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여행, 여가

아이들과 함께 오른 1박 2일의 피레네산맥 비박 등반

산들이 산들무지개 2020. 9. 1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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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초의 피레네산맥은 선선하고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벌써 가을이 온 듯 고도에 따라 나뭇잎 색깔이 얼핏 변한 걸 느낄 수 있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도착하기 한 주 전에는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섣불리 나무도 잎 치장하며 색깔 바꾸기에 여념이 없는 듯했답니다.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 터를 이룬 우리 [참나무집] 가족은 더 높은 피레네산맥에 등반하기 위해 왔습니다. 

"산에서 산으로 가는 여행~!"


거기서 거기 같은데 거기가 절대로 거기와 같을 수 없는 느낌.

산에 오래 살아 산이라면 지겨울 것도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은 이 느낌......

항상 그 자리에서 보듬는 산이라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그 느낌...

그런 자연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스페인 사람인 남편, 산똘님이 첫째와 같은 나이(11살)였을 때 처음으로 시부모님들과 비박 여행한 곳이 이곳이라며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고 강행(?)하여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됐답니다. 


피레네산맥은 험한 산으로 유명한데 우리가 보통 간 곳은 숲이 울창한 그런 산책로에 불과했지요! 

그런데 이번 산행은 산책이 아닌, 등반이라고 해야 할 그런 수준의 고급 등산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간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크레궤냐 호수(Ibon de Cregüeña)!




아라곤 페레네산맥 쪽 베나스케에 있는 '고도가 높은 산에 있는, 세 번째로 큰 호수'입니다. 


근처에 험준한 산봉우리들이 참 많고요, 그중 제일 유명한 곳은 아네토(Aneto) 봉우리로 스페인 내륙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랍니다. 

[스페인 전역에서는 세 번째..... 테이데(Teide) 3,718m - 물아센(Mulhacen) 3,482.60m - 아네토(Aneto) 3,404m]


그리고 우리가 간 호수는 해발 2,630m에 있는 아주 높은 고도의 호수이지요! 




베나스케(Benasque) 아네토 캠핑장에서 새벽 일찍 일어난 우리 가족은 버스를 타고 시작점에 도착했습니다. 



발리비에르나(Vallibierna) 계곡에서 다들 배낭 하나씩 메고 걷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위의 지도에서 보시듯이 경사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고도 2,200m 정도를 지나니 나무도 다~ 없어지고 높은 산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저 아래 버스에서 내려 계곡 평지를 걸어 오르다 이곳으로 올랐습니다. 

보시다시피 여러 산을 등반할 수 있는데요, 산맥이라 가는 곳마다 절경이랍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힘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는 사실



아침 일찍 일어나 어두울 때 막~ 챙겨온 배낭을 들고 오르는 인증샷!




한국에서 본 초롱꽃과 비슷한 꽃도 보고...... 한국 꽃보다 훨씬 작았어요! 손톱만 했어요. 



큰아이는 길가 무성한 산딸기와 블루베리를 따 먹었고요. 

아침 식사가 부실해 야생 과일을 따 먹으며 오르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1박 2일을 위한 물건을 배낭에 넣고, 아이들 옷가지와 도구도 배낭에 넣어 너무 무거운 나머지 

카메라 챙길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가벼운 액션캠을 챙겨왔는데 사진은 덤덤하게 찍혔네요. 



경사 가파른 곳을 지나니 호수가 나왔습니다. 

이본 데 코로나스 첫 번째 호수였어요. 

이곳에서 간단히 쉬기로 하고 아이들을 위한 보상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초콜릿 바!

집에서는 절대 먹지 않는 초콜릿 바~! 

산에 나와서 먹는 초콜릿 바는 다른 세계의 꿀맛이었습니다. 

아이들도 환호를 질렀고요!



첫 번째 호수에 왔다는 인증샷!

이때까지도 아주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호수로 다다르는 과정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경사도가 얼마나 가파른지요! 

게다가 만년설이 녹아 산사태가 난 풍경의 돌무더기가 길이었답니다. 




길이 없는 듯한 길이 피레네산맥의 길이랍니다. 

한번 길을 잃으면 큰일 날 것만 같았지요. 

실제로 매년 여름에 거의 매일 실종자를 찾기 위해 헬리콥터를 띄운다고 자연공원의 관리인이 말해주기도 했답니다.


그런 위험한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고요? 


이날은 날씨가 좋아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 않았고, 또 산똘님은 젊은 시절 전문 산악인으로 활동했기에 

그다지 두려움은 없었답니다.  



조금 더 올라가 쉬고 있는 우리 가족 



그런데 여느 등산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저 위 아라구엘스(Aragüells) 능선만 넘으면 호수인데....... 

저까지 가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돌길에 돌도 작은 돌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암벽!!!



하지만 날고 기는 산드라의 응원에 힘입어 우리 가족은 위로 천천히 올라 드디어 능선 고개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고개 넘어 짜잔~!!! 드디어 거대한 호수와 맞닥뜨리게 된답니다. 



막내 사라는 자기 카메라를 가져와 이 순간을 간직했고요. 



울 쌍둥이들은 이 순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듯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올라온 험한 길을 응시하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기해보는데......

