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우리 동네 초등학교에는 아이들이 총 11명이 있습니다. 시골이다 보니, 아이들이 방과 후 심심하게 노는 일이 다입니다. 피아노 학원이 있기를 하나, 태권도장이 있기를 하나...... 그렇다고 근처 도시가 가깝기나 하나. 한번 나가는데 구불구불한 도로가 위험하니 쉽기를 하나. 차를 타고 한 시간은 달려야 하기에 어디 먼 곳에 나가는 일이 참 어렵답니다.
시골 아이들이라 혜택이 더 많이 가면 좋겠지만, 정말 산간지역이라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결심한 게 동네 아이들에게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여 방과 후 활동이 도움이 되기를 실천해봤습니다. 재작년에는 학교 수업 시간을 빌려 도예 수업을 했는데요, 이번에는 시청에서 마련해준 장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시청에 공문을 보내어 장소를 마련할 수 있었는데 아이들이 도자기 수업을 시작한다는 소리에 아주 기뻐했습니다.
이렇게 기뻐할지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좋아해 주니 내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처럼 저도 설레고 좋았네요. ^^*
스페인 시골이라는 작은 마을이지만, 저도 이 마을 구성원으로서 무엇인가를 하는 일은 참 흐뭇합니다. 특히, 자라는 새싹인 우리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주는 일은 참 즐겁지요.
아이들이 한국인인 저에게 다가와 얼굴을 비비고 안으며 오늘은 뭘 배우냐고 물으면, 저도 모르게 전율에 젖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인연이 있는 존재들이구나, 싶은 게 말입니다. 소통은 인간이면 누구나 해야 할 최고의 도구라는 것. 스스럼없이 마음이 열리는 도구입니다. ^^
부활절 방학 전의 도자기 교실 풍경인데요, 저 날 우리는 선사시대 토기를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프로젝트 수업에 맞춰서 하는 교실이었는데, 아이들이 아주 흥미로워하더라고요.
여러 날에 걸쳐 만든 작품들. 재작년보다 정말 손재주가 훌륭해졌어요. ^^
그리고 이번에 부활절 방학을 끝내고 돌아온 아이들을 위해 바로 수업을 준비했답니다.
(여행 후 후유증으로) 피곤했지만, 아이들이 정말 기분 좋게 기다려서 이날도 기분 좋게 수업을 했습니다.
오손도손 모여서 가족처럼 지내는 풍경이 참 좋아요.
이날은 이집트 고대 상형문자를 재현하여 자기가 만든 글자로 점토에 새기는 작업을 했답니다.
글자가 생겨나기 시작한 인류 역사를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다들 자기가 남기고 싶은 글을 점토에 새기느라 아주 즐거워했습니다.
그림이 곧 언어이며, 언어가 곧 그림이 되니 말이지요.
완성된 모습.
더 재미있는 모습은 동영상에 다 나와 있어요~! ^^*
덕분에 저도 동네 아이들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어 참 행복했네요.
언제나 아이들의 엄마가 아닌 친구나 선생님이 되어 일 대 일 교류할 수 있어서 말입니다.
부족하다 느껴지는 곳에서는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항상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발명을 하거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있어 사실, 부족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오히려 부족한 게 부족한 게 아니라, 풍성한 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듭니다. 내 아이들처럼 동네 아이들에게도 무엇인가를 가르쳐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 아이들에게 풍성한 경험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 드네요. ^^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 살면서 이런 재능기부로 보람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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