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살면서 이런 날이 올지 꿈에도 상상 못 했답니다. 아니, 무슨 설레는 일이 있는가요? 물어보실 분을 위해......
글쎄, 제가 스페인 정부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지 뭐에요.
그런데 그 편지가 의외의 기쁨을 선사했답니다. 뭐, 전에도 장학금에 선발되었다는 편지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차원의 기쁨을 얻었답니다. 맨날 외국인이라 차별적 행정 때문에 좀 뜨악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가령, 의료 행정에서 제 이름을 쏙 빼버린 일이나, 한국에서 오는 소포 중, 좀 무게가 나간다는 것은 맨날 세무서에서 세금을 걷고.......(← 그런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것 관련 건은 다음에 포스팅할 수 있도록 하지요.) 그런 일들에서 좀 당황했던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 편지는 어떤 디그니닫(Dignidad, 위엄, 존엄, 자존심, 품위 등을 일컫는 스페인어. 보통 인간의 존엄성을 표현할 때 쓰는 말입니다.)이 느껴졌답니다. 제가 스페인에서 살아온 14년이 헛되지 않은 느낌으로 와 닿았지요.
무엇이냐?
바로 스페인 선거 본부에서 온 편지였습니다.
한국 정부와의 협약으로 스페인에 사는 재외국민인 제가 드디어 스페인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이 주어졌다는 편지였습니다. 한국 정부가 힘을 썼기에 이런 협약이 이루어졌겠죠? 아! 감사해라.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스페인 내 거주 외국인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투표권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외국인 친구들은 자기가 사는 곳의 시장이나 의원 등을 뽑을 수 있다 하여 참 부러웠습니다. 내가 사는 이 지역에서 현지인과 똑같이 세금 내고, 일하는데,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부러움이었던지요.
그런데 그동안 한국 정부와의 협약이 되지 않아 한국인은 예외였답니다.
2015년 5월 24일 자치도시 선거가 스페인에 있습니다.
귀하는 상호협정조약으로 귀하의 나라 국민과 스페인 국민이 지방 자치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 사는 스페인 사람도 한국에서 지방선거투표를 할 수 있게 된 뜻이라고 봅니다.)
이 선거는 일회성이며, 투표에 참여할 사람은 웹페이지에 들어가 등록을 하거나 첨부된 편지로 등록하시면 이 자치도시 선거의 투표권이 주어집니다. (위의 내용 간략 요약)
이렇게 저는 이 편지에 투표 등록 신청을 하여 보내면 된다네요!
야호! 스페인 살면서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제 시민 존엄성이 조금 살아나는 듯하여 아주 기뻤습니다.
외국 산다고 받아보지 못한, 이 지역의 참정권이, 드디어 '진정한 인간의 권리'가 제게 주어졌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참 큰 기쁨이 느껴졌답니다.
드디어 우리 마을 시장을 내 손으로 뽑을 수 있겠구나, 싶은 게 말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정적으로 지역 선거 투표만 가능하다는 편지 내용이네요. 그래도 이것이 어디야? 참정권이 주어졌다는 그 말이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 크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참 반가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공감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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