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스페인 [산들랜드]에서 1월 소식 보냅니다.
아시다시피 스페인은 1월 6일이 동방박사의 날(Día de Los Reyes Magos)이었어요. 예전에는 크리스마스보다 더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었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성탄절에 조금 밀리는 듯도 하지만, 여전히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고, 또 국가가 지정한 경축일이기도 하답니다.
스페인에서는 이 날이 마치 한국의 어린이날 같은 기분이 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세 명의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기 위해 찾아오는 날로... (에험, 그럼 예수가 언제 탄생했다는 거지? 12월 25일은 뭐지? 😅)
어쨌거나 팩트보다는 종교의 행사일로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에 동방박사 퍼레이드와 사탕이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페인서는 참 재미있는 특별 케이크가 있어요. 1년에 한 번, 이날에만 먹는 케이크이지요. 보통 이 시즌에는 많은 베이커리에서 시즌 케이크를 잔뜩 구워 한 철 특수를 누리곤 하지요.
바로 로스콘 데 레예스((Roscón de Reyes)!!! 직역하자면 "왕의 케이크"입니다.
생긴 것은 위의 사진과 같이 구멍이 뚫린 둥근 원형입니다. 그 위에 굵은 설탕과 아몬드 등을 뿌려 장식하고요, 색깔 있는 포인트는 채소와 과일을 설탕 절임한 것이랍니다. 맛은 채소나 과일이나 설탕에 절여져 맛이 비슷비슷합니다. 그냥 단 설탕절임이라면 욕 먹나?
이 로스콘을 먹을 때는 한 가지 재미있는 룰이 있습니다.
일단 케이크 안에는 도자기로 만든 작은 동방박사 인형과 스페인 말로 아바(Haba)라고 하는 콩이 들어 있습니다. 일정하게 잘라서 가족끼리 나눠 먹는데, 먹다가 두 가지 중 하나에 걸리게 되지요. 그게 포인트입니다.
아바를 고른 사람은 다음 해 로스콘을 사야 하는 벌칙이 주어지고, 동방박사 인형에 걸린 사람은 위 사진에 보이는 왕관을 머리에 쓰고 이날을 즐기게 됩니다.
그렇게 하여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나눠 줍니다. 누가 누가 콩에 걸리나... 최대의 관건입니다. 😂
아~!!! 이럴 수가! 올해도 산드라가 콩에 걸렸습니다. 매년 자기는 콩에만 걸린다고 하던데... 그 마법에서 아직 풀리지 않았나 봐요. 산드라가 콩 마법에 씌어서... 언제 해방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왕은 누가 찾았을까요? 바로 누리입니다.
아니, 누리는 매년 왕에 걸려... 그토록 원하던 동방박사 세 분을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ㅋㅋㅋ
그것도 각각 다른 동방박사 세 분....! 아니 운이 지지리도 좋아야 이 세 분을 한 자리에 모실 수 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정말 신기합니다. 혹시 로스콘 빵 만들기 협회에서 올해는 누구 형상만 넣자고 한 건 아닐까요? 🤔
누리가 왕관을 쓰고 신나게 왕을 자신의 컬렉션 박스에 집어넣고 웃습니다. 그렇게 올해의 동방박사의 날도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내년에는 누가 아바(콩)에 걸릴 것인지......
그런데 로스콘 값은 왜 항상 엄마가 내는 거지? 😂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블로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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