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스페인 친구에게 칭찬하니 일어난 일

산들무지개 2018. 5.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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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주말 잘 보내셨어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집] 가족은 주말을 발렌시아 식구들과 함께 보냈답니다. 오랜만에 하는 도시 외출이라 친구와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어 소중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

역시, 사람은 얼굴을 보며 정을 나누어야 그 우정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존재인가 봅니다. 일요일 모임에서는 2년 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에도 어제 만난 듯 참 살갑고 다정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더 그럴 수도 있겠네요. 

토요일에는 친구가 운영하는 수제 맥줏집에 놀러 갔답니다. 지난번 우리 집에 2박 3일 머물다 간 친구네가 운영하는 곳이라, 부담 없이 아이들은 부모님께 맡기고, 부부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저녁도 먹을 겸, 오랜만에 데이트도 할 겸 말이지요. 

석 달 만에 만난 친구는 여전히 즐거운 얼굴로 우릴 반겼습니다. 손님도 엄청나게 많았는데, 일일이 챙겨주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지요. ^^*

그러다 맛 보라고 내온 음식. 


친구가 맛보라고 내온 이 음식, 위의 사진입니다. 

빵에 맛있는 소브라사다(Sobrasada)를 올려 줬습니다. 

여러분, 이 소브라사다의 정체가 뭔지 아시겠어요? 

아무튼, 이 소브라사다는 돼지기름과 비계에 각종 양념, 파프리카 가루, 마늘, 허브 등을 넣어 만든 스페인식 돼지기름 양념으로 빵 위에 발라 먹거나 요리할 때 조금씩 떼어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맛본 이 소브라사다는 정말 맛이 달랐습니다. 너무 맛있었어요. 돼지비계가 요즘 대세라면서요? 실제로 사람 몸에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하니, 저도 용기를 갖고 먹어봤습니다. 아주 매콤하니 맛있었어요.

"히야~! 정말 맛있다. 어떻게 시중에서 파는 것하고 이렇게 차이가 날까? 정말 맛있다."

라고 제가 폭풍 칭찬을 해줬습니다. (사실, 저는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 모든 게 좋아 보이는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고, 조금이라도 좋으면 칭찬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한국 친구들은 제게 '공주병, 왕자병 제조기'라는 별명까지 붙여준 적이 있답니다. 모든 게 좋은데, 실제로 좋은 표정과 감탄, 표현 등을 아끼지 않는답니다. 그렇다고 싫은 것을 좋다고 한 적은 절대로 없는 사람이고요) 

그랬더니, 역시 친구는 제게 엄지를 척 올리면서 이 소브라사다의 뒷이야기를 해줍니다. 

"이거 우리 할머니하고 모여서 만든 우리 집 전통 소브라사다야. 그래서 맛이 완전히 다른 거지! 맛있지?"

오~~~ 그랬구나! 어쩐지!!! 제가 이런 전통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 무척 기뻐했습니다. 친구는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면서 할머니와 함께 큰 대야에 손을 넣어 이 소브라사다를 만드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아~ 정말 맛있다, 감탄하면서 할머니 손맛이 들어간 친구네 맥줏집의 손님들은 행복하겠다고 또 칭찬을 해줬습니다. 

사실, 스페인 친구들에게 칭찬하면 대화가 그냥 트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화를 어디서 시작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가 흘러가기 때문이지요. 

"우와~! 오늘 너 굉장히 예쁘다. 뭔가 달라졌어!" 

이렇게 시작하면, 그 친구가 달라진 일에 관해 설명해줍니다. 며칠 전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머리도 새로 하고, 옷도 새로 샀다면서 그 배경을 이야기해주죠. 그렇게 사소한 것이지만 솔직하게 칭찬하고 표현하면 대화가 저절로 이루어진답니다. 물론, 적당히 상황을 봐서 칭찬하는 기술도 있어야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아부와 아첨만 될 터이니 말이죠. 

친구가 맛보라고 준 음식을 먹고, 우리 부부는 친구 매상 올려주자고 간단한 저녁을 주문했습니다.

제가 먹은 닭고기 수제 햄버거 

남편이 먹은 수제 비건 햄버거 

자리를 테이블로 옮겨 우리 부부는 열심히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쓰윽 하니 무엇인가를 던져주고 갔습니다. 어? 이게 뭐지? 키친 타올에 돌돌 말린 무엇인가를 그냥 쓰윽~ 두고 간 것입니다.

남편이 열어봅니다. 

아~~~ 이것은! 

이것은 바로 우리가 맛본 소브라사다였습니다. 

"보라고~~~! 전통적인 방식의 진짜 소브라사다를!!!" 

진짜 큰 소브라사다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네요. 우와~! 아이들 머리만큼이나 큰 녀석이었습니다. 

정말 전형적인 할머니표 소브라사다입니다. 

"어?! 이게 정말 귀한 거잖아? 안 돼~~~ 우리 이거 받을 수 없어. 만들기도 어렵고, 한번 만들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데 이 귀한 걸 이렇게 막 주면 안 돼~!" 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는 "너희들이 귀하니 나도 귀한 것 주는 거야."하면서 돌려받질 않으려고 합니다. 아~~~ 정말, 이럴 때 보면 스페인 사람들 너무 한국인 같지 않은가요? 정말 고집스러울 정도로 베풀려고 하니 정말 감동했습니다. 

게다가 오랜만에 봤다고 저녁 먹은 햄버거 값도 받질 않겠다고 하니, 정말 더 미안해질 정도였습니다. 

누가 서양인들이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했나요? 이 사람들 한국인보다 더하면 더한 기질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돈 때문에 서로 방어하는 사람들, 어디서 본 풍경이라 많이 웃었네요. 

돈을 꺼내 친구 주머니에 쑤셔 넣는데도, 친구는 꺼내서 싫다며 우리에게 던져주는 것. 정말! 그러면 언제 가게 수입이 올라가?! 이거 한국에서 요즘 김영란법(?)에 걸리기 때문에 우리 이러면 안 돼!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우린 친구니까요. 그래도 친구끼리라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사실, 스페인도 진짜 친한 친구 사이에만 이러니 여러분 오해는 하지 마세요. 

친구 덕분에 즐거운 주말을 보냈네요. 가끔 스페인 사람들에게 칭찬하면 종종 새로운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답니다. 대화도 자연스럽게 풀리며, 그 뒷이야기를 알 수 있으니 말이지요. 예를 들어, 새로 한 테이블보가 귀해 보인다고 칭찬하면, 그 테이블보가 할머니 유품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할머니의 유품을 직접 보여주는 일까지...... 이런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자주 공유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스페인 사람들은 자신의 일과 일상을 공유하는 걸 아주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함께 공유하면 우정이 더 쌓는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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