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개인이 자원봉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스페인, 그 이유는?

산들무지개 2021. 5. 1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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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일생에 한 번은 스스로 다른 이를 위해서 봉사 활동한 적이 있나요? 작고 큰 봉사활동~ 말만 들어도 훈훈하고 마음 따뜻해지고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지는 봉사활동!!! 자발적인 바자회에서부터 청소 봉사하기, 쓰레기 줍기 자원봉사 등등...... 

 

저는 일생에서 화려한 봉사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답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은 인도 여행 중 캘커타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장애인 아이들을 도와준 게 기억에 남습니다. 아직 어린 고아 아이들이었는데 밥 먹여주고, 씻겨주고, 옷 입혀주던 일 등이 생각납니다...... 얼마나 기억에 남는지...! 사랑받으며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을 주는 일은 참 보람 있고 좋았습니다. 여행만 아니었다면 정기적으로 가서 돕고 싶었지요. 

 

그런데 최근에 스페인 자연공원에서 일하는 남편 때문에 자원봉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스페인 사정을 알게 됐습니다. 

인도에서는 제가 스스로 원해 고아원에 아침마다 출근해 일을 시작했거든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스페인에서는 마음대로 고아원 가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산똘님(스페인 남편)이 일하는 자연공원의 일화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며칠 전, 자연공원에서 장애인을 위한 등반 활동 프로젝트를 계획했다고 합니다. 걷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해 자연을 함께 느끼자며 새로운 장애인 등반용 의자를 선보이는 기회가 됐다고 해요. 사실 이 프로젝트는 몇 해 전에 실행했는데 이번에 산똘님이 일하는 자연공원에서도 선보이기로 했답니다. 

 

장애인을 위한 등반용 의자는 다음 사진과 같습니다. 

 

앞 모습

의자에 장애인이 타고요. 

앞쪽에 들 수 있는 손잡이가 있습니다. 

 

외바퀴 수레처럼 바퀴가 하나밖에 없어서 뒤에 있는 사람이 중심을 잡기에 아주 편하지요. 

 

작동하는 법은 위의 사진과 같습니다. 

좁은 길도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외바퀴가 달려 있고요, 

뒤에서 사람이 밀어주면 앞에서 당깁니다. 

균형만 잘 잡으면 큰 힘이 없이 올라갈 수 있는데요, 두 사람이 힘들면 옆에서 함께 잡아주기도 한답니다. 

 

바로 위의 모습처럼 옆에서 잡아주면 더 편하게 장애인과 함께 오를 수 있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이 행사에 참석해 함께 등반하며 즐겼는데요, 이번에는 자원봉사자를 찾기가 어려워 남편이 무척 고민하더라고요. 

 

"동네 친구 불러서 함께 올라가면 되잖아? 아니면 내가 도와도 되고......!"

 

'이렇게 간단한 일을 힘들어하다니......!'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조언을 해줬는데요, 남편은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개인자격으로 자원봉사를 한다면 보험은 누가 책임지느냐! 그게 문제였습니다. 

알고 보니, 스페인서는 어떤 활동을 하든 꼭~ 보험은 들어야 한답니다! 몇 년 전, 저도 우리 마을에서 환경보호 자원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제가 원해서 봉사활동을 했는데요, 마을 시청에서 보험 들어주고 차도 대여해줘서 쉽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보험을 책임지면 되겠네!"라고 말해줬더니......

그게 또...... 그렇게 쉬운 일은 또 아니라고 합니다. 

 

발렌시아 정부를 위해 일하는 회사에서 준강제적으로 봉사자를 모집하는 일은 

순수한 취지에 어긋난다며 쉽지 않다고 합니다.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꼭~ 보험에 들어야 합니다. 

 

친구나 이웃을 불러 봉사활동을 요구할 수 없는 이유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더라고요. 

그 두 번째 이유로 개인 자격으로 봉사활동을 한다면, 그 사람의 범죄 경력을 알 수 없어 위험하다! 는 겁니다. 

우와~! 봉사활동을 하는데 범죄 경력도 봐야 한다고?! 처음에는 굉장히 놀랐는데요, 사실 따지고 보니 꼭 필요한 부분이란 것을 알았답니다. 

알고 보니, 남편도 2년마다 범죄 경력서를 회사에 제출한다고 해요. 

 

특히, 환경 교육사인 남편은 학교마다 방문해 아이들 환경 교육을 하기도 하는데요, 소아 범죄에 특히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제출해야만 한답니다. (참고로 스페인 선생님들도 2년마다 범죄경력서를 제출한다고 해요)

 

그러니 자원봉사자들의 범죄경력도 알아야 혹시나 모를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누가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개인이 보험 들어서 직접 범죄경력서를 제출하고 해야 할까?

개인 자격으로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문제 해결을 할까?

좀 궁금해졌습니다. 

 

산똘님 회사에서 그 모든 것을 하면 되겠네 싶었지만, 자원봉사 구하고 보험 내고 범죄경력까지 다 책임지기에는 무리라는 겁니다. 또한, 개인과 상관없는 한 회사에서 개인의 정보를 함부로 이용할 수 없으니 말이지요. 

 

그런데 며칠 후, 산똘님은 그 문제를 쉽게 해결했답니다!!!

과연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바로 봉사활동을 주도하는 단체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페인에서 한 개인이 개인자격으로 자원봉사를 할 수 없으니, 자원봉사단체에 가입해서 보험을 듭니다. 범죄경력서도 봉사활동 단체에 제출해 검증을 받으면 어느 정도 자유롭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 마디로 봉사자를 구하려면 자원봉사단체나 자원봉사를 주관하는 정부 부서에 문의해보라~ 그겁니다. 그러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만약 자원봉사 활동하다 발을 잘못 디뎌 삐끗해 다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까요? 만약 소아성애자가 봉사활동한다고 아이들을 유린하면 또 어떻게 될까요? 생각해 보니 정말 끔찍합니다.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는 개인의 인권과 봉사를 받는 장애인의 인권을 둘 다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 일리가 와 닿았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스페인과 같은 제도를 마련했을 거라 생각하며 오늘은 스페인 사정을 담아봤습니다. 이 글은 스페인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지, 어느 나라가 훌륭하고 낫다라고 평가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고맙습니다!)

 

이상 오늘도 스페인 고산에서 스페인 이야기를 전하는 산들무지개였습니다. 

오늘도 건강 유의하시고, 보람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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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무지개의 수필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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