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스페인 고산생활에 위로가 된 아이의 '한글 편지'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8. 2. 6.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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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집],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여니 역시나 예상했던 눈이 계속하여 쌓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과는 다르게 적당히 내리는 것 같아 참 다행이었죠. 하지만, 시골 제설차가 오가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급한 곳부터 길을 열어야 하므로 우리 집은 오후에나 도착했지요. 그래서 오늘 학교는 휴강이었습니다. 


이 소리에 아이들이 얏호~! 외치며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기분이 나빴는지...... 


한 녀석이 불평불만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왜 자기는 토스트에 버터를 조금 발라주냐며 화를 냅니다. 사실, 엄마는 똑같이 발라준다며 발라준 것인데 아이 눈에는 많이 부족했나 봐요. 별것 아닌 것에 화내는 모습에....... 기분 좋았던 이 엄마는 그만 빡치고 맙니다. 가끔 그럴 때가 있잖아요? 좀 자제해야 하는데에도 그럴 수 없는 순간 말입니다. 아무리 설명해줘도 아이는 이해는 커녕 듣기도 싫다며 불평과 불만을 내보이며 화를 내는 것...... 아이에게 그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엄마한테 그만 화내! 엄마는 똑같이 줬단 말이야?! 먹기 싫어? 그럼 먹지 마!" 


하고..... 에너지가 확~ 다운되면서 기운이 싹 없어져 더 화가 났죠. 


"자꾸 엄마 화나게 할래? 왜 오늘따라 이렇게 불평불만이야?" 


했더니 아이가 으앙~ 하고 울기 시작합니다. 뭘 어쩌라고? 아~~~~ 머리 아파. 이런 소리가 나오면서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너희들, 여기 있어. 엄마 잠깐 밖에 나갈게." 


머리 좀 식힐 겸 말이죠. 우는 아이 달래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갔습니다. 모자 쓰고, 목도리 두르고, 장화 신고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서 큰 나무로 향한 길로 걸었습니다. 




그런데 1분도 되지 않아 어디서 큰 소리로 막 우는 겁니다. 아~~~~ 

되돌아 보니, 누리가 옷도 안 입고 막 달려오는 겁니다. 저거! 저거! 추울 텐데......!


"누리야! 빨리 집에 들어가." 


아이는 들어갈 생각을 않고 울면서 그럽니다. 


"엄마, 우리만 남겨두고 가지 마."


"뭐?! 알았어. 알았어. 집에 들어가자."


하며 누리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이제 사라와 산드라가 막 울면서 나오는 겁니다. 


"엄마! 우리만 남겨두고 가지 마."


속에서 ㅋㅋㅋ 웃음소리가 났습니다. 엄마 잠깐 밖에 나간다는 소리가 한국에 가버린다는 소리로 들렸는지...... "그래, 내가 미안하다." 이런 말이 나왔죠. 


결국 아이들을 다 데리고 들어와 다시 차근차근 이야길 하게 되었습니다. 



"얘들아~ 엄마한테 쓸데없이 화내지 마! 엄마는 너희들을 제일 사랑하는데 왜 자꾸 엄마에게 화를 내니? 엄마는 매일 얘기하지만, 너희들이 내 보석이고, 내가 사는 이유야. 엄마는 엄마의 엄마도 여기 없는데, 너희들은 엄마를 앞에 두고 왜 그렇게 화를 내? 난 스페인에서 너희들과 함께 사는 게 힘이 되거든."



이렇게 한국말로 해줬는데 다들 이해를 했는지, 이 말을 듣고 펑펑 우는 것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눈물바다가 아침에 전개되어 미안하기도 했고, 어? 이거 무슨 상황이지? 하면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서 눈물이 흐를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얘들아! 나는 가족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데, 자꾸 너희들이 화내면 어디에 가서 하소연할 수 있겠니? 너희들은 엄마한테 안겨서 울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잖아? 엄마한테 쓸데없이 화 내면 안 돼~!" 



그랬더니, 큰 아이가 잘못한 일도 없는데, "미안해! 사랑해!" 하면서 또 눈물바다를 만드는 게 아닌가요?! 쌍둥이 두 녀석도 엄마에게 안겨 펑펑 우는 게...... 참, 인생 영화 한 편 찍었구나! 속으로 허허 웃었지요.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준 적도 없는 "서럽다"라는 단어를 쓰면 왜 이리들 슬퍼하는 걸까요? 특히 큰 아이는 기분이 나쁘고 우울할 때 조용히 다가가 타일러주다 아이를 안아주면서 이런 말을 해주면 막 웁니다. 


"왜 기분이 안 좋아? 서러워서 그래?" 


'서러워서 그래?' 이 말을 언제 들었다고 이 말만 들으면 그렇게 눈물을 펑펑 흘리는지...... 아마 그 속에 함축된 모든 의미를 알고 있나 봅니다. (엄마가 네 복잡한 마음을 다 알고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으니 울어도 된다는 말로 들리나 봅니다)



"엄마가 너희들만 두고 밖에 나가서 서러워서 그래?"


이 한마디에 이렇게 펑펑 울면서 안도하다니...... 


"엄마가 미안해~!" 



그러다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니 아이들이 조용히 무엇인가를 건넵니다. 다름 아니라 엄마에게 표현하기 위한 사랑의 편지였지요. 쌍둥이들은 아직 글을 쓰고 읽을 줄 몰라, 그림만 그려줬는데요, 큰 아이의 편지를 여는 순간, 숨이 탁 멎었습니다. 



누리가 엄마를 위해 그려준 작은 책 



사라가 엄마를 위해 만든 녹색의 작은 책 



엄마에게 미안하다며 짧은 한글 실력으로 글을 남긴 큰 아이. 

아~~~~~ 우리말을 잘 몰라 걱정은 했지만, 

그 기본적인 의미와 진심은 알고 있는 아이가 제 마음을 다 읽은 것 같았지요. 


엄마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괜찮아! 


이 네 단어! 제가 친정엄마에게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그 네 단어가 쓰여 있었어요. 

제가 이 말을 딸에게 듣게 되다니, 눈물이 핑 돌지 뭐에요. 



내가 선택한 해외생활이고, 이곳이 어느 곳보다 더 행복하다는 걸 장담하지만, 가끔 너무 그리운 것들이 있습니다. 행복을 위해 살고, 그것을 위해 찾아가는 이 과정에서도 가끔 기분이 가라앉기도 하고, 못마땅한 것이 많지요. 오늘처럼 별것 아닌 일상에 화가 나고, 슬프고, 감정 억제가 되지 못 하는 일들도 있는데...... 


아이들과 펑펑 울면서 그것을 털어버렸네요. 가끔 이렇게 우릴 막는 어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아이들 때문에 위로가 된다는 사실이 참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네요. 엄마가 이제 좀 더 성숙하게 행동해야겠다 생각한 하루였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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