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터를 잡은 우리의 [참나무집] 가족은 요즘 열심히 봄을 즐기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요즘은 오전반만 해서 금방 집에 와 오후를 보낸답니다. 물론, 아이들과 같이 놀아줘야 하는 건 다 부모의 몫이지요.
그런데 우리의 산똘님은 요즘 꽤 큰(?)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무급 휴가 3개월 내고 싶다고 회사에 신청까지 한 상태인데...... 회사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과 3개월 장기 여행을 하고 싶다는 게 이 사람의 소망이었거든요. 한국과 아시아를 돌면서 여행을 하는 게 우리의 작은 꿈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자전거로 다섯 식구가 한반도 여행을 하면 어떨까, 정보까지 찾아봤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이 계획은 다른 때에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고민에 빠졌습니다.
"무급 휴가를 받지 못했으니까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갈까? 아이들과 큰 추억을 쌓기 위해 먼 곳으로 장기 여행을 하고 싶은데......"
이런 말을 줄곧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자동차로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체코, 독일, 벨기에 등을 도는 유럽 여행을 한번 해볼까?" 하는 말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방학이 여행 성수기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꽤 고생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텔에, 식당에, 박물관에........ 북적북적, 상상만 해도 어질어질하더라고요.
그런데 남편은 확정도 안 된 우리의 휴가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며칠째 계속 만들어대고 있습니다.
혹시나 모를 편의를 위해 우리의 차 안에 침대를 만들겠다는 심산으로......!
"아~~~ 우리 다섯 식구가 저 차 안에 들어가 자기에는 무척 어려울 것 같은데.......!" 라고 말해도 남편은 혹시 모르니까...... 라며 자꾸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 풍경은 정말 많이 본 풍경이죠? 매년 남편이 뭘 만들 때는 이렇게 밖에서 아이들 보는 앞에서 만들어요. 옛날 사진에는 이런 풍경이 자주 있거든요. ^^;
산똘님이 며칠 전 시내 장 보러 갔다가 사 온 합판입니다. 잘 잘라 잘 맞춰 차에 설치하면 아이들 셋이 잘 잘 수 있는 공간이 생기지 않을까 하네요. 물론, 캠프장에 잘 때에 대비하여 남편이 만들어대고 있는 물건이지요. 우리 부부는 텐트에 자도 아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편히 잘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에......
그 앞에서 열심히 소꿉놀이하고 있는 쌍둥이 딸들.
"휴가가 어디로 결정이 나든, 차 안에 침대 만들어 놓으면 유용할거야."
남편은 또 쌈박한 씽크 탱크에서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있습니다. ^^ 산업 디자이너 & 엔지니어 공부 안 했다고 할까 봐 또 티를 내고 있습니다.
저 차 안에 무리 없이 합판이 들어가 침대로 변신할 수 있을까요?
차 가장자리에 합판으로 틀을 짠 후 침대 다리를 만들어 그 위에 합판을 올리면 훌륭한 침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네요. 물론, 매트리스와 이불은 따로 준비해야겠지요.
앞의 좌석을 앞으로 꺾으면 이 합판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4인은 편히 쉬지 않을까 남편은 또 계산하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3인도 겨우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 놓고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남편. 무급 휴가가 불가되었으나 언젠가 시행되는 날이 올 거라는 이 남자.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자주 여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말에 '만들고 싶은 거 다 만들어라~~~'고 유쾌하게 응원해줬습니다.
보이지 않는 길이 있다면 돌아서라도 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몇십 년 집과 직장을 반복한 남편에게도 쉬고 싶은 긴~~~ 날이 필요했나 봅니다. 하지만, 쉬지 못하더라도 이런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행복을 찾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만드는 차 안의 침대가 어쩐지 꽤 유용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말이지요. ^^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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