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스페인 고산의 겨울 샘물

산들이 산들무지개 2021. 1. 2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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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지난번 내린 눈은 폭설이라고 대대적인 일기예보가 있었어요. 그런데 저에게는 여기서 살면서 본, 두-세 번째로 큰 눈이었답니다. 가장 큰 눈은 쌍둥이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던 때였죠. 진짜 어마어마한 폭설에 나무가 설해를 입어 뚝뚝 부러져버린 거예요!!! 숲이 전부 다 초토화가 될 정도로 큰 눈이었답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 50cm 정도밖에 쌓이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어요. 

어제는 아침에 비가 잠깐 왔는데 그야말로 눈이 다 녹을 정도로 이제 정상에 가까워졌답니다. 

 

눈이 오면 좋은 게 겨우내 얼어붙은 땅에 눈이 천천히 녹아들면서 스펀지처럼 부풀어 오른다는 거예요. 물을 머금은 땅은 봄에 활기차게 싹을 틔우는 식물에게 참 좋은 징조랍니다. 마을 사람들도 이 겨울 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런데 폭설이 쌓이면 정말 골치죠. 

 

옛날에는 농가에 사람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폭설이 쌓여 고립되면 정말 큰 걱정이었다지요. 농가마다 샘이나 우물이 있지 않아서 샘에 식수로 물 길러 가거나, 마을에 생필품을 사러가야 할 때는 정말 난처했다지요. 그런데 이곳 사람들도 사는 방법의 지혜가 축적되어 눈이 오면 다 함께 행동했다고 해요. 

 

농가 사람들이 다 모여 소나 말, 당나귀 등의 가축을 데리고 길을 뚫었다고 합니다. 눈이 많이 쌓여도 이 동물들은 뚜벅뚜벅 눈을 헤치고 길을 낼 수 있었다고 해요. 마을까지 동물의 힘을 빌려 길을 내면 그 뒤로 농가 사람들이 눈을 밟아주면서 또 길을 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필품도 사고, 식수도 떠가면서 폭설에 대비했다고 합니다.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죠? 

 

이곳 사람들은 가축을 사육장에서 키우기보다는 울타리를 친 큰 대지에서 키운답니다. 특히 소는 그냥 자연에 풀어놓고 키워 쉽게 숲이나 산, 들에서 볼 수 있답니다. (소가 눈이 와도 추위에 강해서 끄떡도 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눈이 왔을 때 제때 소를 우리에 몰아넣지 못한 때도 있었다네요. 어떤 해는 소를 너무 멀리 풀어놔 폭설에 갇힌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주인 할아버지가 폭설에 갇힌 세 마리 소를 걱정하면서 얼마나 안절부절못하시던지요. 그런데 눈 내린 3일 후, 요 세 마리 소가 무사히 가축우리로 되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어려운 역경 속에서 얼마나 묵묵히 길을 뚫어 왔던지......! 정말 소가 대단했습니다. 

 

스페인의 많은 농가에서는 여전히 생활용수로 빗물을 받아 사용한답니다. 물론, 외곽에 자리한 농가를 말하지요. 요즘은 전부 도시화되어 수도나 전기, 가스가 잘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처럼 외지에 떨어진 곳은 옛날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답니다. 

 

빗물을 쓰면 식수는? 식수도 옛날 방식대로 샘에서 물을 길어와 해결합니다. 

 

여러분이 마트에서 생수를 사거나 정수기로 물을 사용하시는 것과 비슷하죠? 우리도 좀 멀기는 하지만, 샘에서 물을 직접 길어와 식수 전용인 물을 마십니다. 여기 샘물은 몸에 좋다고 소문이 나서 많은 이들이 일부러 물을 길어 가기도 하지요. 

 

우리 가족이 식수로 받아가는 자연산 샘물입니다. 차가운 겨울 샘물은 정말 맛있고, 미각을 시원하게 해주더라고요. 이 겨울 눈이 이제 녹으면서 천천히 대지에 스며들어, 대지는 또 필터 작용을 하면서 우리에게 퐁퐁퐁 물을 공급해주겠지요? 

 

플라스틱 통이 좋지 않아 우리 가족도 이곳 사람들이 옛날에 사용한 방식대로 유리병에 물을 담아간답니다. 마을 학교에서도 마을 가까이 있는 샘에서 급식용 물을 받아가지요. 따지고 보니, 우리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여러 샘에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샘은 스페인 작은 마을에서는 삶의 원천이고, 법칙이 됐어요. 물이 부족한 곳이다 보니 활용하는 지혜도 참 대단하고요. 이 샘물은 흘러가 구유에 갇히고, 구유의 물은 동물이 마시며, 구유에서 흘러나온 물은 큰 수조로 이동하여 텃밭에 주어지더라고요. 이곳에서는 물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관련 글들을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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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현대에 직면한 문제의 해결 방법은 옛 방식이 아닐까 싶기도 한 요즘입니다. 

 

오늘도 이렇게 소중한 샘물을 받아가면서 스페인 고산의 겨울 모습을 풀어봤습니다. 다 사람 사는 곳은 삶의 지혜를 축적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이들 만의 방식이 있다는 걸 여러분께 알려 드리며...... 오늘도 행복 가득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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