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스페인 고산의 폭설, 고립에서 길이 열리기까지..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1. 1. 1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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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집] 식구들은 대설주의보로 약 4일 동안 고립되어 지냈답니다. 이제는 길이 뚫려 무사히 마을과 학교에 갈 수 있지만요, 아직도 길은 얼어붙고 눈은 녹지 않아 좀 고생하고 있답니다. 눈 온 후에는 항상 한파도 같이 닥치기 때문에 날이 어두워질 때는 보일러의 물을 싹 빼고 얼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답니다. 

 

그러면 그동안 있었던 일들, 한 번 풀어볼게요~ 

 

 

 

눈이 내린다고 한 첫째날에는 오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천천히 내리기 시작하던 눈이 갑자기 속도를 붙여 빠르게 내리기 시작했죠. 이날은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했던 터라 급하게 아이들 데리러 가지 않으면 안 됐답니다. 혹시 길이 끊겨 집에 오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지요. 

 

 

 

둘째 날은 쉼없이 눈이 내렸답니다. 일정하고도 빠른 속도로 눈이 내려줘 세상은 온통 하얗게 덮여 있었죠. 아이들이 제일 신났답니다. 눈싸움과 눈썰매를 타면서 옷 젖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놀았다지요.

 

 

 

첫째는 새 관찰을 무지무지 좋아하기 때문에 눈 온 날에도 크리스마스 때 선물해준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새 찾아 나섰답니다. 눈 오는 날의 새는 무얼 하면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 아이는 무척 걱정이 돼 집 창문가에 새 모이와 물까지 준비해놓았답니다. 

 

요즘 사진을 많이 찍었는지, 블로그에도 겨울 새 사진을 올려놨답니다. 산드라의 블로그가 궁금하신 분들은 구경하러 오세요~~~

https://lasalasdelanaturaleza.blogspot.com/

 

Las Alas de La Naturale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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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alasdelanaturaleza.blogspot.com

 

 

저녁이 되니 낮에 조금이라도 녹았던 눈이 얼어붙어 좀 미끄럽기 시작했어요. 고립 이틀 째, 아직 제설차는 오지 않았답니다. 

 

 

 

제설차는 눈이 멈추면 그때 움직이기 시작할 모양입니다. 점점 눈이 쌓여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무려 50cm가 넘을 정도로 눈이 쌓였답니다. 솔직히 이번 눈은 제가 이곳에 살면서 두 번째 정도 많이 쌓인 눈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심하게 눈이 내린 것 같지는 않았지요. 몇 년 전 눈은 거의 1미터가 돼 가서 정말 깜짝 놀랐었지요. 이번 눈은 으음...... 애교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한파가 함께 몰려와 좀...... ㅠㅠ

 

 

 

그래도 눈 온 세상은 신비롭고 아릅답습니다. 마치 일상의 일탈 같은 느낌이랄까요? 좀 집에서 포근하게 동면 생활을 해도 되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지요. 

 

 

 

닭장의 닭은 나올 생각도 않고, 고양이들은 장작 창고 바구니에서 다함께 몰려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있었답니다. 

 

 

 

겨울왕국이 된 것처럼 신비로운 세상...... 하지만 올해도 설해에 나무가 많이 부러질 것 같아 걱정이 되더라고요. 밖에 나가 나무에 쌓인 눈을 털어주는 데도 눈이 너무 무거워 털리지가 않더라고요. 이렇게 가볍고 가벼운 눈이 내려 어마 무시한 무게로 나무를 위협하고 있다니, 마음으로 깜짝 놀랐답니다. 

 

 

 

우리 집은 며칠 째 태양이 떠주지 않아 전기가 방전되었답니다. 휴대용 발전기가 있어 돌려가면서 전기를 조달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그런데 태양광 전기 에너지 변환기에 문제가 생겼는지..... 며칠 후, 해가 떴을 때 변환기가 작동하지 않아 지금 고생하고 있답니다. 아마 변환기를 새로 고쳐 쓰거나 사야 할 것 같아요. 

 

 

 

갑작스럽게 닥친 눈과 추위에 기기도 고장이 나는가 봅니다. 요즘 발전기에 의지해 전기를 쓰고 있어 인터넷 사정이 더욱 나빠졌답니다. 

 

 

그리고 고립 3일째 되던 날, 저녁 마을 트랙터가 저 멀리서 나타나 길을 열어주고 갔답니다. 하지만 길이 흙길이라 깨끗하게 눈을 치우지는 못하고 불완전하게 눈을 치우고 갔지요. 그래도 사륜구동차는 다닐 수 있을 만큼 길은 열려서 4일째 아침에는 산똘님은 직장에 갈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직장 입구까지 갔다 다시 돌아와야만 했지요. 결국 재택근무를 하게 됐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휴교령이 내려져 여전히 이 눈을 즐길 수 있었지요. 

 

 

 

5일 째 아침, 드디어 눈은 그치고 하늘이 파랗게 눈부시게 우리에게 인사를 했어요. 햇살 받은 하얀 눈밭이 얼마나 눈부신지......! 집안에만 가만히 있기 어려웠답니다. 

 

 

 

산똘님은 태양광판을 깨끗이 닦고 눈을 치웠어요. 하지만 변환기 문제로 요즘 걱정입니다. 변환기를 거치지 않는 보일러는 그나마 작동해 다행이었지요. 

 

 

 

이날 아침 차의 유리에 결정체 그림을 남긴 추위......

 

 

 

정말 신비롭고 아름답죠? 

 

 

 

눈은 서서히 녹으면서 고드름을 만들어 내고 아이들은 이 신비한 고드름을 가지고 열심히 놀곤 했죠. 

 

 

 

그렇게 긴 5일 정도의 고립이 끝나고 다음 날 아이들은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할 수 있었답니다. 산똘님은 눈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게 됐답니다. 아직도 눈은 무릎까지 쌓여있어, 녹으려면 여러 날이 지나야 할 것 같아요. 변환기도 새로 사야 할 것 같고...... 이곳은 10년 전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 같습니다. 지금 스페인 고산에서 미지의 누군가에게 S.O.S를 치는 듯 저는 이 글을 쓰고 있답니다. 

 

여러분~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요,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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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김산들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다니는지, 바람은 어떤지 종알종알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은 종종 양 떼를 만나 걸음을 멈춘다. 적소나무가 오종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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