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스페인 학교에 아이가 '주먹밥' 싸간 이유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8. 2. 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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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깨우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부산하게 일어나 앞치마를 허리에 두릅니다. 


"오~~~ 우리 아이가 이렇게 일찍 일어났네!"


다름 아니라 아이는 오늘 학교에서 발표할 음식을 위해 자신이 직접 요리하고자 일어난 것이지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주먹밥'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동네 아이들에게 이 주먹밥을 소개하기 위해 어젯밤부터 설쳤습니다. 사실, 가끔 우리 아이는 엄마한테 간식으로 주먹밥 싸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식 시간 맞춰 주먹밥 싸간 적이 여러 번 있는데, 그럴 때마다 동네 아이들은 어떻게 만들었냐고 궁금해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시식도 시켜주고 싶었는지 자기 반 아이들 수에 맞게 주먹밥을 해갔습니다. 


아쉽게도 재료가 없어서 채소로만 했는데, 다음에는 김도 넣어 더 맛있는 주먹밥을 만들겠다고 아이는 다짐을 했죠. 건강한 채소볶음에 유기농 깨, 소금, 참기름만 넣은 이 주먹밥을 그렇게 맛있다고 하네요. 


 

 


결국, 아직 만8세인 아이에게는 채소 썰기와 밥하기가 어려워 제가 다하게 되었지만 말이지요. 채소를 볶아서 밥에 넣어 동그랗게 만드는 일은 아이의 몫이었습니다. ^^*



물론 재료가 없어서......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평야에서 한국 재료 구할 때가 없으니...... ㅜ.ㅜ;


아이들은 어서 도시에 나가 한국 재료 구해오자고 난리이거나 온라인으로 한국 재료 한번 사자고 조르고 있습니다. 뭘 사자고 할까요? 


큰 아이는 떡볶이용 떡 사자고 하고, 작은 아이들은 김, 아빠는 깻잎 통조림...... 엄마는? 참기름.......

하하하! 시간 나고 기회가 되면 빨랑 사야겠어요. 


재료가 부족해 삶은 달걀도 넣었고요, 오이 피클도 넣었더니 상큼하니 맛있었네요. 아이는 일부러 랩에 싸서 아이들에게 하는 방법도 알려준다네요. 동그랗게 손으로 만들어도 되지만, 랩으로 하면 더 쉽다는 것도 가르쳐주려고 말입니다. 

 


이제 수업시간. 준비해간 자료를 발표할 시간이네요. 아이는 김이 있었다면 참 좋았겠는데 안타까워하지만 한국 음식을 동네 아이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어 무척 기뻐합니다. 요즘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학교에서 건강한 음식이라고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저 만8세 아이는 기쁨 가득이네요. 


"소풍 갈 때 싸가면 아주 좋은 음식이에요. 한국에서는 옛날에 밭일하거나 어디 갈 때 싸가던 음식이라고 해요. 각종 채소와 김, 깨, 소금을 넣으면 아주 맛있는 밥이 돼요. 햄을 잘라 넣어도 되고요, 원하는 재료를 잘게 잘라 다양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만능 요리예요." 


종알종알 발표하는 모습 보니, 우리 딸도 점점 식성이 바뀌며 커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은 날이네요. 위의 음식 정보는 아이가 직접 찾아서 발표한 것이랍니다. 제가 도와준 건 채소 썰기와 밥 짓기 밖에 없었는데...... 


기특하다~! 다음에 꼭 원하는 한식재료 사줘야겠어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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