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관련된 아침 식사 글을 쓰다가 남편과 갑자기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별것 없는 수다였는데, 내용이 삼천포로 빠지다가 결국 횟집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요. 생선회를 먹지 않는 유럽인들에게 한국의 횟집은 정말 새롭고, 놀라운 곳인데, 왜 이들은 생선 횟집에 가지 않는지 말입니다.
지난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강릉 시민들이 외국인이 잘 찾질 않는다는 뉴스를 들었는데요, 알고 보니 횟집은 매출이 오르지 않았고, 반면 통닭집은 성황을 이루어 장사가 아주 잘 되었다고 하네요. 어떤 외국인을 기대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서양인인 경우에는 횟집 가는 발걸음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봐요. 그들에게는 생선회를 먹는 문화가 생소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스페인 남편과 대화를 하면서 삼천포로 흘러간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스페인도 생선회보다는 익힌 생선을 더 선호합니다. 물론, 일식집이 들어선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스페인 현지인들은 생선회를 전혀~ 전혀~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답니다. 왜일까요?
스페인에서는 유일하게 생으로 먹는 것이 굴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이 굴은 유명한 재래시장이면 어디서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관광지, 바르셀로나에서도 보케리아 중앙시장 진열대에 관광객을 유혹하면서 굴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스페인 사람들이 이 굴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번 남편과 단둘이 간 바르셀로나에서 어느 시민이 하는 소릴 들었습니다.
"관광객이니까 굴도 잘 팔리지. 현지인에게만 판다면 그렇게 잘 팔리지는 않았을 거야."
이것처럼 이곳에서도 생굴은 조금 꺼리는 음식이죠. 스페인 사람인 남편은 한마디로 그럽니다.
"당연하지. 유럽에서는 날생선을 먹는 문화가 없으니 꺼리는 거지.
오히려 육식을 먹었던 서양인들이었기에 생으로 떠서 먹는 회는 거부할 수밖에."
(그런데 서양이라고 다 육식 위주의 음식을 먹은 것은 아니랍니다. 흔히들 하는 오해죠. 육식이 매일 식단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아주 다양한 재료가 올라오는 지중해 식단이기는 하지만, 날생선은 아예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세계화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서양인들은 여전히 날 생선을 잘 먹질 않더라고요. 그 이유가 의외로 간단합니다.
"응~ 당연하지. 이곳 사람들은 기생충에 아주 민감하거든.
그래서 냉동고에 얼리지 않은 생선은 날로 먹질 않아."
남편은 아주 간단히 이런 소릴 했습니다. 기생충(아니사키스 등)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에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생선을 잡은 즉시, 그 자리에서 바로 회 떠서 먹는 것에 '표현은 하지 않지만', 굉장히 놀라워하더라고요. 대 놓고 비판하는 것은 보지 않았지만, 스페인 현지 친구들은 먹어보라고 권하면 굉장한 거부감을 보이더라고요.
"이거 냉동고에 얼린 거야?" 하고 먼저 물어보는 지경이지요. 그러니 한국에서 바로 낚시하여 회 떠 먹는 것에 두 눈 크게 뜨고 놀란답니다. (이 사람들이 한국인을 비판하여 그런 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냉동고에 얼리지 않으면 기생충이 여전히 생선 몸속에서 살아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생소하여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따져보니 왜 이 사람들이 회를 먹지 않는지 간단한 대답이 나오더라고요. 먼저 생선회 문화가 없어서일 테고, 두 번째는 생선 기생충을 굉장히 무서워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한 가지를 더 붙였습니다. 저도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먼저 이 한 가지를 이야기하기 전에, 작년에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바닷가재 사건을 말씀 드릴게요.
피렌체 인근의 한 식당에서 살아있는 바닷가재, 대게 등의 갑각류를 얼음 위에 올려놓은 채 보관하여 동물보호단체로부터 걸려온 소송에 이탈리아 대법원이 낸 판결은 다음과 같았죠.
참고 사진: pixabay
"요리되기 전의 산 바닷가재를 얼음과 함께 보관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라며 이 식당에 2천 유로(약 250만 원)의 벌금과 동물보호단체에도 3천 유로의 소송비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었죠. 이 식당은 동물학대라는 명목으로 벌금을 내야했던 것이지요.
헐~! 이것이 동물학대라니!!! 저는 처음에 이 소릴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 세상이 이렇게도 변하는가...... 이런 식으로 유럽인들이 느낀다는 게 놀랐습니다. 사실, 저도 산 채로 먹히거나 산 채로 불에 올려진 동물을 보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남편이 느끼는, 서양인이 횟집에 가지 않는 이유도 이런 바탕이 조금 깔려있다고 합니다.
▲ 수조에서 살아있는 생선을 가리키며 저 생선을 잡아주시오~! 하는 행위가 어쩌면 잔인하다는 의견
"아무래도 살아있는 생선이 수조에서 고객을 기다리는 모습이 문화 충격일 수도 있어. 수조에 있는 생선이 음식으로 보이지 않고,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이니 말이야. 이 생명체를 먹기 위해 '나는 이거 먹을 거예요, 잡아주세요~!'하고
바로 현장에서 잡아서 먹는 게 충격적일 수도 있지."
생명체에 대한 존중을 좀 서양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살아있는 생선을 그 자리에서 잡아, 맛있게 먹는 사고가 이상하다고 본 것이지요.
(물론, 이들 문화에서도 우리가 경악할 부분이 있지만, 오늘은 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그 부분은 노코멘트하겠습니다.)
바닷가재가 얼음 위에서 고통받는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처럼, 조금 전에 살아있는 생선(수조에 있는 생선)을 잡아 그 자리에서 먹는 느낌이 거부감을 일으켰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죠. 산낙지도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들이 상당히 거부감을 느낀다고 봅니다.
실제로 스페인 사람들은 날것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바로 그 자리에서 살아있던 생선의 회를 뜨고, 날 것을 먹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듯했습니다. 냉동고에서 나온 회는 의외로 잘 먹기 때문이지요. 살아있는 생명체를 양심 상 눈 앞에서 죽여달라고 할 수 없는 이들의 심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색다른 관점에서 본 서양인이 회를 잘 먹지 않는 이유를 남편이 잘 설명해줬네요.
요약하자면, 첫째는 생선회를 먹어보지 않은 생소한 문화, 둘째는 생선회에 있는 기생충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 그리고 세째는 살아있는 생선을 바로 떠서 먹는 부분이 꺼려진다는 의견, 요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관점은 일반화할 수 없는 한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나름대로 소소히 생각해볼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부류의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동서양의 음식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조금은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추신. 여러분, 이 이야기는 재미있자고 쓴 글이니 너무 쓴 악플이나 비방은 삼가해주세요~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고 우리가 틀리고, 저들이 맞다는 논리가 전혀 아님을 알려드리고요, 단순히 이들이 하는 사고가 우리와 다름을 이야기하고자 쓴 글입니다. 하지만 요즘 세계 추세는 살아있는 동물을 학대하지 말자는 추세이니 우리도 한번 깊이 생각해보면 어떤가 싶어 썼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은 지금 또 인터넷 불통이라 언제 복구가 될 지 모르겠네요. 복구 되는 날, 여러분께 또 짜잔~ 재미있는 글로 찾아뵐게요. 아자! 화이팅~!!!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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