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부터 미술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행을 하면서, 그림일기를 그리거나 크로키를 하거나 이것저것 그림을 그리면서 기록하는 일을 좋아했답니다. 스페인에 와서도 늦은 나이, 도자기 학교에 들어가서 제일 좋았던 것이 (도자기 예술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릴 기회가 많았다는 것에 행복했답니다. 도자기를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미리 그려본 후에 만드는 작업이 제가 하는 도자기 작업이었거든요. (도자기 조형예술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첫아이를 낳고 한동안 그림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니, 그냥 잊고 말았답니다. 너무 오래 잊고 있어서 그림은 제 삶에서 이제 진정으로 안녕~, 이별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우연히 다시 만난 그림......
요즘 블로그 생활이 뜸했던 이유도 그림을 그리면서 나 자신과 다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랍니다. 한동안 출간하면 블로그를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출간은 했고, 그래서 관둘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그림을 만났기에 좀 거리를 두고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가 나에게 무궁무진한 성장의 선물을 준 것은 사실이거든요.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성장하게 도와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만큼 오해를 사는 반응과 질책, 악의적인 댓글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상처 안 받았다고 자신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쌓인 게 많아서 정말 그만큼 치유하고 소화할 시간이 필요했답니다. 지금도 간혹 오해하시는 분들을 보면 제 발걸음을 다시 돌리게 하지만,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그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어느 정도 자가치유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잃어버렸던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그 창작행동이 기쁘더라고요.
가족 이모티콘도 만들어 보고......
동화도 써보고......
이것저것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게 아주 즐거웠습니다.
중년은 중후할 줄 알았는데 마음속에 소년과 소녀가 그대로 남아있더라고요.
오랜만에 되찾은 취미로 삶의 활력도 느꼈고요!
누군가는 그랬죠.
"넌 어떻게 맨날 '굶는 일'만 하니?"
국어국문학과에 간다고 "굶어 죽는 학과"라고 놀리고
도자기를 공부한다고 하니, "도자기 해서 돈은 벌겠니?"라고 놀리고.....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요즘 그림으로 돈 버는 사람 많지 않아......"
맨날 굶는 일만 한다고 놀린답니다.
맨날 굶는 일만 해도 마음이 즐거우면 행복 아닌가요?
자기만족이 삶에서 큰 가치라는 것 알고 있는데, 그림 그리고 나면 괜히 시간 허비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찾은 기쁨, 잠시 즐겨야겠다는 생각이랍니다.
그래서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는 이것저것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기도 하답니다. ^^
삶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나 찾아서 하면서 사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늦었다고 그 기회가 없는 건 아니더라고요.
각자의 시간 안에, 자신의 궤도 안에 내가 만날 기회는 언젠가는 찾아와준다는 것.
오늘 못 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못 하면, 언젠가 하면 되는 겁니다.
내가 그것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면 말이지요.
<물병과 잔, 곰팡이 핀 오렌지 두 개>
블로그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글을 올리고 소통을 하면 좀 대처하는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그동안 모이고 모여 마음에 쌓인 여러 악플들을 하나씩 하나씩 더 지워야겠습니다.
지우다 보면 다시 힘이 솟지 않을까 하네요.
요즘 제가 까칠해졌다고 생각되시는 분들 계시면
무한한 이해 좀 부탁합니다.
그동안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힘들었다고 얘기해야
여러분도 제 사정을 아실 것 같아 어렵게 이 글을 올려봅니다.
(답글도 안 달리고 블로그 포스팅도 늦었다고 재촉하신 분들도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산들무지개 드림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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