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스페인 시골 생활 거의 12년 차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0. 12. 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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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이곳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서 마치 시골에서 평생을 산 느낌이 듭니다. 😳 그런데 오늘 산책하다 보니 저도 시골 생활이 겨우(?) 12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네요. 물론 집수리할 때는 도시를 오가며 생활했기에 일상적인 시골 생활은 아니었지요. 


잔잔하게 산책하다 보니,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생각났어요. 


제게 시골 생활 10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죠. 제가 사는 스페인 고산은 아직 10년이 지났지만, 강산은 변하지 않았어요. 단지, 트러플 농사가 잘되는지, 이베리아 참나무가 자라는 곳, 곳곳에 철망을 놓아 옛날보다 더 풍경은 나빠졌답니다.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인데 철망을 둘러싼 자연은 좀 보기 흉하죠. 하지만 농가 사람들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이 트러플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멧돼지 출현을 막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쓴답니다. 



예전에는 울타리가 없었어요. 

어디든 울타리 때문에 돌아가는 일은 없었는데, 

이제는 자연에 살면서도 직진할 수 없고, 돌아서 돌아서 지나가야 하는 곳들이 

많이 생겨났답니다. 



뒷산으로 오르는 길에도 울타리......

세월 따라 양 떼도 많이 지나다녀 돌담이 다 훼손됐어요. 

길 위에 돌이 저렇게 널렸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 돌담도 이제 누가 올려주지 않네요. 



숲으로 들어가면 아이들이 놀았던 장소가 나오네요. 

어디나 흔적 남겨놓는 아이들 

저곳에 집을 만들고 소꿉놀이한 모습 보면 흐뭇한 웃음이 나온답니다. 


최근 10년 동안, 저는 이웃 사람들과 많이 사별했어요.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았지요. 


어제도 제가 좋아한 이웃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마을에서 유일하게 스페인어를 하시는 분이셨는데, 제게도 잘해주시고, 매번 친절하게 대해주셨는데.....

그 인자한 웃음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허망했답니다. 

(마을 사람들은 발렌시아어를 하시는데, 이 할아버지께서는 다른 마을 출신이셔서 스페인어를 하셨지요)



이곳에서 알고 지낸 분들......

제 책에 소개한 친구부터 할아버지까지 많이들 돌아가셨어요. 

도시 살면 이런 부고 소식에 뉴스의 한 페이지 읽듯 지나갔을 텐데, 이곳은 좀 다르네요. 



남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주 얼굴 보고 익힌 남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웃들이었지요. 


페페 아저씨, 심장이 커서 등으로 나오신 라이문드 할아버지, 술주정뱅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라몬 아저씨(양치기 아닌 다른 라몬 아저씨), 게다가 장애가 있지만 순백했던 친구 호세루이스까지......! 프랑스 아가씨 나탈리아......


매일 얼굴 마주했던 이들이 시간을 두고 하나둘 떠나버렸네요. 



시골 생활 10년의 세월에서 저는 강산이 변하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더 마음에 각인되더라고요. 

10년이 누군가에게는 참 긴 세월이고, 누군가에게는 참 짧은 세월인데......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인연이 만나고 헤어지는지......

도시에서는 그냥 스쳐지나기만 하면 될지도 모르는데 

시골에서는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그렇게 자연 안으로 돌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나도 저 자연 안으로 돌아가겠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생각하지요. 

10년의 시골 생활이 사람을 더 겸손하게 만든 것 같아요. 



산 위에서 들판을 보니 이 겨울에 밭을 갈러 온 이웃이 있더라고요. 

추운 겨울인데 미리 이렇게 봄이 올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스페인 고산은 한국과 기후가 여러모로 달라 이렇게 겨울에 밭 갈고 다음 계절을 위한 준비를 하네요. 


여러분~ 오늘도 건강 유의하시고요,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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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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