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뒤늦게 찾아온 스페인 고산의 봄, 야생 꽃들판의 아이들

산들무지개 2021. 6. 12. 23:08
반응형
728x170

이제 여름이 곧 다가올 시점인데,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는 봄이 활짝 만개한 느낌이랍니다. 아직도 그늘에 서면 서늘한 기운이 남아 좀 춥기도 하지만, 양지는 햇살 가득, 아름다운 꽃과 풀, 작물이 자라나고 있지요. 요즘은 개양귀비꽃, 노란 야생 갓꽃(혹은 겨자꽃), 데이지꽃 등이 활짝 피어나 장관을 이루고 있답니다. 

야생으로 펼쳐진 꽃밭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이들 등하교 할 때마다 지나치는 들판에 감탄의 환호를 지르기도 한답니다. 다~ 보여드릴 수 없어 너무너무 안타깝지만, 요즘 찍어놓은 사진으로 그 분위기 한 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아이들 데려오면서 잠시 차에서 내려 이 노란 꽃밭에 들어가 놀아봅니다. ^^ 굉장히 넓게 펼쳐진 야생의 꽃들판이 사진에 다~ 담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해발 1,200m의 고산평야답게 하늘은 푸르고 높고, 땅은 시야를 뻥 뚫어주는 시원함이 있습니다. 위의 풍경 사진은 사진 보정 하나도 하지 않은 휴대폰 원본 사진인데요, 참 색감이 뛰어나고 아름답지요? (휴대폰이 좋다는 소리가 아니라 휴대폰으로 막 찍어도 아름다움이 전해지는 풍경이라는 뜻입니다) 개양귀비꽃과 데이지, 노란색 야생 갓꽃이 어우러진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올해는 노란색 꽃밭이 눈에 더 잘 들어왔습니다. 

 

이제 사진기를 들이대고 아이들 모습을 찍어봅니다. 하교하고 꽃들판에서 막 뛰어노는 아이들...... 아직 순진하게 이렇게 자연 안에서 놀 수 있는 시기라 참 다행입니다. 세 아이가 꽃밭에서 깔깔깔 거리며 뛰어노는 모습이 제 마음도 녹이면서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더라고요. ^^

 

빼곡빼곡하게 이어진 야생 꽃밭... 이 꽃은 겨자꽃이랑 비슷하면서도 갓꽃 같기도 하고...... 야생 루꼴라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곳 사람들은 야생 무꽃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보기엔 갓꽃에 가장 가까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산이라 그런지 잎은 크지 않고 작고, 아무도 맛을 보지는 않지만 제가 먹어보니 루꼴라 맛이 조금 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무도 이 식물을 먹지 않지만, 몇 년 전 산 스페인 책에서 보니 식용 가능한 나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야생 갓꽃밭 둘레에는 개양귀비꽃과 데이지가 어우러져 만개했고요... 

 

올해는 개양귀비꽃이 얼마나 활짝 피었는지, 너무 강렬하더라고요. 참고로 스페인 고산에서는 아무 곳에나 피는 '한국의 코스모스'와 같은 꽃이랍니다. 너무 흔한 꽃이라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마약이니 어쩌니 이런 토론은 없답니다. 여기서는 야생에서 자라는 그냥 흔한 꽃일 뿐이랍니다. 개양귀비꽃은 아마폴라스(Amapolas)라고 하고, 마약 양귀비는 오피오(Opio) 혹은 라 아도르미데라(La adormidera: 잠 오게 하는 것)라고 합니다. 이름에서도 보셨듯이 이곳 사람들은 두 꽃을 구분하여 이름을 부르더라고요. 야생에서 피어나 가끔 마약 양귀비가 피기도 한다는 한국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렇게 쉽게 마약 양귀비가 나지는 않는답니다. 저는 이곳에서 수년을 살았지만 마약 양귀비 키우는 농가 한 번 보지 못했고, 양귀비에 큰 의미를 두는 이들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마약 양귀비를 유럽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 루머가 있는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그렇게 흔하게 마약 양귀비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여기서도 마약 양귀비는 볼 수 없는 꽃이지요.(물론, 의약용으로 키우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평범한 시골 풍경과는 거리가 멉니다)

 

유럽에서 개양귀비꽃은 너무 흔하고 대중적이지요. 작고 까만 개양귀비 씨앗은 빵에 넣어 먹는 대중적인 식재료이기도 하답니다. 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해서, 씨앗만 따로 파는 마트도 있습니다. 마트 빵 코너에 가도 흔하게 이 씨앗 넣은 빵을 볼 수 있습니다. 정정. 이렇게 적었다가 개양귀비씨가 아닌 양귀비씨를 빵과 샐러드 등에 먹는다고 하네요. 양귀비 열매의 유액이 아편을 만드는데 쓰이고, 씨는 마약 성분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페인 민간에서도 이 개양귀비씨나 꽃 등도 음식에 넣어 조리해먹었다고 하네요. 꽃이 피기 전에는 나물로도 쓰여 여러가지 요리에 넣었다고 합니다. 꽃은 영유아 치료제로 차로 달여 마시기도 하고, 긴장완화와 숙면을 위해 마셨다고 해요. 또 꽃잎을 따다 샐러드에 넣어먹기도 한다고 합니다. (Botánica Culinaria Mediterránea, pg.58 참조)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개양귀비꽃 사진에 유난히 격하게 반응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개양귀비꽃이 이곳에서는 이런 위치의 꽃이다~라고 설명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개양귀비꽃이 대중화되어 많이들 심으신다고 하는데도, 간혹 제가 올린 개양귀비꽃에 마약 아니냐며 격양된 반응을 보이는 분이 계셔서 차근차근 설명해봅니다. 

