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시댁 식구들하고 스페인 가을 여행을 다녀왔답니다.
지중해 연안의 발렌시아(Valencia)는 정확히 4계절 다 온화하기 때문에 가을을 마음껏 볼 수 없어 날 잡아 시댁 식구들과 함께 다녀왔답니다.
우리 식구가 다섯이니, 시댁 식구 다 합치면 굉장한 인원이 함께했겠지요?
캠프장 방갈로도 세 채나 빌려 지냈는데요, 함께 앉아 먹을 공간이 없어 캠프장의 공공 휴식터를 빌려 사용하게 되었답니다. 그곳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여럿이 함께 앉아서 식사할 수 있었는데요, 한가지 단점은 히터가 되지 않아 좀 추웠다는 게 문제였답니다.
그날 저녁도 어둑어둑해지며 그 공간이 추워지고 있었습니다. 산속 캠프장은 더 빨리 해가 지고 온도가 뚝 떨어지기 때문에 스페인 사람인 남편은 꽤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여행하기 전에 머리를 싹뚝 다 밀어버렸기 때문에 정말 머리가 시렸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것 때문에 발생했답니다. @.@
저녁에 식사하는데 갑자기 스페인 시아버지께서 남편을 보시더니 호통을~~~ 보통 호통을 잘 안 치십니다. ^^* 그런데 그날 호통을 치시는 겁니다!!!
"너는 어떻게 식사하는데 모자도 벗지 않고 먹니?!"
이렇게요!!!
"아~~~ 아빠. 머리를 밀어서 너무 시려서 그랬으니 한 번만 봐줘요."
남편은 능청을 떨면서 시아버지께 애교를 부리더라고요. 그런 남편을 보니 처량하기도 해서 제가 한 몫 거들었습니다.
"아버님, 스페인에서는 식사할 때 모자 쓰면 안 되나요?"
이렇게 여쭸더니, 며느리에게는 한없이 자상하신 시아버지께서 그러십니다.
"스페인에서는 모자 쓰고 식사하는 일이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야. 언제나 모자는 벗고, 정중하게 앉아서 먹어야지. 요즘에는 너도, 나도 젊은이들 다 모자 쓰고 어디든 다~ 식사하던데 미국 문화 받아들여서 정말 안됐어!"
이러시더라고요. 하하하! 역시 어딜 가나 어르신들의 이런 말투는 국적을 초월하여 같은가 봅니다.
▲ 식사 장면 찍은 사진이 없어 위의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그런데 아버님! 한국에서는 옛날 선비들은 갓을 벗고 식사를 하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했어요. 항상 갓과 의복을 잘 차려입고 식사하던 게 왜 갑자기 생각날까요?"
이렇게 말씀해드렸더니, 시아버지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돕니다.
"오~~~ 신기하다. 예전에 한국 부채 선물 받았을 때 해준 말이 생각나네. 서양에서는 부채는 여자들만 쓰던 거라 한국 사람들이 왜 남자에게 선물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역시 문화가 달라서 그랬던 모양이네. 한국에서는 모자도 쓰고, 옷도 입고 식사를 했다니 정말 재미있구나."
관련 글 ☞ 스페인 시아버지가 의아해하는 한국 선물
아마도 스페인에서는 모자는 벗고, 외투도 벗고 편안한 복장으로 식사를 해야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여겨 그러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남편이 그럽니다.
"그러게요. 문화 차이는 존재하고, 우리가 알던 무례가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예의일 수도 있어요. 제가 한국 갔을 때, 술자리에서 같이 식사하다가 뜬금없이 어떤 분이 자기 잔을 나한테 주면서 술을 따라주는 거예요. 처음에는 얼마나 큰 문화충격을 받았는지!!!"
이 말을 듣던 시아버지께서 또 눈을 동그랗게 뜨시면서 깜짝 놀라십니다.
"뭐? 자기가 마시던 잔을 주면서 술을 따라줬다고? 오우! 그것참! 난감했겠구나!"
"처음에는 난감했는데, 알고 보니 이게 호감 이는 사람한테 친근함을 표현하면서 주는 행동이었다네요. 자기 술잔 채워 술 마시고 나누는 것. 누가 보면, 먹던 잔에 따라주는 게 얼마나 기분 나빠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술잔을 받아야 예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연장자가 주면 눈 보면서 마시는 게 아니라 고개를 돌려서 술을 마신다고 해요."
이 말을 들으시던 시아버지께서는 참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으십니다.
"하하하하! 그렇구나! 스페인에서는 눈 마주 보고 술을 마셔야 예의 있다고 하는데, 역시 한국은 좀 다르구나! 그것참! 신기하다."
▲ 눈 마주 보고 건배하는 스페인 사람들
시아버지께서 이렇게 재미있게 경청하시니 남편은 또 조잘조잘 한국과 스페인의 예의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또 시아버지께 애교를 떱니다.
"그러니까 아빠. 이번 한 번만 봐주라. 우리끼리 있는데 머리가 너무 시려서 그러니 한 번만 모자 쓰고 밥 먹게 해주라~"
이러면서 말이지요. (물론, 제가 웃기게 번역했습니다. ^^; 그런데 이런 투로 애교를 떨더라고요.)
이 말에 다들 폭소하듯 웃고 말았네요.
저도 덕분에 너무 재미있어서 많이 웃고, 얼마나 문화차이가 다양한지 또 알게된 저녁이었네요.
"알았어! 대신 다른 데 가서 모자 쓰고 밥 먹지는 마라~! 우리끼리니까 먹게 하는 거야~"
시아버님도 덕분에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호기심을 풀면서 이런 아량을 보여주셨네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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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머리를 짧게 밀어준 사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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