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 친구들의 '물건 돌려쓰기'로 때때로 득템해요

산들무지개 2015. 1.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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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살면 살수록 이곳이 좋아진다고 여러분께 어느 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뭐, 사람 심리가 하루아침에 변하니 쭈욱 살면서 더 판단할 일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렇답니다. 아마도 개인 성향에 따른 기호, 특성, 등등에 따라 사는 곳이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겠지요? 


물론, 시기별로 심리변화를 묘사할 수도 있답니다. 초기에는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흥미로운 스페인이었고, 한 3년 지내다 보니 오! 들릴 것은 다 들리니 (싫은 것도 다 들리므로) 스페인이 싫어지는 때가 있기도 하답니다. 좀 지나다 보면, 개인과 개인이 만나는 과정에서 '문화적 이해'라는 깊숙한 요소가 자리잡히면서 점점 좋아지는 때가 있답니다. 


스페인에서는 살면 살수록 사람 냄새를 그윽하게 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답니다. 

스페인의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사람 사는 향기'랄까요? (물론 개인적 체험입니다.) 


그 한 예가 이 '돌려쓰기'라는 문화랍니다. 

뭐? 이게 뭐 대단한가요? 하실 분을 위해 지금부터 설명에 들어갈게요.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훈훈함이 가득 담겨있는 이 돌려쓰기 문화는 사회적 인간 관계망, 즉, 인간 네트워크를 통해 잘 발달되어 있답니다. 쉽게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가 스페인에서는 예전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 관계망으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친구와 이웃 사이의 평판과 함께요. 스마트폰이 발달하기 전부터 스페인 친구들은 친구와 친구들 사이의 입을 통하여 정보를 나누어왔습니다. 대화라는 정보망으로 말입니다. 


아무개가 무엇이 필요하다, 아무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다, 아무개가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등등......


그런데 이런 인간 네트워크에서 신기하게 보아왔던 것이, 바로 필요로 인해 필요한 어떤 물건 수배에 관련된 건이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필요한 것들을 마치, 카카오스토리에 올려 광고하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인간 관계망의 대화 위에 올려놓는다는 것입니다. 아! 신기해라. 처음에 감탄했답니다. 


예를 더 쉽게 들자면, 제가 초기 정착할 시점에 자전거가 꼭 필요했답니다. 

자전거를 한 대 사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친구들 모임이나, 전화를 걸어 자전거 수배를 하는 것입니다. 


"혹시, 누구 자전거 남아도는 사람 없어?" 하고 말이지요. 


그랬더니 한 일주일 후인가? 미국인 친구가 자신은 미국으로 간다고 필요 없다면서 제게 선물을 하는 것입니다. 

아! 얼마나 신기했던지......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시간을 들여 느긋하게 수배하고 기다리는 친구들 사이의 관계가 참 신기했답니다. (그리고 제가 쓰던 그 자전거는 동네 처녀에게 주었습니다. 임신 때 자전거를 탈 수 없어 필요로하는 이웃에게 준 것이지요.)


이렇게 때때로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수배하기도 했답니다. 

휴대폰을 수배하여 얻어 쓴 적도 있고, 집수리할 무렵, 카라반도 빌려 쓴 적도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제가 쓰지 않는 미술 도구들도 다 남에게 준 적도 있답니다.  


뭐, 돌려쓰기의 대표적 유형은 아이들 옷인데요, 걸핏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누구 4세 겨울옷 필요한 사람 없어? 이번 달 내에 우리 집에서 찾아가지 않으면 버릴 예정."이라는 메세지를 받기도 한답니다. 오? 그래? 그럼 내가 가서 가져와야지! 하면서 또 득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뭐, 이런 경우는 한국에서도 심심찮게 보는 광경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옷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품들이랍니다. 



지난번, 친구가 광고하고 받아오게 된 아이들 옷! 

한국 블로그에 사진 올리라면서 포즈 취하는 친구 ^^



산똘님이 맥주 만들면서 맥주병이 필요하여, 친구들 사이에......

"빈 맥주병이 필요해. 깨끗하게 씻은 맥주병을 쌓아두고 있는 사람이나, 쌓아둘 예정인 사람은 이 맥주 마스터에게 제공하길 바람." 뭐 이런 정도로 소문(?)을 퍼트리니, 아! 산똘님 부모님이나, 친구들이나, 이 마을 시장님이나....... 다 빈 맥주병을 집으러 가져오는 겁니다. 정말 대단한 스페인 사람들이구나, 인간 사회 관계망을 아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구나, 그래서 연대 의식이 발달했구나, 싶은 것이 상당히 놀랐답니다. 



이번에 발렌시아에서 친구가 가져온 맥주병 

사소한 것이지만,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문화가 좋습니다. 



사소하고 귀찮게 보이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지 않고 이웃을 위해, 친구를 위해 힘을 써준다는 것이 달리 큰일이 아님을 알았답니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의 이런 인간 네트워크가 아주 잘 발달된 스페인이 부럽기도 하답니다. 



며칠 전에 저도 한 번 '인간 네트워크' 시도를 해봤습니다. 


아이들에게 집에서 직접 만드는 빵을 먹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반죽에 자신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이 뭘까요? 바로 제빵기입니다. 제빵기로 빵을 만들어 먹여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이것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동네 친구를 붙들고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스마트폰 메시지로 친구들에게 알렸죠.  

그러자 일주일 후에, 친구 모니카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제빵~기!" 

"나한테 쓰지 않는 제빵기가 있어. 설명서는 잃어버렸는데, 인터넷으로 찾으면 구할 수도 있을 거야. 내일 남편 통해서 전달할게!"

그러는 겁니다. 우와! 대단하다. 

스페인에서는 이렇게 서로 돕고, 서로 나누는 인간 서클이, 놀랍게 발달하였다는 것을, 살면 살수록 알아가니 말입니다. 득템이구나! 먼저 필요하면 친구에게 수배하고 제일 마지막에 (구하지 못 했을 경우) 필요한 물건을 사는 친구들 사회가 참 괜찮다고 여겨졌습니다. 



오늘 아침에 받아온 제빵기! 

이제 열심히 사용법 공부하여 빵을 만들어볼까요? ^^



어때요? 스페인의 인간 네트워크 괜찮지 않나요? 

자신이 쓰다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 혹, 사용하지만 친구에게 빌려주고 싶은 것들, 혹 친구가 필요로하는 정보 등을 다함께 나누는 이런 인간적 네트워크 괜찮지 않나요? 내 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살면서도 이런 인간적 매력을 대하다 보면 이곳이 바로 내 행복을 주는 곳이구나 싶습니다. 급속한 현대 문명에도 치이지 않고,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이웃과 친구와 함께 긴 수다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 스페인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여겨졌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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