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할 때마다 남편과 저는 같은 주방에서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갑니다.
남편은 큼직한 손으로 묵직한 주걱을 휘두르며 볶음밥을 뒤집고, 저는 손에 꼭 맞는 작은 주걱으로 재료를 하나하나 돌보듯 볶아냅니다.
한 번은 남편이 제 주걱을 들고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이걸로 어떻게 요리를 해?”
그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주걱을 내려놓았죠.
“내 손에는 너무 작아서 힘을 못 쓰겠어.”
저는 웃으면서 대꾸했습니다.
“그럼 나는 당신 주걱으로 어떻게 요리를 해?”
서로의 도구가 그렇게 다릅니다. ㅋㅋ 서로 손에 맞는 걸 쓰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런데 이 ‘크기 취향’은 주걱에서 끝나지 않아요. 남편은 냄비도 크고 무거운 철판 냄비를 좋아해요. 반면, 저는 작은 냄비이거나 크더라도 좀 가볍고 다루기 쉬운 냄비를 사용합니다.
남편이 냄비 요리를 할 때는 큼직한 냄비를 꺼내 드는데, 이유는 늘 같아요.
“작은 냄비는 국물이 안 우러나.”
게다가 꼭 한 솥 가득 끓입니다. 이왕 하는 김에 대용량으로 끓이면 한 번 더 안 해도 된다면서...
(하지만, 남편은 큰 냄비 쓸 때만 대용량으로 만들고, 실제로는 1인 당 1인 요리를 하는 정확주의자입니다)
“남으면 내일 먹으면 되잖아.”
남편이 큰 냄비로 요리하고 나면, 어떤 때는 냉동고에 다음 번 식사량의 음식이 보관됩니니다. 물론, 다음에 시간이 없어 뭘 해 먹을까 고민할 때 이 음식을 꺼내 먹으면 너무 편하고 좋긴 하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려다 보면, 그 큼직한 철판 냄비가 얼마나 무거운지... 절로 하소연이 나옵니다.
“이래서 작은 냄비가 좋다니까…”
저는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고, 그러면 남편이 어김없이 다가와 말합니다.
“그냥 둬. 내가 설거지할게.”
뜨거운 물을 틀고, 묵직한 냄비를 두 손으로 들어 닦기 시작하는 남편. 역시! 그 무거운 철냄비를 다룰 사람은 남편인가 봅니다. 저는 철냄비를 가능하면 쓰지 않는데, 남편은 취향 저격이라면서 매번 사용합니다. 볶을 때도 국을 우릴 때도... 철냄비에 요리한 음식 맛은 전혀 다르다는 남편... 취향 존중해서 각자의 요리 도구를 아끼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방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지만, 우리는 이 공간에서 함께 요리하고, 함께 먹고, 함께 정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식기세척기는 남편이 다 작동시켜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이렇게 한 집에서 서로를 위하며, 취향 존중하면서 살아갑니다. 그 이름은 부부...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하세용~~~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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