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아이가 다쳐 스페인 응급실에 다녀왔어요

산들무지개 2019. 3. 20.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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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길었던 날들 

지난주 목요일,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로봇 아트 교실에 가기 전이었습니다. 

마을 이웃이 걸어온 전화 

"누리 팔이 많이 다쳤어. 팔이 휠 정도로 다쳤는데, 지금 의사를 불렀으니까 빨리 학교 놀이터로 와~!" 

뭐?!!! 누리가 팔을 다쳤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편과 저, 둘이 부랴부랴 학교 놀이터로 갔습니다. 

가슴이 쿵쿵 뛰면서 큰일이 없었으면 싶었지요. 

학교 놀이터에 도착하니, 그나마 안심인 게 우리 마을의 가정의와 약사께서 응급치료를 하고 계셨죠.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마을에 그래도 24시간 1차 진료소가 있어 참 다행이었죠. 게다가 우리 가정의가 오늘은 당직하고 계셔서 아이를 쉽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어요. 

"빨리 종합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아야 해요~!" 

우리 가정의께서는 응급처치와 함께 응급 지시를 내린 문서를 후다닥 써주셨답니다. 

바로 이것을 가지고 종합병원이 있는 큰 도시로 가면 되는 것이죠. 

제가 너무 걱정했는지, 그 와중에 웃으시면서 제게 안심하라며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산들무지개~ 괜찮아요. 아이들은 팔뼈가 쉽게 부러져요. 그것처럼 쉽게 붙기도 하니까 큰 걱정하지 말고 도시로 나가 보세요. 지금 응급차 부르면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으니 차로 이동해보세요."

그렇게 하여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지중해 연안의 큰 종합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응급 헬리콥터도 마을에 오지만, 목숨의 위협이 없는 이상, 응급차나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게 최선입니다. 산드라와 사라, 두 아이는 우리 마을 선생님이 보살펴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종합병원 응급센터로 직진했습니다. 

그곳에서 가정의께서 적어주신 응급 진단서를 제출하니 바로 안내를 해주시더라고요.

휠체어를 가져온 간호사께서 아이를 데리고 외상센터로 직진했습니다. 

아이의 팔 상태를 점검하신 의사는 바로 팔보호대를 해주시고, 엑스레이 촬영하는 곳으로 보냈습니다.  


간호사께서 직접 휠체어를 끌어 아이를 데리고 엑스레이 촬영 센터로 들어갔습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을까, 생각도 하기 전에 벌써 촬영을 마치고 외상전문의에게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간호사께서 외상전문의가 계신 의료실까지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그곳에 가니, 외상전문의께서 벌써 누리의 팔뼈 엑스레이를 검사하시고 우리 부부를 보며 말씀하시네요. 

"팔뼈가 부러져 수술을 해야 해요." 

"수술?!" 

수술이라는 말에 제가 깜짝 놀랐어요.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안심하시라며 절 다독여주셨어요. 

"네~! 요즘은 피부를 자르지 않고 수술을 한답니다. 안쪽에 깁스를 하고 바깥 쪽에서 수술을 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바깥에서 바늘 같은 핀으로 찔러 뼈를 맞추는 거예요."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두 분의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의 팔에 기브스를 해주시고, 이것저것 물으셨답니다. 

수술에 들어가기 위해선 공복 시간에 맞춰야 한다며...... 수술 준비를 할 채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간호사께서 휠체어를 밀어 아이 수술 준비할 소아과에 안내했습니다. 

그곳에서 손에 카테터를 삽입했고요, 아이에게 환자복을 제공했습니다. 


그렇게 소아 응급실에서 기다리다가 사진 한 장 찍었어요. 

누리가 얼마나 강한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더라고요. 

누리 대신 언니와 동생은 막~ 울었는데 누리가 귀찮다면서 조용히 하라고 지시할 정도였으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소아 응급실에서 기다리다 보니, 입원해야 한다면서 병실로 옮기게 되었어요. 

이때도 간호사께서 오셔서 아이를 휠체어에 태워 병실로 향했습니다. 


