 아이들을 유혹하기에는 딱이었지요. 아이스크림이 너무 달고, 설탕도 많이 들어가서 다들 반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얘들아~ 아이스크림은 건강에 좋지 않단다. 건강을 위해서는 설탕 많이 들어간 과자나 아이스크림 먹으면 안 된단다~" 하고 스페인 할머니께서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겠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아이들은 무척이나 실망했지만, 설탕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기에 알았다고 하네요. 의외입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아들으니...... ^^; 

그런데 서방님이 그럽니다. 

"아~ 후식으로 커피 한잔하기에 참 좋겠는데!!!"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는 소릴 질렀습니다. 

"여기 커피 팔던데요!!!" 

그러자 시아버지께서는 깜짝 놀라시면서 그러십니다. 

"뭐?! 여기 커피 팔아?!!!"

"네, 여기 앉자마자 저는 커피포트부터 스캔했어요. 제 레이더망이 커피포트 걸렸어요!" 

남편이 하하하! 웃으면서 우리 셋을 번갈아 봅니다. 

"이건 완전히 스페인 사람, 한국 사람 고문하는 공통된 방법이네! 후식 후 커피 못 마시게 하는 거!!!" 

시어머니께서는 웃으시다가도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십니다. 

"산들무지개야.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못 먹게 했는데 어른들이 커피 마시면 정말 불공평할 것 같아. 아이들 고문하는 방법도 바로 이거네~!"

하하하! 어머님 말씀 맞으십니다. 그런데 우리 커피 좋아하는 3인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결국 이런 해결 방법을 내놓습니다. 

나: "사라가 가진 젤리 사탕 하나씩 나눠 먹으면 될 것 같아요."

시아버지: 그럼 젤리 사탕 하나가 아이스크림 하나에 해당하는 거지!

서방님: 그럼 우리 세 사람은 커피 한 잔 정도는 사 먹을 수 있는 거죠? 

그리하여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서방님이 커피를 주문하여 우리는 행복하게 후식 후 커피를 마셨다는 전설이 전해져옵니다. 사라 덕분에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대신 젤리 사탕 하나씩 먹고, 우리는 커피도 마셨고...! 고문에서 해방되었답니다! 

그런데 우리 셋은 커피 마시면서 하는 소리가...... 

"스페인 사람들 고문하는 방법은 뭘까? 축제 금지 하기? 점심에 와인 못 마시게 하기? 말 못 하게 하기? 온종일 집 안에 가둬놓기?" 등등의 말들이 오가면서 재미있는 점심 식사를 마쳤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다른 방갈로에 머물던 서방님이 아침에 커피 모자랄까 봐 자신이 우린 커피포트를 들고 우리 방갈로를 찾았습니다. 

여러분은 커피 못 마시는 고통을 이해하시나요? ^^*

정말 재미있었던 문화 간의 에피소드이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점에서는 뜻깊은(?) 점심식사였네요. 

스페인이 한국인 고문하는 나라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고문 말고도 여유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나라이므로 여러분들 너무 겁내지 마세요. 참 재미있는 나라랍니다! 인터넷이 좀 느리면 어때요? 다른 볼거리도 많지요. 김치와 라면이 없으면 어때요? 새로운 스페인 음식 맛보는 재미도 있지요. 삼겹살에 소주가 없다면 하하하.....! 하몬에 와인은 어떤가요? 엘리베이터에 문 닫기 버튼이 없다면 그냥 팔짱 끼고 기다리는 수밖에...... 

커피를 못 마시게 한다면? 하하하! 스페인 거리로 나가보세요. 카페테리아 없는 스페인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인처럼 커피를 좋아한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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