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샤워하는 나를 혼낸 시어머니, 왜?

산들무지개 2015. 1. 21.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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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목만 보면 무슨 큰 잘못을 한 것 같죠? 

다시 정리하여 소제목을 만들자면요, 바로 이렇게 됩니다. 

"샤워하고 나온 나에게 조언하는 시어머니"이라고 말입니다. '혼나다'와 '조언하다'가 다른 의미이지만, 조언하는 이의 말을 듣고 혼난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쩌면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소제목을 달았답니다. 또한, '혼나다'의 의미 중에는 '매우 놀라거나 힘들거나 시련을 당하거나 하여서 정신이 빠질 지경에 이르다'란 의미가 있어 이런 말씀을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정말 놀란 일화 중의 하나였거든요. 


그럼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다름이 아니라, 몇 년 전 시부모님댁에서 출산 후 몸조리할 때의 상황입니다. 한 달간 며느리 뒷바라지, 쌍둥이 아기들 뒷바라지해주시느라 참 고생을 하셨는데요, 그 와중에 있었던 에피소드가 글쎄......


제가 샤워하는 중에 나타난답니다. 



한참 샤워를 열심히 하다 나오니, 시어머님께서 약간 흥분된 모습으로 제게 "왜? 화장실 문을 거느냐?"고 말씀을 하셨답니다. 


"아니, 화장실에서 볼일 보면서 문을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요? 어머니?"

하고 여쭤봤죠. 어머니께서는 흥분을 잘 안 하시는데, 그날은 깜짝 놀라시면서 큰 소리로 그러십니다. 그런 모습을 뵌 적이 없어 더 놀랐답니다. 

"아니! 같은 식구끼리 왜 화장실 문을 꼭꼭 잠그고 샤워 하냔 말이야?"


아이고! 왜 잠그지 말아야 하는지 정말 영문을 모르던 저는 평소 습관대로 한 것뿐이 없었는데 말이지요. 

"어머니! 같은 식구라도 개인적 사생활이 있는 것이고, 개인적 사생활의 가장 깊숙한 연관이 있는 곳은 화장실이 아닐까요? 화장실에서 문 걸고 볼일 보거나 샤워하는 게 어디 나쁜가요?"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 문은 걸지 마라."


"아니, 문을 안 걸면, 불쑥불쑥 문을 열 텐테......"


"아이고, 너도 참! 누가 문을 불쑥 불쑥 연다고......! 사실은 문을 걸고 있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 거야? 특히 화장실 같은 경우는 사고 일어나기에 딱 좋은 장소잖아? 샤워하다 미끄러져 움직일 수도 없으면 어떻게 할 거야? 문 따고 들어갔다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생기면 어떡하라고? 화장실에 응급약이 있는데,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바로 들어와야 하는데 샤워한다고 걸어 잠그면 문 여는 것이 번거롭고, 또 급히 움직이다 사고도 날 수 있고......!"


역시, 어머님이십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시는 이 철저함요. 그런 면으로 산똘님은 어머님 판박이입니다. ^^

 

그러다 최근에 아이들이 손을 놀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어머님은 잠금장치를 다 없애버리고 말았답니다. 우리 쌍둥이들이 글쎄,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열지 못해 패닉 상태에서 울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이렇게 문을 어쩌다 잠그고 열 수가 없어 난리가 났던 것이죠. 


화살표 표시가 화장실입니다. 

화장실 문이 열려 있다면? 


그런데 "개인 사생활 존중하여 화장실에서 편히 문을 걸고 볼일을 보면 참 좋을텐데......." 라는 말이 나오지만, 우리 시댁에서는 은연 중에 모든 식구가 무언의 어떤 법칙을 만들어놓았답니다. 화장실 문이 열려 있으면 아무도 없다는 의미이고, 화장실 문이 닫혀있으면 누군가가 사용한다는 의미......^^ 안전을 위한 나름대로의 대책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답니다. 정말 한 번 습관이 들이니 저도 아주 좋아졌습니다. 아니면, 아줌마가 되어 이런 부끄러움이 조금은 사라졌지 않았나 싶네요. ^^)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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