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 산똘님은 손이 큽니다. 그 손이 사용하는 주걱도 크고, 키도 크죠.
그런데 밥은 아가씨처럼 적게 먹어요.
정확하게 1인분. 조금도 넘치지 않고, 남기지도 않게 그렇게 밥 먹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가끔 고기 나오는 날에는 과식을 할 때도 있어요.
산똘님의 아내, 저는 한국인답게 밥은 일단 많이 해야 마음이 놓여요.
“혹시” 누가 올지도 모르고, “혹시” 아이들이 더 먹고 싶어힐지도 모르니까요.
“혹시” 내가 생각 못 한 변수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남편보다 손이 훨씬 작은데 손이 커서 넉넉하게 뭐든 준비해놓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제가 차린 밥상을 보면 가끔 그럽니다.
“아니,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와도 되겠는데?”
그게 바로 손이 큰 한국인의 특징이지요!
음식 싸서 소풍 가는 날에도 저는 다함께 오는 사람들 생각해 아주 널널하게 챙겨갑니다.
반면 산똘님은 우리 먹을 것만 가져가면 된다고 하지요.
그런데 가끔 손님 올 때 남편이 요리를 할 때면 약간 화가 나기도 합니다.
너무 적게 요리하니까요! 😂
뭐 손님이 같은 스페인 사람들이라 이해는 하겠지만, 제 마음은 그리 편하지 못합니다.
이거 먹고 배고플 것 같고... 먹으면서도 너무 적어 손님 대접 못하는 것 같고...
“적을 거 같은데… 좀 더 하지 그랬어…”
이런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럼 또 남편은 태연하게 “모자르면 치즈와 빵이 있으니까 괜찮아.”
아! 그렇구나. 여긴 한국이 아니지! 이곳 사람들은 빵과 치즈는 항상 쟁여두고 있으니 모자르면 빵을 잘라 치즈 넣고 하몬 올리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인의 밥상은! 한 번에! 푸짐하게! 나와야 감동이 있단 말이에요!
그렇게 또 막상 손님이랑 밥 먹고 나면
다들 맛있다며 싹싹 비우고, 남편은 뿌듯해 하고…
결국 나 혼자 괜히 속 끓인 셈이 되죠.
그래놓고 다음번에 또 똑같이 걱정하는 나. 이게 큰손을 가진 한국인의 걱정입니다. 하하하!
요즘은 남편도 밥을 조금 넉넉히 하려 하고,
나도 “모자라도 괜찮다~” 싶을 땐 그냥 웃고 넘깁니다. 솔직히 대량의 음식 만드는 것에 지쳐 요즘은 대충하려고 합니다. 😅
어쨌든... 살다 보면 서로 맞춰가야죠.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고... 그냥 있는 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1-2인 분 정도는 더 해놓습니다, 항상!)
'뜸한 일기 > 부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이 큰 남편과 작은 주방 도구 (3) | 2025.04.10 |
---|---|
중년이 되어도 로맨틱한 남편 🌸 (11) | 2025.04.02 |
당신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 (32) | 2024.11.25 |
스페인인이 한국인과 20년 살다보면 생기는 정체성 잃게 되는 순간 (12) | 2022.01.27 |
너무 알뜰한 절약왕 남편~ 😅 (3) | 2021.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