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저는 이 육아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부모가 되니 어떤 것이 아이에게 좋은지 민감하게 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산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에게 단호하면서도 어진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답니다.
그런데 가끔 다른 집 아이를 볼 때면 부모들이 아직 여물지 않아, 아이와 같은 태도를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한국이나, 스페인이나, 서양이나, 동양이나, 다 이런 여물지 않은 어른들은 있으니까요. 간혹 아이가 잘못하고 나쁜 행동을 할 때에는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말을 스페인에서도 하더라구요. 혹 이웃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하고 야단칠 때에는 "저거, 내 딸이라면 가만 안 둔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하고요. 다 어디서나 아이 교육에 대한 이웃의 행동은 같은가 봅니다.
오늘 저는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 요즘 자주 만나는 이웃 아이의 행동거지를 조금 말씀드렸는데요, 그 아이와 사건이 있었답니다.
2014/10/12 - [뜸한 일기/아이] - 어린 딸의 행동에 감탄이 절로 나온 이유
이웃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크게 야단치는 일이 없이 언제나 그래, 그래, 그래...... 하면서 끝납니다. 단호하지 않고 제한되지 않는 행동을 하니 아이는 언제나 엄마가 하지 말라는 일만 하는 청개구리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쟤가 왜 그런가?" 하면서 걱정을 많이 하지만 말이지요, 제삼자가 보는 입장에서는 엄마가 아이를 단호하게 혼내지 않아 아이는 청개구리 짓을 하는 것이랍니다. 새로 한 페인트칠에 손대지 말라,고 하면 꼭 손을 대야 직성이 풀리고, 돌담을 오르지 말라면 꼭 돌담을 올라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엄마는 지쳐가더라구요.
그런데 오늘 저는 아이들 하굣길 맞으러 학교에 갔다 요 아이를 크게 혼냈습니다.
문제는 우리 딸내미 셋을 차에 태우려고 저는 한국말로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산들아, 누리아, 사라! 이제 집에 가자! 빨리 차 타야지!"
하면서 한국말로 아이들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웃 아이가 옆에서 제 한국말을 흉내 내고 있었습니다.
"산들아, 누리야, 사라! $%^@#$% #$%^^^!"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누가 보면 중국말 흉내 내는 것 같이 보였어요.
저는 무시하고 아이들 가방을 챙겨 들면서 또 그랬지요.
"가방은 어디에 두었니? 가방을 챙겨 집으로 가야지! 가방 어디 있어?"
했더니, 이웃 아이는 옆에서 또 제 말을 흉내 내는 것입니다.
'요것이 괘씸하게! 어디 어른이 하는 말을 흉내 내?'라는 생각이 드는 것보다 이 장면을 보던 엄마가 아무 소리 하지 않는 것이 신기해서 이 아이에게 좋은 말로 그랬습니다.
"내 한국말을 엉터리로 흉내 내지 않았으면 좋겠는걸."
그러자 초등학교 2학년인 이웃 아이는 실실 웃으면서
"왜 흉내 내면 안 되요? #%$^@ ^%#$&!" 이러는 거에요. 실실 웃으면서 몇 번을 이렇게 흉내 내는지......
아니, 이 녀석이! 정말 어른이 말하면 한 번에 듣고 경청해야지! 내 눈을 보면서 실실 웃으면서 또 중국말같이 엉터리로 한국말을 막 흉내 내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히는 것이에요. 아니, 엄마가 아무 소리 하지 않으니 이 녀석도 이웃 어른에게 별소릴 다하는구나, 라고 생각되는 것이,
"너 자꾸 이런 식으로 흉내 내면 나 엄청나게 화를 낼 거야!"
전 표정을 엄하게 하고, 아이의 어깨를 두 손으로 꽉 잡고, 눈을 똑바로 보면서 경고를 했답니다.
순식간에 당한 아이는 뻥 쫄아서 "왜요?" 하고 물었어요.
"우리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 엉터리 한국어 흉내 내면서 비웃는 식으로 따라 하는 것은 아주 나빠. 나는 한국어 대화를 하고 있는데, 네가 옆에 끼어서 내 대화를 망치고 있잖아. 나는 우리 아이들하고 한국어 대화를 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리고 네가 그런 식으로 한국어를 비웃으면서 엉터리 흉내를 내면 우리 아이들도 너처럼 흉내 내고 싶어 할 거야. 아니면, 네가 한국어 하는 나를 놀리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한국말 하기 싫어할지도 몰라. 한국말을 부끄러워할 거야. 나는 네가 한국말 하는 나를 존중하여, 놀리는 식으로 발음하지도 말고, 흉내 내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한국어 배우고 싶다면 내가 가르쳐주겠지만, 이런 식으로 흉내 내는 것은 환영하지 않겠어!"
제가 화를 낸 적이 없는데, 오늘은 단단히 아이에게 한소리를 했답니다. 초등 2학년 생인데, 이제까지 존중하는 법은 배웠을 것 아닌가요? 비록 다른 나라 말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지요. 다름을 배워가는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이야기해준 일이었지요.
물론, 눈을 부릅뜨고 손가락으로 경고 제스쳐를 하면서 말이지요. 안 그러면 계속 되풀이하니 말이에요.
아이는 그제야 이해했는지, 경청하면서 그러네요.
"네! 알았어요. 다시는 이렇게 흉내 내지 않을게요."
그렇게 하여 일은 마무리되었지만, 아이의 엄마는 과연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다음에 아이의 엄마와 함께할 시간이 있다면 오늘의 사건을 차근차근 설명하여 그 이유를 말해줘야겠네요.
그래도 단호하게 아이에게 이야기한 것이 참 잘한 것으로 생각하는 하루였답니다. 남의 아이라고 한마디 못하는 것은 아이의 인성을 위해서도 좋지 않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좀 자제하는 법을 가르쳐준 것은 아닌가 싶네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제가 이웃 아이 단호히 야단친 일, 잘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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