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여러 해 살면서 "왜 스페인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 국기에 대한 애정이 없어 보이는 걸까?"궁금했답니다. 물론, 스페인 사람들 중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제가 느낀 이곳 사람들의 국기에 대한 애정은 한국인만큼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리 한국인은 어딜 가나 태극기만 보면 마음이 울컥하는 어떤 공통된 느낌이 있잖아요? 특히 해외에 살다 보면...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은 그런 마음이 덜한 것 같았어요. 스페인 국기로 울컥하는 애정은 없는 느낌 말이죠. 제 책,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에도 한 꼭지에 그런 내용을 담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아마도 스페인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로 지역마다 언어와 문화 차이가 확연히 나타나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여 내세운 국기가 결속력을 얻어내지 못해 그런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역의 자치구 상징인 자치정부기가 더 결속력을 주지 않나 싶답니다. 그래서 축구를 응원할 때도 스페인 사람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팀으로 나뉘어 응원하기 마련이지요.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 등.......
그런데 최근 저는 스페인 라디오 SER의 한 프로그램인 '라 벤타나(La Ventana) 콘 까를로스 프란시노(con Carlos Francino)'의 한 코너, 'Acontece que no es poco con Nieves Concostina'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답니다. ^^
5월 28일 자 라디오에서 들었는데요, 스페인어 공부하시는 분들에게도 참 좋은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답니다. 유튜브에서 2분가량 짧게 간추려 소개하니 들어보시면 흥미로울 거라 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라디오 웹사이트에서 청취하실 수 있답니다.
다름 아니라, 지금의 스페인 국기 문양이 제작되던 때는 1785년 5월 28일 까를로스 3세가 국가적 편리를 위해 스페인 왕국의 국기를 새로 디자인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왜 이런 명령을 내렸냐구요?
관련글 - [스페인 이야기/여행, 여가] - [백설공주]의 세고비아 성, 진짜 주인은 뭘 했을까?
▲ 위의 링크는 까를로스 3세 관련 글입니다.
스페인 왕국은 그 당시 해양을 지배하는 '해가 지지 않는 왕국'이었죠. 아메리카 발견과 함께 해양 무역으로 번창하던 중 그때 당시의 하얀색과 하늘색의 왕국기(아르헨티나 국기와 비슷)가 바다에서는 아주 쓸모없게 됐다는 거죠. 바다에서는 푸르고 흰색이 보이지 않아 아군에게도 아군으로 보이지 않으니 공격의 대상이 됐답니다. 아니! 우리 편이라는 걸 확실히 해야지!
1785년 ~ 1927년
스페인의 상선기
그래서 바다 멀리에서도 확실히 볼 수 있는 국가적 신호가 필요해 국기 디자인 대회로 당선된 것이 바로 지금의 스페인 국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이 표시가 스페인의 표시다! 라고 했다는 것!
바다에서 제일 잘 보이는 디자인은 바로 주황색 줄에 노란색이 들어간 디자인! 여러 가지 디자인이 있었는데 역시나 주황색과 노란색이 최우선으로 뽑혔답니다. 해상 전쟁과 해군에 쓰이는 디자인이 단순하게도 주황색 두 줄에 노란색이었고요, 나머지 주황색과 노란색의 여러 줄 콤비네이션(까딸루냐의 국기와 비슷한 느낌)이 그 외에 쓰였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짐작하셨겠지만, 스페인 국기는 그렇게 탄생하여 시민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해상 전쟁에 쓰인 스페인 국기가 일본의 욱일기와 어쩐지 비슷한 상징으로 다가와 닭살이 돋았습니다. 일본의 욱일기도 해군 군함기였으니..... 그러니 어찌 시민의 사랑을 받았겠습니까?!
그래서 결론은 프랑스인들이 자유주의 대혁명으로 시민과 함께한 상징적 깃발이 지금의 국기가 되어 애정하는 것처럼, 미국인들이 미국 독립전쟁으로 쟁취한 그 영광이 깃발에 서려 애국하는 것처럼, 우리 한국인들도 일제 식민지에서 독립 운동을 하며 태극기를 지키낸 것처럼 그런 애틋함이 스페인 국민에게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기에 대한 애국심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모습, 이렇게 정리가 되더라고요.
오늘의 이야기는 스페인 역사적 사실을 재미있게 풀어 스페인 현재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여러분도 읽고 흥미로웠으면 합니다.
* 오늘은 제가 매우 흥미롭게 청취한 내용을 바탕으로 포스팅을 꾸며봤습니다. 이 글은 스페인 문화와 역사, 정치에 대해 비난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더더욱 우리나라의 우월성을 따지고 타문화를 배척할 목적으로 올린 것도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단순히 문화적 호기심으로 풀어간 포스팅임을 알아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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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저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전국 서점에도 있어요~~~!!!
e-book도 나왔어요~!!! ☞ http://www.yes24.com/Product/goods/72257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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