힘든 오르막길이 목표지점에 다다르니 어느새 뒷장으로 넘어가 버렸어요. 

순간 이동한 듯 힘듦이 기쁨으로 변하고 나니 사르륵 없어진 듯도 했어요. 



산똘님은 이 순간을 이용해 큰아이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산드라를 보면서 어릴 때 자기 모습을 봤다고 얼마나 놀라던지......!

우리 모두가 힘들다고 뒤처질 때 산드라가 앞으로 쑥쑥 나가면서 조금밖에 안 남았다며 응원하는 모습

사라가 멘 배낭이 무거워 무겁다며 놓았을 때 산드라가 자기 배낭 위에 동생 배낭을 얹어 이동하는 모습......


이 등산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한발 한발 험한 돌길을 걸으며, 다음 발은 어디에 디딜지 생각해내고 결심해야 할 몫은 순전히 자기 몫~!

힘들지만, 꿋꿋이 한 발씩 내디디며 결국 목표한 곳에 도착한다는 진리를 알게 된 아이들.

포기하여 다시 돌아가고 싶은데도 그곳에서 자고 싶다는 소원 하나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들이 아이들에게 일어나 저도 동반하는 내내 전율이 일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내리막길을 따라오니 이렇게 해발2630m에 자리한 호수가 있더라고요. 



우리는 그 호수 옆에 노숙하기로 했는데, 하필 그날 밤에 비가 온다는 소식에 

산똘님이 무거운 것을 무릅쓰고 3인용 텐트 하나를 가져와 아이들은 노숙을 피할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그날 밤, 비가 내리지 않았답니다. 다행 😆)

우리 부부는 그날 밤 바위 밑에 작은 노숙 장소를 물색하고 잘 수 있었고요. 

위의 사진은 녹초가 돼 쓰러진 산들무지개(글쓴이)가 누워서 찍은 모습입니다. 



저녁은 따뜻한 수프에 끓인 라면~! 



저녁이 되니 해가 방끗 비쳐 따뜻하게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네요. 

 


산똘님이 열심히 라면 끓이는 모습



뜨거울 때 후루룩 먹어야 맛있다며 라면 먹는 아이들 

천상의 꿀맛을 보았다오~!!! 

행복했던 저녁 식사.



사실 집에서 먹었다면 맛없어 화를 낼 만한 수준이었지만, 힘든 산행 후 먹는 라면은 정말 꿀맛이었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이 자는 텐트를 품은 호수를 보세요~! 

(우리가 잠잔 곳은 계산해 보니 약 2640m)



잔잔한 푸른 호수와 벌거숭이 산......

묘한 조화로움이 참 아름다웠죠. 

이렇게 힘들 게 올라왔는데 하루만 있다 간다는 게 화가 날 지경이었죠. 


"먹을 것만 잔뜩 있다면 한 한 달도 살다 가도 되겠다~!" 

산똘님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누가 여기까지 한 달 분 음식을 가져올까......!"



우리가 머문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이제 하산할 때입니다. 



기념으로 가족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어찌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액션캠만 가져가 낭패 본 순간.

(하지만! 영상을 많이 찍어 기록으로 남겼으니 무지무지 좋습니다. 여러분도 보실 수 있어요. 

제 글 마지막에 영상 두 편을 올려둘 터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놀러 오세요~!)

저 뒤로는 우리 부부가 비박한 바위도 보이네요. 

방문객이 오가며 돌로 벽도 쌓아 그다지 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호수 옆이라 바람이 슝슝 통했지요. 

 


이제 하산하는 길입니다. 



호수를 뒤로하고 우리는 호숫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아래로 갈수록 이렇게 아름다운 숲과 계곡, 풍경......!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사도가 높아 무척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무사히 1박 2일의 피레네산맥 산행을 마치고 우리가 머물던 캠핑장 방갈로로 돌아왔습니다. 



뜨끈한 국물 요리를 먹고 싶었는데 마침 가져온 식량이 별로 없어 있는 재료로만 만든 식사!

하지만, 아이들은 꿀맛이라며 아주 좋아했답니다. 



충분히 고생했으니 우리 가족은 그날 이후 편히 쉬면서 영화도 보고 마지막 일정을 마쳤답니다. 


너무 추워지기 전에 하자며 강행한 1박 2일의 피레네 산행~! 

아이들이 어려워할 줄 알았는데 전혀 불평불만이 없었답니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자주 등산에 데리고 가 그런 것 같아요. 

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작은 씨가 움틀대며 자라는 것을 봤답니다. 

마냥 힘들다고 생각하면 흥미롭지 않고 의미가 없는 것들인데, 한발 한발의 의미를 되새기니 달라 보이더라고요.

다음에 또 등산하고 싶다는 아이들 마음에는 도전이라는 씨가 자라나고 있더라고요. 


"엄마, 아빠! 다음에는 오르데사(Ordesa) 산행을 하자고요!"


다음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저도 기대가 되더라고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요, 하루하루 건강 유의하세요! 화이팅~!!!


Copyrightⓒ산들무지개 all rights reserved




산들무지개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우리의 피레네산맥 비박 경험담을 담은 영상입니다. 

즐겁게 시청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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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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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서점에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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