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스페인 시어머니가 물려주신 46년 된 토스트기

산들이 산들무지개 2018. 11.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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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토스트기가 46년도 더 넘었다고요? 네~! 

세상에!!! 제 나이보다 더 많은 토스트기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가 인연이 있기도 전에, 스페인 시어머니께서 사신 토스트기입니다. 헉?!!

물론, 전기 토스트기가 아니라 수동인 불에 직접 올려 달구는 형태의 토스트기랍니다. 


정말 신기하죠? 

제가 신기한 건 어떻게 버리지도 않고 그렇게 오랫동안 보관하실 수 있었나~ 하는 거였어요. 

세월이 지나 전기 토스트기를 쓰는 시절이 엄청나게 빨리 왔는데도 시어머니께서는 몇 개의 전기 토스트기를 갈아치우는 사이에도, 이 수동 토스트기를 버리지 않고 간직해 오셨습니다. 


뭐, 간단하게도 망가지지 않고 쓸모가 있어 버리지 않았다는 게 답이지만 말이지요


스페인 사람들은 물건이 망가지지 않는다면 웬만하면 버리지 않는답니다. 시대에 떨어져 모델이 한참 바뀌었는데도 당장 불편함이 없다면 바꾸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제가 구형 아이패드를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고장이 나지 않아 미치겠어요. 고장 나면 새로 사자고 남편이 자꾸 옆에서 세뇌 교육을 시킵니다.




사실, 이 토스트기는 우리 부부가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쓰러져가는 돌집을 수리해 들어와 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물건입니다. 그때 시어머니께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우리 집 사정을 아시고 주신 겁니다. 


엄청나게 오래된 토스트기인데 수동이라 여전히 잘 사용할 수 있답니다. 빵을 잘라 저 안에 넣어 그냥 잘 토스트 해주면 된답니다. 단점은, 불 조절과 시간 조절을 잘 못 하면 빵이 다 타버릴 수 있다는 게 단점이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매일 아침, 맛있는 토스트를 해주는 좋은 물건이랍니다. 


이 물건은 시부모님이 신혼 때 사신 거라네요.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의 작은 나라, 안도라(Andorra)라는 국가에서 사 온 물건인데 메이드 인 프랑스라고 적혀 있답니다.


그 당시, 시어머니께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식이 한국 아내와 결혼하여 이 토스트기를 쓸 줄 상상도 못 하셨겠죠? ^^*




세월은 속일 수 없어 이 토스트기도 이렇게 닳은 흔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또 깨끗이 씻으면 가끔 광채도 난답니다. 


한국에서는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새 물건을 사주고 선물해주는 일이 종종 있던데......

결혼하면 신혼이라 가구며, 전자제품이며, 가전 도구며...... 자식 내외를 위해 새 물건들로 선물을 해주시던데, 스페인은 그 반대랍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아는 스페인 부모들은 신기하게도 자기가 쓰던 물건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일이 많더라고요. 부모가 새 물건을 자식에게 사주는 게 아니라, 부모 자신이 새 물건을 사고, 자식들에게 헌 물건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살면서 물려받은 물건이 세탁기, 냉장고, 가스레인지, 자가용, 가구 등등 꽤 많았답니다. 물론 많이 물건이 교체되어 지금은 우리가 직접 물건을 새 물건으로 사지만 말입니다. 


처음에는 참 신기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다 새것으로 자식에게 신혼살림 장만해주던데, 스페인은 참 다르구나 싶은 게 말입니다. 하지만, 살면서 보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답니다. 부모에게 많은 것을 받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고, 오히려 자립하는데 더 자생력을 키워주는 듯하여 좋았습니다. 계속 도움만 받으면 또 도움받고 싶은 생각이 날 수 있으니 차라리 이렇게 중고 물건이 더 소중하게 와닿을 수도 있구나 싶었답니다. 




여전히 토스트는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바게트 빵을 잘라 토스트를 하여 우리가 아는 빵과 생김새가 다를 수는 있지만 말입니다. 


시어머니께서도 어머니께 물려받은 물건이 다 쓰던 물건이라고 하셨으니~ 그 가치를 조금씩 이제 알 것 같기도 하답니다.




오래되었다고 쓸모없어지는 게 아니라, 자식에게 하나의 가치로 다가오는 게 신기한 스페인 풍습입니다. 

위의 가스레인지&오븐은 남편의 외할머니가 물려주신 30년도 넘는 물건입니다. ^^*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가끔 이 가스레인지를 쓰다가 외할머니가 생각나 흐뭇하게 웃기도 한답니다. 


"나의 왕자님께 내 유산 다 물려줄 거야~!" 


이렇게 농담하시던 외할머님이 생각나네요. 외할머님의 왕자님은 바로 우리 남편, 산똘님이었는데 말이에요. 산똘님이 유일하게 물려받은 물건이 이 가스레인지라......


"우리 할머니 맨날 나보고 유산 다 물려준다고 해놓고 달랑 가스레인지 하나만 물려줬네~!" 하고 하하하! 웃습니다. "아~! 할머니 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 정말 물건 하나에도 역사가 있고, 세월이 있어, 이런 물려받음이 정말 싫지 않고 참 좋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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