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매우 더웠습니다. 해발 1,200m에 사는 우리 참나무집 식구들은 이런 더위에 익숙하지 않아 갑자기 닥친 스페인 남부의 더위에 깜짝 놀랐답니다.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모를 뜨겁고도 거센 바람 덕분에 오늘은 온종일 캠프장에서 시간을 보냈답니다.
캠프장에는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그나마 그늘이 있어 참을 만했고, 수영장이 있어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아 다행이었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일 이 캠프장을 떠난답니다. 그렇다고 당장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요.
철새가 지나가는 마을에 가기로 했답니다. 지난겨울 첫째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다녀온 고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아이에게는 비밀로 했는데, 내일 그곳에 도착하면 깜짝 놀라겠죠? 게다가 아이가 전에 묵었던 호텔까지 예약했으니 벌써 설레어옵니다.
그렇게 2주의 휴가가 지났답니다. 남편은 올해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휴가를 여름에 왕창 다 냈습니다. 그래서 2주 휴가가 더 남아있지요. 그런데 이 휴가가 남편에게 고민을 안겨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너무 더워 어쩔 수 없이 외출하지 않았답니다. 텐트에서도 무지 덥지만, 오가면서 샤워도 하고, 수영도 하니 그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었네요. 아이들은 한가하게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면서 더위를 식혔고요, 저는 이 와중에 잡지에 송고할 원고를 썼답니다.
산똘님은 누리와 함께 낱말 맞히기 놀이(?)를 하면서 알파벳을 가르쳐줬습니다. 물론, 다 알지만 여름 방학 동안, 공부하지 않으면 까먹기 때문에 이렇게 일부러라도 가르쳐줍니다.
사라는 아빠한테 탈취한 1유로로 저 동그란 장난감을 기계에서 뽑아와 인형이랑 놀고 있습니다. ^^;
그리고 더워지면 또 수영장으로 들어가 몸을 식혔습니다. 정말 덥더라고요. 그런데 오후에 뉴스를 들으니 이 근처에 큰 화재가 일었다고 하네요. 스페인은 여름에 산불이 많이 이는데 가까운 해변 소나무 숲에서 산불이 일어 걱정이었습니다. 바람이 너무 뜨겁고 거세어 이 화재 진압이 어떻게 될지 참 걱정이네요.
오후가 되자 남편은 화재도 화재이지만 남은 2주에 대한 걱정에 휩싸였습니다. 우리의 첫 번째 휴가 목적은 아이들 침대를 사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고, 남은 2주에 대한 휴가는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하나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자신도 새로운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겹치면서 열심히 여행 정보를 찾기 시작하더라고요.
"어디 가고 싶은데?!"
"마음 같아서는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어디든 가고 싶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남편이 검색하는 곳은 노르웨이였습니다. 피오르 협만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에 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네요.
"그곳, 물가가 엄청나게 비싼 거로 알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하면서도 저는 남편이 말하는 노르웨이의 한 마을 호텔을 찾기 시작했답니다.
"우와~! 그렇게 비싼 건 아니네~~~"
"정말 아이들 데리고 그곳에 갈까?"
솔깃해지면서 우리 부부는 또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다 함께 같이 한다는 게 가장 큰 의의가 있을 텐데도, 가끔 이런 새로움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네요.
어디가 되었든...... 휴가는 지나가겠지요.
그렇게 오늘 하루도 마치고 내일은 새로운 날이 오겠지요? 그리고 새로운 휴가를 위해 또 고민해야겠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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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고산 참나무집 가족의 여행을 담은 동영상입니다.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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