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에서 진짜! 함부로! 음식 기부를 못 하는 이유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1. 5. 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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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여러 해 블로그와 유튜브를 하면서 진짜 많은 댓글과 문의를 받았습니다. 

정말 고마워 피와 살이 되는 댓글도 많았고, 정말 어이없는 댓글도 참 많았습니다. 똑같은 질문도 여러 해 받아 봤고...... 다 다른 분들의 똑같은 질문인데 반복하다 보면 정말 지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답글에 성의가 없어지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처음인 분들이 성의 없는 답글을 읽으면 얼마나 황당하시겠어요?! 그래서 오늘은 최근 받아본 질문과 조언에 대한 솔직한 제 이야기를 담아보겠습니다. 

 

요즘 비대면 시대라 많은 분들이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보시나 봐요.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요즘, 해외에 살고 계신 분들의 채널 영상을 자주 시청하시는지, 저에게 이런 요구를 해 오시는 분들이 계셨답니다. 

 

"제발, 한국 음식 만들어 스페인 마을 어르신들께 나눔 하는 모습 좀 보여주세요~"

 

정말 아름다운 취지죠. 훈훈한 한국의 정을 보고 싶으신 분들이 좋아하는 유튜버나 블로거에게 이런 콘텐츠 아이디어를 주시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게다가 해발 1,200m의 작은 마을에 홀로 기거하시는 어르신분들께 한국 음식으로 대접한다는 이야기는 알고리즘을 타며 대박을 치고도 남을 수가 있겠지요. ^^ 

 

하지만 저는 그것을 할 수가 없답니다!!!

 

'아니, 이 사람 왜 못한다는 거야?! 정내미가 뚝 떨어지네~'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일단 독거 노인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사람은 따로 있답니다.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이라는 말씀을 자주 들으셨겠지만, 스페인 우리 마을에서는 정부가 그 일을 한답니다. 지금 뭐 정부 자랑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이곳의 현실을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겁니다. 마을 시청에서 홀로 계시거나 여건이 되지 않는 어르신들의 식사를 챙기고 있어요. 학교 주방에서 일하시는 조리사 두 분께서 아이들 급식과 더불어 마을 어르신들 식사를 준비하신답니다. 

 

그래서 제가 함부로 마을 어르신 식사를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또한, 스페인서는 음식을 취급하는 사람은 누구나 위생안전에 관련된 강의 수료를 마쳐야만 합니다. 제가 누누이 제 블로그에서 말씀 드렸는데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스페인서는 시장에서 나물을 판다고 해도 이 수료확인서는 꼭 있어야만 장사를 할 수 있어요. 음식을 취급하는 누구라도 이런 증서를 가지고 있어야만 하고, 이 증서 없이 타인에게 팔 수가 없답니다. 

 

2018.02.03 - [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 스페인 [윤식당] 직원들도 이 '자격증'을 갖췄을까?

스페인 [윤식당] 직원들도 이 '자격증'을 갖췄을까?

부제: 스페인에서는 서빙 알바생마저도 꼭 필요한 자격증이 있다!!! -서빙 알바를 찾았지만, 스페인 식당이나 바에서는 알바생마저 받아야 하는 교육이 있습니다. 그 교육을 받아야 '알바'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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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벌써 3년 전이네요.... 3년 전에 쓴 글이랍니다. 이 글을 읽어보시면, "Certificado de Manipulador de Alimentos"라는 음식 관련 확인서 혹은 음식 취급 자격증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자격증이 나옵니다. 이 자격증은 자신이 취급하는 음식 종류에 따라 골라서 교육을 마치고 수료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자격증 없이 음식을 만들어 기부했다가 탈이라도 나면 큰일 난답니다! 

물론 알고 지내는 한두 명의 마을 어르신께 한국 음식을 만들어 기부할 수도 있어요! 개인 대 개인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어르신들 가족들이 못마땅해 고소라도 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정말 큰일나는 겁니다. 친구끼리 만나 음식 만들어 먹고 나누는 것은 당연히 괜찮지요. 그런데 마을 정부에서 추진하는 음식 나눔 프로젝트에 준비도 안 된 제가 한국의 정을 느끼라고 만들어 기부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답니다. 먼저 자격을 갖춘 뒤 이런 나눔도 할 수 있답니다. 게다가 요즘 코로나 시국에 안전 수칙을 지킨다고 해도 개인이 기부하는 음식 나눔은 더 위험할 수도 있답니다! 뭔가 위생안전검사관의 지시를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이 느낌...... 당연하다고 봅니다. 코로나 시대가 아니었으면 마을 시청과 협의 하에 뭔가를 할 수도 있었겠지요. 마을 요리사와 함게 요리해 선보일 수도 있고요... 등등등... 

 

(물론 아이들 교육상 한국 음식 문화를 소개할 때는 괜찮습니다. 교육의 일종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직접 요리해보는 시간이니까요. 물론, 코로나 시대인 지금은 불가능해졌지만 말이지요)

 

 

사진: Image by <a href="https://pixabay.com/users/estudiowebdoce-1605998/?utm_source=link-attribution&amp;utm_medium=referral&amp;utm_campaign=image&amp;utm_content=1167973">EstudioWebDoce</a> from <a href="https://pixabay.com/?utm_source=link-attribution&amp;utm_medium=referral&amp;utm_campaign=image&amp;utm_content=1167973">Pixabay</a>

 

 

어떻게 보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어 저는 할 필요가 없는 일이 돼 안도가 되고요, 또 어떻게 보면 음식 기부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스페인이 좀 인간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시스템이 아주 좋다고 느껴집니다. 복지 혜택을 이렇게라도 받고 있는 취약 계층이 소외되지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취약 계층이라고 해도 영상을 찍을 때 꼭 초상권은 지켜야만 하는 게 스페인 법이랍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원하시는 그 그림을 보여드릴 수가 없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살면서 본 스페인은 참 꼼꼼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개방적이고 정이 많아 눈 감아 주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시스템 자체로 보면 다른 유럽보다 절대 뒤지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도 일일이 다 계산하고 봐 가면서 해야 한답니다. 법을 지키며 사는 게 도리이니까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요,

지구 반대편의 스페인 이야기가 재미있었기를 바랍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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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무지개의 수필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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