 

사라가 들판에서 꽃 뜯어 활짝 미소를 보입니다. 

 

찔레꽃도 분홍, 연분홍 아름다운 자태를 뽑냅니다. 우리 집 분홍 장미꽃도 세 송이 꽃을 피워 무지무지 아름답습니다. 장미는 여러 해 키우고 있는데 고산이라 그런지 자라날 생각을 않습니다. 매년 같은 크기입니다. 😅 

 

분홍색 장미꽃이 무지 예쁘게 피어났어요. 산드라가 다섯 살 때 심었는데 살 때 그대로의 크기인 것 같아요. ^^ 지금 산드라 12살...

 

들에는 제가 이름을 잘 모르는 꽃들도 엄청나게 피었어요. 이 꽃은 말이 무지 좋아하는 꽃이랍니다. 알파파(Alfafa) 혹은 자주개자리라는 식물인데 여기저기 매년 피어나는 꽃이지요. 난 자리에 또 나고 또 나는 신기한 여러해살이 작물인데 잘라서 말에게 먹이로 주면 엄청나게 좋아해요~~~ 일부러 뽑아버리지 않고 놔뒀다가 잘 자라면 잘라서 이웃집 말에게 주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고산의 밀밭 너머로 보이는 페냐골로사(Penyagolosa 혹은 Peñagolosa)산입니다. 발렌시아 지방의 자연공원이랍니다. 

 

밀밭 사이로 양귀비와 허브, 다양한 꽃들이 아이들을 유혹하더라고요. 어떤 날은 꽃 뜯으며 저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요즘 타임(백리향)이라는 허브가 꽃을 피우고 있는데, 지금 한창 채취 중이랍니다. 이 타임(thyme)은 한국에서도 요즘 샐럽들이 많이 쓰는 것 같은데, 로즈메리보다 더 다양한 용도로 쓴답니다. 샐러드에도 넣고, 요리할 때도 되고, 허브티로 마시면 감기 예방에도 좋고, 천에 넣어두면 방향제가 되고......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허브랍니다. 무지 쓸모가 있어 우리는 다용도로 사용하고 있지요. 

 

산책하며 봄을 즐기는 날에는 고양이도 뒤를 따르면서 자연에 동화됩니다. 

 

산드라도 마지막 초등학생 시절의 봄을 보내고 있어요. 요즘에는 새관찰에 얼마나 열심인지, 조류학자와 만나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지적 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휴대폰 개설해주고, 조류학자 채팅 모임에 등록도 해줬답니다. 🧐🤓 다들 젊은 조류학자라며 좋아해 줘서 블로그도 열심히 하고, 아주 기쁘게 생활하고 있답니다. 요즘 산드라는 혼자 자전거 타고 새 관찰하러 가는데, 카메라와 망원경, 노트 이 세 가지는 꼭 들고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집 딱총나무에 꽃이 폈어요. 여기서는 하얀색 꽃이 피는데, 따서 말리면 차로 마셔도 좋고요, 열매는 시럽으로 만들면 겨울에 감기예방으로 최고라고 하네요. 2년 된 가지는 잘라서 목걸이로 만들면 아기들 이가 날 때 아프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산드라와 누리는 이 딱총나무 목걸이를 하고 버텼지요. 사라는 목에 뭐가 있는 걸 싫어해 포기하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아~~~ 이 일도 어제 같은데...... 아이들이 무지 자랐네요. 그러나 저러나 이 딱총나무꽃은 자연 탄산음료로 딱! 좋습니다. 여기서는 사우코 샴페인이라고 하는데, 도수는 없고 달콤 새콤한 탄산음료가 된답니다. 비가 온 4일 후, 이 꽃을 따다가 레몬즙 짜낸 물에 넣어 설탕 넣고 발효한다고 하네요. 몇 주 후, 가스가 차면서 맛있는 탄산음료가 되는데, 그 위력이 강해 폭발하기도 한답니다. 탄산이 넘쳐나 폭발할 수 있어 우리는 꼭 코카콜라병에 넣어둔답니다. 유리병에 넣으면 산산조각이 나 폭발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답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 스페인 고산 우리의 봄 이야기를 해 봅니다. 여러분~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요,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Copyrightⓒ산들무지개 all rights reserved

 

 

 

산들무지개의 수필집입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121838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스페인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에서 펼쳐지는 다섯 가족의 자급자족 행복 일기세 아이가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향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간다. 무슨 꽃이 피었는지, 어떤 곤충이

www.yes24.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