모든 게 다~ 조직적으로 착착 진행되어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제 생애 세 번째로 스페인 병원에 와봤는데, 한결같이 놀라는 게 조직적으로 착착 진행된다는 거였습니다. 

환자가 두리번두리번하지 않을 시간을 주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아픈 사람이니까 그렇겠지요. 

2인용 어린이 병실에 와서 수술을 기다리며 수액도 맞고 있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니 수술실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수술실로 향하는 길입니다. 

자정이 되었죠. 

그 뒤를 따라가는 아빠의 모습 

아이를 수술실에 들여보낸 뒤, 이렇게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빠도 두리번두리번 왔다갔다......

대기실에서 여러 명의 보호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3-4명의 수술이 동시에 진행되는 듯했어요. 

수술이 끝났다고 했는데 중환자실에서 마취가 깨어나길 기다린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중환자실 방문복으로 갈아입고 들어가 아이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번갈아 들어가야만 했지요. 

수술 후, 다시 팔뼈 상태가 어떤지 엑스레이 사진으로 찍어야 한다고 엑스레이 촬영 센터에 갔습니다. 

저때가 밤 3시였습니다. 

아이는 잠에 취해, 마취에 취해, 수술 후의 피곤함에 취해 저렇게 잠들어 있었지요. 

그래도 의사, 간호사께서 다들 친절하시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셔서 위로의 말과 눈빛을 보내주시더라고요. 아이를 깨우지 않고 조용히 데리고 들어가서 엑스레이를 찍으셨다네요. 

그렇게 엑스레이 찍고 다시 병실로 돌아와 그날 병실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누리아는 수술 전 공복 상태라 배가 고파 투정했는데, 다음 날 아침,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요.  


그 다음 날 아침 누리는 깨어나 언니와 동생과 번갈아 가면서 통화하면서 웃었습니다. 

소아병동 선생님도 오셔서 재미있는 이야기와 동화 책 등을 나눠주고 가셨어요. 

손으로 색칠할 수 없으니...... 약간 울쌍이었지만, 저보고 색칠하라며 또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아이를 쳐다보는 아빠. 

아이가 아파서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짠한 게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남의 집 아이들도 그런데 제 아이는 더하겠죠? 건강히 아무 탈 없이 크면 좋으련만 우리 의지대로 항상 되지는 않기에 오늘도 겸허히 생을 받아들이면서 아이가 어서 낫기를 기원했답니다. 


그렇게 수술이 끝나고, 의사 선생님은 퇴원해도 된다며 주의를 주셨습니다. 

집에서 푹~ 쉬면서 회복하라면서 말이지요. 

10일 후에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하는데...... 그때는 더 많이 좋아졌으면 하네요. 

이렇게 누리와 함께 다급하게 향했던 스페인 응급실 경험담을 여기서 마칩니다. 

그래도 좋았던 점은 스페인 의료정책이 서민에게는 최고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작고 소소한 병에는 많이 기다려야 하는 단점도 있지만, 응급 상황에서는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은 아주 좋네요.) 

목숨의 경각을 두는 사고나 병에 큰돈이 없어도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스페인 의료제입니다. 

병원비 0원. 물론, 의료 보험비로 매달 세금을 내지만, 큰 사고가 났을 때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는 데에 큰 걱정을 놓습니다. 그것이 암이든, 그것이 교통사고든...... 

모든 치료는 모아둔 돈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것! 최고의 혜택이었습니다.

스페인 공화정 시대에 만들어진 의료제도라고 하는데...... 

제가 이곳에 살면서 가장 안심할 수 있었던 공공의료제. 이번에도 크게 느꼈습니다. 

다음에 이런 스페인 공공의료제에 관해 설명해드리는 기회가 생겼으면 하네요. (독일이나 영국과 비슷하다지만, 또 다른 시스템입니다) 

여러분, 그동안 소식이 없었던 이유, 이제 아시겠죠?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요, 아이가 안정되면 또 포스팅 올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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